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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연이틀 행사 열고 'K뷰티'에 구애 손짓
품목 특정해 셀러 콘퍼런스 연 건 처음
"뷰티 산업 수직적 통합 구조,K뷰티 품질 비결"
'히트작' 여럿 한국콜마,아마존 제조 파트너사로
2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지하 1층 하모니 볼룸.그 앞엔 하늘색·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바삐 오갔다.한국콜마와 아마존의 직원들이다.130만 명 팔로어를 지닌 미국 인플루언서부터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개인 셀러(판매자)도 함께 했다.8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1,100㎡(약 333평) 크기 연회장은 금세 가득 찼다.
아마존 글로벌셀링은 이날 한국콜마와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 셀러데이'를 함께 열었다.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과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아마존이 '화장품'이라는 분야를 특정해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온라인 생중계 참가자를 포함해 약 2,000명이 행사를 지켜봤다.
K뷰티의 높아진 위상은 행사에 참석한 인사 면면에서 드러났다.짐 양(Jim Yang) 아마존 글로벌셀링 APAC 총괄부사장와 유키 스이타 아마존재팬 소비재뷰티 사업 총괄리더가 연사로 나섰다."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말을 건넨 뒤 발표를 시작한 짐 양 부사장은 "아마존이 개발한 글로벌 풀필먼트 네트워크와 실시간 고객 피드백을 통해 전 세계 22개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수백만 고객에게 도달함으로써 K뷰티 제품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한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맡는 그는 "한국이 아마존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믿는다"면서 "뷰티 산업의 수직적 통합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다.브랜드 사업자·제조사·유통사가 국내에 모두 갖춰져 있고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덕에 제품의 품질이 빠르게 좋아졌다는 뜻이다.
전날인 26일 아마존의 한국 지사인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는 '프로젝트 K뷰티 고 빅'(Go Big)을 발표했다.이틀 내내 간담회를 연 아마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K뷰티의 세계화를 아마존이 직접 돕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수출까지 아마존에 이름을 올린 셀러들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①화장품 브랜드 ②정부 기관 ③관련 협회 ④외부 서비스 사업자(SPN·Service Provider Network)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업 체제를 아마존이 직접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SPN이란 회계·광고·물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아마존 셀러의 판매를 돕는 협력 업체를 말한다.
"올해 1~5월 K뷰티 매출,지난해 두 배 이상 성장"
왜 K뷰티일까.아마존이 공개한 '숫자들'에 답이 있다.이 회사에 따르면 2023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한국 화장품 셀러들이 올린 매출액은 2022년과 비교해 75% 이상 성장했고 셀러당 매출액도 2022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올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는 "하반기 매출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올해 5월까지 K뷰티 셀러 매출액은 이미 지난해의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유명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서효주 매니저는 아마존의 K뷰티 매출 데이터를 보고 "마치 하키 스틱 같다"고 묘사했다.2021년 이후 3년 동안 연평균 100% 이상 꾸준히,많이 늘어나고 있어서다.게다가 7월엔 그야말로 '대목'인 정기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앞두고 있다.하반기 매출은 더 오른다는 뜻이다.서 매니저는 "앞으로 3년을 내다봤을 때 미국 시장에서 K뷰티 (매출 규모)는 지금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넘어 전 세계 바라보는 K뷰티.중소 브랜드가 주역
훨훨 나는 K뷰티를 찬찬히 뜯어보면 두 개의 열쇳말이 보인다.우선 시장 다변화다.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화장품류 수출액은 84억8,600만 달러(약 12조 원)를 기록했는데 중국의 비중은 약 33%였다.2년 전(약 53%)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반면 같은 해 미국 대상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44.6% 늘어난 12억2,2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일본 화장품 수입 시장은 2022년부터 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 왕좌를 사수하고 있다(한국무역협회 'K-Stat').이를 두고 유키 스이타 총괄리더는 일본의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가 게임 체인저(상황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고 표현했다.수십 년 동안 1위로 군림한 프랑스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중소 브랜드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아마존에서 활약하는 선두 주자를 꼽으라고 하면 구다이글로벌이 운영하는 '조선미녀'가 자주 거론된다.그런데 이 화장품,한국 소비자에겐 생소하다.국내를 건너뛰고 미국 시장에 먼저 뛰어들어서다.'한방 뷰티'를 내세운 콘셉트로 현지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은 2023년 아마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선크림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봄맞이 할인행사 판매량도 직전 주 대비 290% 뛰었다.
구다이글로벌 실적에도 날개가 돋았다.이 회사의 매출은 2020년 1억 원에서 3년 만인 2023년에 1,ㅍㅇㅅ395억 원을 찍는 괴력을 보여줬다.몸집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올해 4월엔 쿠션 화장품에 강한 '티르티르'를,6월엔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색조 브랜드 '라카'를 집어삼켰다.
기존 K뷰티를 이끌었던 1세대는 주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큰 회사들이었고 중국의 프리미엄 소비자를 먼저 겨냥했다.반면 지금은 제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다.K뷰티의 '성공 방정식'이 달라진 것이다.
전에 없던 뷰티 카테고리를 '개척'한다는 점도 특징이다.'닦는 토너'로 불리는 토너 패드는 미국 사람들은 쓰지 않는 제품이었다.그런데 토너를 화장솜에 덜어내 사용하는 것보다 더 편리하고 피부 진정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탔다.메디큐브 '제로모공패드'와 아누아 '어성초77 패드'는 3~5월 아마존 토너 제품군 리뷰 순위에서 각각 2위와 12위에 올랐다.
아마존만이 아니다.어디에든 입점만 하면 불티가 난다.일본에선 색조 화장품이 특히 잘 팔린다.이베이재팬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큐텐재팬의 4월 립 메이크업,아이섀도,치크 등 주요 뷰티 카테고리 순위를 분석한 결과 1위부터 5위까지 K뷰티가 휩쓸었다.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된 일본 사회에서 현지 업체가 소홀히 한 1020세대 대상 색조 화장품의 빈자리를 한국 브랜드가 채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박영인 이베이재팬 KR Biz본부 실장은 "한류 초창기를 이끈 중장년 세대에 이어 젊은 세대까지 일본 내 K뷰티 고객층이 탄탄해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지속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구영배 대표를 포함해 G마켓 창립 멤버들이 세운 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큐텐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큐텐은 자사 플랫폼 위시플러스에 한국 상품 전용관인 'K-에비뉴'(K-Avenue)를 열고 K뷰티를 전면에 내걸었다.6월부턴 미국과 캐나다 고객이 물건을 주문했을 때 배송비를 2.99달러 수준으로 낮췄다.이는 200g 이하 상품을 단건으로 사면 적용되는 혜택이라 사실상 뷰티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아마존에 이어 큐텐도 올해 하반기 국내 셀러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상현 부회장 "아마존,K뷰티 성장의 교두보 역할 할 것"
아마존이 한국콜마를 '첫 제조 협업 SPN'으로 낙점한 데엔 이유가 있다.조선미녀,비건 화장품 브랜드 '달바' 등 중소 브랜드 인기 제품을 한국콜마에서 만들고 있다.K뷰티 성공 방정식을 이미 깨우쳤으니,함께 또 다른 '히트작'을 찾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본 것이다.신 대표는 "한국엔 세계 최고의 ODM 업체가 있다"면서 "저희가 갖고 있는 많은 셀러들을 제조사와 연결해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아마존은 국내 다른 ODM들과의 협업도 계속 모색할 방침이다.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은 이날 행사 환영사에서 "제조 시설이 없어도 아이디어와 마케팅 역량을 갖춘 중소 브랜드가 콜마와 같은 ODM 기업과 협업해 K뷰티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서 K뷰티가 큰 성공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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