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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개최된 바이든·트럼프 후보 간의 첫 번째 TV 토론.바이든이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photo 뉴시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개최된 바이든·트럼프 후보 간의 첫 번째 TV 토론.바이든이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photo 뉴시스


미국 대통령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11월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일 것이 확실시되어 왔다.그런데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개최된 두 후보 간의 첫 번째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죽을 쑤는 바람에 후보사퇴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도 지난 7월 1일 대법원 면책특권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독재 가능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역풍도 불고 있다.현재 트럼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이지만,민주당도 바이든을 중심으로 다시 단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 싸움서 완패한 바이든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실시된 첫 TV 토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했다.대통령 후보자 간의 TV토론은 1960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간의 대결에서 케네디가 승기를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되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TV토론에서는 토론의 내용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1960년 케네디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젊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음울해 보이는 닉슨보다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이번 토론에서도 바이든 측은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하고 단호한 언사를 선택하여 고령에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 측의 비판을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바이든은 초장에 수치를 동원하려다 몇 차례 말문이 막혀 버벅대면서 전체 토론을 죽을 쒔다.TV토론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이미지는 노쇠하고 때로는 문장도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었으며,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의견도 백출했다.CBS 뉴스와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바이든은 대통령으로 집무할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뉴욕타임스도 지난 6월 28일 사설을 통해 바이든을 향해 대선레이스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타임스는 "바이든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그의 리더십 덕분에 미국은 번영했으며 장기적인 도전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트럼프 때문에 생긴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찬양했다.타임스는 그러나 바이든이 "현재 수행할 수 있는 최고의 공공 봉사는 재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타임스는 "바이든은 두 번째 임기 동안에 무엇을 하려는지 설명하려 애썼지만 잘 하지 못했다.그는 트럼프의 도발에 대응하려 애썼지만 잘 하지 못했다.그는 트럼프가 거짓말,실패,그리고 무모한 계획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애썼지만 잘 하지 못했다.게다가 그는 이러한 문장을 마무리하려 애썼지만 잘 하지 못했다.… 바이든은 4년 전의 바이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타임스는 이어 바이든이 트럼프가 제기하는 위험한 선택에 대항할 수 있는 '분명한(unequivocal)' 후보이며 트럼프로 대표되는 '독재의 위협(threat of tyranny)'에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이지만 시험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타임스는 바이든이 다른 잠재력 있는 후보들도 트럼프에 승리할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바이든의 친구인 유명 칼럼니스트 톰 프리드먼도 "조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 재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을 향해 해리 트루먼과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선례에 따라 사퇴하라고 권고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트루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한 차례 당선된 대통령으로 그때까지는 3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하지만 트루먼은 1952년 3월 재선을 앞두고 인기가 폭락했다.한국전쟁에서 확전을 주장한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를 해임한 것도 원인이었다.결국 그는 후보를 사퇴했다.민주당은 아들라이 스티븐슨 일리노이 주지사를 대선후보로 선출했지만 공화당 후보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대패했다.

지난 7월 1일 미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우리는 대통령을 뽑았지 왕을 뽑지 않았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이날 대법원은 의사당난동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면책특권을 사실상 인정했
지난 7월 1일 미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우리는 대통령을 뽑았지 왕을 뽑지 않았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이날 대법원은 의사당난동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면책특권을 사실상 인정했다.photo 뉴시스


'트루먼과 존슨처럼 사퇴하라'

1968년 존슨 대통령도 베트남전쟁 수렁에 빠져 지지를 잃어가고 있었다.존슨은 건강도 좋지 않아 당선되더라도 4년 임기를 채울지도 의문이었다.결국 존슨은 1968년 3월 3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민주당은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했지만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패했다.

존슨이나 트루먼이나 대선을 앞두고 모두 지지율이 폭락했기 때문에 재선될 가능성도 희박했다.두 대통령들이 대선경쟁에서 물러났음에도 민주당은 대선에서 크게 패했다.

온라인 진보 미디어인 VOX는 지난 6월 29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바이든은 엄청나게 많은 약점을 지닌 트럼프에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바이든 사퇴 이후 다른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에 패할 수도 있다.그러나 승리하지 않더라도 바이든은 누군가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는 있다.트루먼과 존슨은 대통령직이란 자신들이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며,권력은 아무리 매력적이지만 결국은 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바이든도 현명하게 이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매체들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다수의 미디어들이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했다.4년 전 바이든이 신승을 거두었던 경합주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저널은 "바이든은 반세기 동안 국가를 위하여 훌륭하게 봉사했다.이제는 그가 국가를 위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불행하지만 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진들 줄줄이 바이든 지지

바이든이 실제로 후보직을 사퇴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민주당은 8월 19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국당대회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이 대회에는 3937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하여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후보로 결정되려면 과반수인 1976표를 얻으면 되지만 바이든은 그동안 각 주에서 열린 당대회를 통해 이미 99%의 지지표를 획득했다.바이든이 후보를 사퇴하면 대의원들은 각자 원하는 후보에 투표할 수 있게 된다.문제는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후보를 선정하기 전에 민주당 내 각 정파들이 협상을 통해 경쟁을 치를 대선주자들을 내놓을 수 있는가 여부다.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7월 1일 "당대회 이전에 민주당 내에서 이에 관해 협의가 이루어지면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현재로서는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하다.해리스 부통령이 지지도는 낮지만 당대회에서는 절대다수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다른 경쟁자들도 나타나야 한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닝 챌린지존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후보군 물망에 오른다.민주당 중진들이 사전에 협상을 통해 후보자를 정할 수도 있다.투표할 대의원들은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한 사람들이므로 바이든이 지지후보를 정하면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민주당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민주당 내 각 정파 간의 갈등이 노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에 대한 지지여부 등을 놓고 후보자들끼리 대립할 수도 있다.민주당이 단합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8월 당대회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적 이유 때문인지 바이든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들의 주장이 쓰나미처럼 일어난 이후 민주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바이든 지지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우선 바이든 자신이 출마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다.바이든은 지난 6월 28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훨씬 더 정력적으로 보였다.그는 자신이 토론을 망친 것을 자인하며 "나는 예전처럼 편하게 걷지 못한다.나는 예전처럼 매끄럽게 말하지도 못하며,닝 챌린지예전처럼 토론도 잘 하지 못한다.그러나 나는 진실을 말하는 법은 알고 있다"고 강조하여 지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토론회 직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이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slow start)" "강력하게 마무리지었다(strong finish)"고 옹호했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6월 28일 소셜미디어에서 "토론은 좋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선거는 평생을 보통사람들을 위해 싸워온 사람과 자기 자신만을 돌보는 사람 사이에서의 선택"이라며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토론회 한 번으로 대통령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토론에서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성공했느냐가 중요하다.트럼프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반응을 하고 있다.바이든은 정직했고,닝 챌린지트럼프는 부정직했다"고 평가했다.조지아주의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바이든이 사퇴해서는 "절대 안 된다(absolutely not)"며 "조 바이든과 함께하겠다.그리고 11월에 바이든이 결승점을 통과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라고 강조했다.짐 클라이번 의원은 "바이든이 지난 3년 반 동안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4년 동안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과거 실적을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대통령도 우리 모든 사람들처럼 힘들게 하룻밤을 지냈다"면서도 그에게 사퇴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승리할 유일한 후보는 바이든"

바이든을 대체할 인물로 평가되는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도 바이든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뉴섬 주지사는 토론 이후 "나는 바이든 대통령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민주당에 바이든을 배신할 사람은 없다.특히 토론회 이후에는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후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뉴섬은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폴리티코 등 일부 보수매체에서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도된 휘트머 주지사도 지난 7월 1일 "나는 바이든을 후보로 100% 지지한다.바이든은 건강보험료를 낮추었으며,제조업 일자리를 늘렸다.그리고 트럼프 정권하에서 여성들이 잃었던 출산의 자유를 회복시켰다.나는 바이든이 미시간주에서 승리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핵심 지지그룹은 트럼프를 상대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는 여전히 바이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크리스 쿤 상원의원은 ABC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바이든"이라며 "토론 이후 풀뿌리 모금 실적이 가장 좋았다"고 강조했다.바이든 캠프는 지난 6월 30일 토론 이후 3300만달러를 모금했으며 이 중 2600만달러가 풀뿌리 소액 기부였다고 말했다.

TV토론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는 지난 7월 1일 연방대법원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연방대법원은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난동사건과 관련,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면책특권을 사실상 인정했다.당시 사태는 선거에 패배한 트럼프가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워싱턴DC에 불러모으면서 시작되었다.폭도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며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5명이 사망했다.현재까지 사태 가담자 1424명이 기소돼 이 중 82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주모자 1명에게는 징역 22년형이 선고되었다.트럼프도 이와 관련 기소되었지만 트럼프 측은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주장해왔다.검찰은 대통령이 특수부대에 정적 암살을 지시해도 면책특권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그런데 연방대법원이 판사들의 이념성향에 따라 6 대 3으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소수의견을 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트럼프는 판결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대통령,닝 챌린지해리스 부통령,자신의 러닝 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15명의 고위정치인들을 거론하며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그는 공화당 소속이면서 자신에 반대하는 리즈 체니 의원이 "반역자"라며 "TV로 공개되는 군사법정에 넘겨야 한다"고도 했다.트럼프는 이전에도 "당선되면 첫날 하루 동안 독재를 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정적들을 감옥에 처넣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바이든 진영은 트럼프가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연방대법원이 트럼프에게 대통령이 되면 그가 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길을 열어주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독재 우려 키우는 대법원 판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며 "미국은 왕이 없는 나라이다.우리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다.대통령이든 누구든 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바이든은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가 이전보다 훨씬 더 대담하게 언제든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걸 알고도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맡겨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나는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반대의견에 동의한다.미국 국민들도 반대해야 한다.나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바이든은 힘차게 연설문을 읽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트럼프가 미래의 독재자가 되거나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선거 이슈가 되면 트럼프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민주당 지지언론들은 이 문제를 부각하지만,공화당 지지성향인 폭스뉴스 등은 대법원 판결에 관한 뉴스 비중은 줄이는 대신 여전히 바이든의 인지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보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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