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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이임을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왼쪽).photo 뉴시스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재림'으로 불린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귀임하면서 후임 대사로 누가올지 주목된다.싱하이밍 대사는 지난해 6월 야당인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주재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대형 설화(舌禍)를 일으켜 사실상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목된 인사.싱하이밍 대사가 본국으로 복귀하는 것은 우리 외교부가 공개불만을 토로한 지 약 1년 만이다.지난 7월 4일 이임인사 차 외교부를 찾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첫 공식 면담한 싱하이밍 대사는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라며 "중·한 관계의 가일층 발전을 기대한다"는 이임 소감을 밝혔다.
현재 싱하이밍 대사의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는 슝보(熊波) 주베트남 대사와 천하이(陳海) 전 주미얀마 대사，천샤오춘(陳少春) 중국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부국장) 등이다.슝보 주베트남 대사는 싱하이밍 대사와 동갑인 1964년생으로 1985년 중국 외교부에 입부해 아주사 부사장(부국장)을 지내고 주캄보디아 대사를 거쳐 2018년부터 주베트남 대사로 재임 중이다.천하이 전 주미얀마 대사는 1971년생으로 1995년 외교부에 입부해 주한대사관 근무를 마친 뒤 역시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을 지내고 2019년부터 주미얀마 대사로 근무했다.
특히 지난 7월 8일 주미얀마 대사직을 떠난 뒤 본국으로 귀임해 한국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천하이 대사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관계로 한국어가 유창해 오래전부터 주한 대사 물망에 오르내렸다.다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와중에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는 설화를 일으킨 것이 걸림돌이다.천샤오춘 아주사 부사장(부국장) 역시 주한 중국대사관 근무 경험이 있지만 현지 대사 근무 경험이 없는 부사장(부국장)에 그친다.주한 중국대사는 닝푸쿠이 전 대사 때부터 부국장에서 국장급으로 격상된 바 있다.
11개국 부부장급 대사 파견
다만 이들 중 누가 오더라도 한국의 종합국력,한·중 간 교역규모,주변국과의 형평,주중 한국대사의 정치적 위상 등에 비춰봤을 때 주한 중국대사의 격이 낮다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중국 외교부가 한국에 파견하는 대사는 국장급을 뜻하는 이른바 '정사(正司)급'이다.귀임하는 싱하이밍 대사 역시 아주사 부사장(부국장)을 지내고,
rb 라이프치히 경기주몽골 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한국에 부임했다.싱하이밍의 전임자인 추궈홍 전 대사도 주네팔대사,외교부 섭외안전사무사장(국장)을 거쳐 한국으로 부임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rb 라이프치히 경기독일,일본,북한,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rb 라이프치히 경기이집트 등 11개국에는 차관급을 뜻하는 '부부(副部)급' 대사를 보내왔다.이 중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는 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독일,일본,인도,브라질,남아공,이집트 등지는 경제력이 크거나 지역대표성을 가지는 국가라는 특성을 가진다.이 중 미국,러시아,영국 등 2차 세계대전 승전을 이끌며 국제질서를 결정지은 3국에는 외교부 본부 부부장을 지낸 고위급 외교관이 대사로 파견됐다.
중국은 북한에도 부부급 대사를 파견하고 있다.지난해 4월부터 주북한 중국대사로 재임 중인 왕야쥔(王亞軍) 대사는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차관급)을 지낸 인사다.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공산주의 국가의 특성상 외교부와 별도로 당대당 외교를 총괄하는 부서다.왕야쥔 대사의 전임자인 리진쥔(李進軍) 전 주북 중국대사 역시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이다.물론 이 같은 인사는 북한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과,6·25전쟁 때 함께 싸웠던 동맹국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비교적 늦은 1992년 수교했다고는 하지만 한·중 간 막대한 교역규모에 걸맞은 외교적 대접을 못 받는다는 평가다.지난해 기준 한·중 간 교역규모는 3135억달러(약 432조원)에 달한다.한국은 미국·홍콩·일본에 이어 중국의 네 번째 수출대상국이자,대만·미국에 이어 중국의 세 번째 수입대상국이다.지난해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1625억달러로,일본(1608억달러)보다도 높다.한·중 간 무역규모는 3135억달러로 일·중 간 무역규모(3189억달러)에 버금간다.하지만 일본에는 1993년부터 부부급 외교관을 현지 대사로 파견하는 반면,한국에는 국장급 외교관을 파견하는 셈이다.
주한대사,주일대사와 현격한 차이
주한 중국대사와 주일 중국대사는 질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현재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주일 중국대사를 지낸 이른바 '재팬스쿨'로,대학(베이징 제2외국어학원) 학부에서도 일본어를 전공해 일본어가 유창하다.시진핑 집권 1·2기인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외교부장을 지낸 왕이 부장은 후임자인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의 행방이 묘연해진 뒤 재차 외교부장으로 복귀했다.중국 외교부 내에서 왕이는 '일본라인',친강은 왕이의 전임자인 양제츠 전 외교부장과 더불어 '영미라인'을 대표하는 인사들인데 일본라인이 득세한 것.
실제로 주일 중국대사는 주한 중국대사보다 훨씬 더 격이 높다고 평가된다.2대 주한 중국대사를 지낸 우다웨이(武大偉) 전 대사는 한국 근무를 마친 뒤 주일대사로 영전한 뒤,남북한을 총괄하는 조선반도(한반도)사무특별대표로 복귀했다.5대 주한 중국대사를 지낸 청융화(程永華) 전 대사 역시 한국 근무를 마치고 주일대사로 영전했다.왕이 외교부장의 후임 주일대사를 지낸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일대사는 도쿄 근무를 마친 뒤 주미대사로 영전해 시진핑 집권 1·2기인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대미외교를 주도했다.반대로 주일대사를 마치고 역으로 한국으로 부임한 외교관은 전무하다.
이 같은 결과는 그간의 저자세 대중외교가 초래한 결과라는 평가다.국장급 주한 중국대사와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이다.싱하이밍 대사의 '설화' 직후 우리 정부가 불쾌감을 표현한 뒤에도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싱하이밍 대사와 만난 여야 정치인이 부지기수다.심지어 6·25전쟁 발발일인 지난 6월 25일에도 민주당 고문인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조정식·김태년·김영배 의원 등이 중국대사관을 찾아갔다.비록 전날인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중국 국적 근로자 17명이 사망했다고 하지만,'택일'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싱하이밍 대사의 이임과 함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동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정재호 주중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동창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발탁됐다.하지만 거물급 여야 정치인은 물론 재벌 회장들과도 수시로 만난 싱하이밍 대사에 비해 콧대 높은 중국 측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이에 한·중 양국이 상대국 주재 대사를 동시교체하면서 새로운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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