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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백차(安吉白茶)는 저장성 당서기 시절 시진핑이 예찬한 '복덩이 차'다.2005년 8월 안지현을 시찰하던 시진핑은 "어린 찻잎 하나가 안지현 시룽향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귀한 차"라고 치하했다.안길백차는 백차라는 이름과 달리 녹차의 한 종류다.이른 봄 백화(白化) 현상이 발현된 어린 찻잎을 사용해 녹차 제조공법으로 완성한다.안길백차는 저온 민감형 품종의 백차나무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산림녹화율 71%가 넘는 안지현의 생태환경에 반한 시진핑은 "우리가 맑은 물과 푸른 산을 원하면서 한편으로는 금산과 은산도 원한다.그러나 금산과 은산을 포기하더라도 맑은 물과 푸른 산을 먼저 택해야 한다.그러면 맑은 물과 푸른 산이 바로 금산과 은산이 된다"라고 말했다.이후 안지현은 중국 최초의 '국가 생태 현'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안지현은 대나무가 전체 수목의 60%를 차지한다.대나무를 인연으로 2004년 4월 21일 대한민국 전라남도 담양군과 안지현 청사에서 우호 교류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도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의 촬영지였던 안지현의 대나무숲과 차를 자랑했다.이때도 그는 8년 전 안지현에서 언급한 '맑은 물과 푸른 산'을 재차 강조했다.'일대일로(一帶一路)'를 처음 해외에서 발표했던 그날 시진핑은 "차는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물자였다.앞으로도 차가 주요한 교역물자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발언했다.60개국 30억명의 인구가 경제권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새로 구축하려는 '일대일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선봉장으로 앞장선 차는 중국의 자부심이 어린 주요산업이라 할 수 있다.
6대 차류 벗어나는 하이브리드 차의 등장
안길백차는 녹차 제조공정에서 거쳐야 하는 유념이라는 '찻잎 비벼주기' 과정이 없어 찻잎에 열을 가하는 살청만 없다면 실제 백차의 제조공정과 유사한 점도 있다.안길백차와 반대로 정통백차로 유명한 푸젠성(福建省)의 푸딩(福鼎)은 MZ세대의 입맛을 위해 열을 가하지 않는 백차 제조공법 원칙을 무시하고 가벼운 덖음 작업과 미세한 유념을 가미한 녹차 가공법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백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차의 등장은 기존 '6대 차류'가 정의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차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런 차들을 굳이 '6대 차류'에 소속시키려 하거나 정통공법을 따르지 않은 정체불명의 사이비 차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강산은 변하고 세월 따라 입맛도 변한다.그런 흐름을 따라 새로운 형태의 차가 만들어진다.온고지신(溫故知新)이 '답습'이 아닌 '새로움'에 방점이 있듯,사수올로 대 라치오신공법 차에 대한 거부보다 수용이 적절해 보인다.'6대 차류'를 알고 차를 마시면 아는 만큼 차 맛의 깊이도 깊어진다.또한 '6대 차류'를 벗어나는 하이브리드 차를 이해하면 차 세계가 넓어진다.
안길백차를 유명하게 만든 백엽 1호는 중국 차나무 가운데 아미노산 함량이 가장 높은 품종이다.안지현은 3~4월에 비가 자주 내려 대나무 성장에 유리하다.하지만 키다리 대나무 숲속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백차나무는 일조량이 모자라서 광합성 부족으로 엽록소 함량이 낮아진다.이때 백화현상이 발생해 어린 찻잎은 미백색을 띠게 된다.백화현상은 섭씨 10~23도 사이에서만 발현되는 저온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
안길백차 100g이 775만원에 거래되기도
청명(淸明) 전에 발아한 하얀 어린잎은 곡우가 지나면서 녹색으로 변이를 시작해 입하(立夏)가 지나면 다른 차나무처럼 완전한 녹색으로 변한다.따라서 찻잎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3주 정도다.이런 희소성 덕분에 백엽 1호의 조상인 100여년 묵은 백차조(白茶祖)에서 채취해 만든 안길백차 100g이 상하이 옥션에서 4만500위안(약 775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차를 만드는 봄이 되면 안지현의 가로수에는 도시로 떠났던 고향 사람들의 귀향을 반기는 기다란 홍등이 달린다.봄마다 발생하는 일시적 귀농과 넘치는 돈으로 안지현은 파시(波市)처럼 붐빈다.시진핑이 '복덩이 차'라고 애정을 표한 것도 안길백차가 만들어준 가족의 재회와 돈 풍년 때문이다.
안길백차는 1800년 전 한나라 영제(靈帝) 때 '편하고 좋은 고장'이라는 뜻의 '안지(安吉)'라는 지명을 하사받았을 때부터 기록에 나오는 차다.차의 신으로 추앙받는 당나라 루위(陸羽)가 저술한 차의 경전 차경(茶經)에도 백차가 나오는 백차산(白茶山) 위치가 기록돼 있다.그런데 루위가 죽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안길백차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전설에 의하면 루위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백차나무를 모두 하늘정원으로 가져가며 인간 세상을 위해 백차나무 씨 한 톨을 몰래 산속에 숨겨놓았다고 한다.
안길백차는 송나라 인종(仁宗·1041~1048년) 때 '상서로운 기운을 가진 백색의 어린잎 차가 백성 앞에 나타났다'라며 역사에 다시 등장했다.황제 이전에 예술가이며 차 전문가인 송나라 휘종(徽宗·1100〜1125년)이 직접 저술한 차 전문 서적 '대관차론(大觀茶論)'에는 '다른 차나무 잎과 달리 하얀 찻잎을 가진 야생 차나무가 험준한 계곡 사이에서 겨우 한두 그루만 자생한다'라고 희소성이 강조돼 있다.휘종은 '다른 지방의 백차는 제조 과정에서 하얀색이 되지만 안길백차는 가공하기 전의 어린잎 자체가 백옥처럼 흰색'이라며 안길백차의 특성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안길백차가 오랜 숨바꼭질 끝에 1930년 야생 차나무 수십 그루와 함께 세상에 다시 나왔지만,사수올로 대 라치오중국 근대사의 혼란 속에 조용히 사라져 잊혔다.1982년 해발 800m의 산속에서 수령 100년이 넘은 야생 백차나무 한 그루가 발견됐다.이 나무가 모든 안길백차의 어머니가 되는 백차조(白茶祖)다.그해 4월 4일부터 안지현 산림원의 직원들이 앞장서서 백차나무 가지를 잘라 삽목을 시작했다.무성생식에 성공한 백차나무는 1998년 저장성 우수품종으로 등록됐다.
저장성 당서기 시절 저장성이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 1위를 기록한 추억을 갖고 있는 시진핑은 '향촌진흥(鄕村振興)'에 진심이다.향촌진흥의 핵심 키워드는 삼농(농업·농촌·농민)이다.이 프로젝트는 20년 전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농촌발전을 위해 추진한 사업으로 향촌을 샤오캉(小康)사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저장성을 발판으로 상하이시 당서기로 올라선 시진핑은 장쩌민과 주룽지의 파벌인 상하이방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태자당과 상하이방 양쪽의 후원을 받는 거물로 성장한 시진핑은 공청단 출신의 후진타오의 지지도 받게 된다.그 덕분에 2012년 당권과 군권을 모두 거머쥐게 된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벗은 모습으로 2020년 3월 30일 안지현을 찾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덕담을 나눴다.봄에 갓 나온 햇차,사수올로 대 라치오안길백차를 시음했음은 불문가지다.저장성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시진핑에게도 안길백차는 '복덩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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