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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주굴기' 7조원 투입 2027년 착공

둘레가 27㎞에 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왼쪽)와 검출기 내부 모습.빛의 속도로 LHC를 회전한 양성자는 이곳에서 충돌해 빅뱅(우주 대폭발)을 재현한다.CERN
둘레가 27㎞에 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왼쪽)와 검출기 내부 모습.빛의 속도로 LHC를 회전한 양성자는 이곳에서 충돌해 빅뱅(우주 대폭발)을 재현한다.CERN

지난달 2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2027년 착공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이 같은 뉴스에 국내외 과학계가 모두 주목했다.과학기술 경쟁력에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미래 과학기술 패권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상과학(SF) 소설 '삼체'에서 외계인들이 지구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으로 지목한 입자가속기는 국가 기초과학 경쟁력을 좌우하는 실험장치다.28개의 노벨물리학·화학상 수상연구가 모두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내놓은 성과일 정도다.중국은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건설해 '힉스 입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계획이다.'신의 입자'라는 별칭이 붙은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 중 가장 유력한 표준 모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립자다.아직까지 인류는 힉스 입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이 때문에 중국의 입자가속기 구축 소식은 중국이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는 데 선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19세기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는 주기율표를 완성했다.이 주기율표를 기반으로 인류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했다.20세기 들어 원자가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또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이런 지식을 기반으로 당시 인류는 물질이 양성자와 중성자,리버 플레이트 선수전자로 이뤄져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류의 지식은 1964년 또 한 번 바뀌게 된다.그해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이 '쿼크 이론'을 제시했다.쿼크는 경입자와 더불어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 입자다.입자가속기는 쿼크 같은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거대 현미경과 같다.'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무엇일까'라는 인류의 근원적 궁금증을 풀기 위한 장비다.



입자가속기는 전자,양성자,이온 등의 전하를 가지고 있는 입자를 가속해 다른 입자 또는 물질에 충돌시키는 원리를 지녔다.가속된 입자가 다른 입자와 부딪치면 핵이 깨져 양성자나 중성자가 튀어나오거나 여러 개의 원자핵으로 분열되기도 하고 새로운 소립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까지 가속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입자가속기는 거대장치로 만들어진다.예를 들어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가속관 총길이가 500m,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둘레가 27㎞에 달한다.

입자가속기는 가속시키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형태가 나뉜다.전자를 가속시키는 '전자가속기',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양성자가속기',중이온을 가속시키는 '중이온 가속기'로 구분된다.가속 입자의 질량은 전자가 가장 작고,중이온이 가장 크다.전자의 질량을 탁구공 질량으로 본다면 양성자는 탁구공의 2000배의 질량을,중이온은 탁구공의 40만배의 질량을 가졌다.각기 다른 질량의 입자들을 가속시키는 만큼 서로 다른 활용 목적을 지녔다.전자가속기는 물질의 정적 구조를 분석하거나 동적 현상을 실시간 관측하는 데 쓰인다.양성자 가속기는 물질의 변화나 중성자 생산에,중이온 가속기는 희귀하고 수명이 짧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위원소를 뜻하는 '희귀동위원소' 생성이나 활용 연구에 쓰이고 있다.희귀동위원소는 우주의 진화 과정 중 아주 짧은 찰나에 나타났다 사라져 지구상에 극히 미량만 남아 있거나 존재하지 않아 인공적으로 생성 혹은 발견해야 한다.

입자가속기는 또 가속 방식에 따라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로 종류가 나뉜다.원형가속기는 입자가 원형의 링을 돌면서 가속되는 형태를,선형가속기는 직선형의 아주 긴 구조를 통해 입자가 가속되는 형태를 말한다.

선형가속기는 원형가속기에 비해 균일하고 강한 입자빔을 얻을 수 있다.직선 형태이기 때문에 입자가 위치를 바꿀 때 나타나는 미세한 제동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적다.이 때문에 찰나에 발생하는 빛을 통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물체의 미세한 변화를 실시간 관측하는 등 최첨단 기초과학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다만 가속시키려는 입자 크기가 클수록 가속기가 길어져야 한다.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원형가속기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형태다.입자가 나선이나 원 형태를 그리며 가속된다.다수의 빔라인을 설치해 동시에 다양한 실험 수행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물체 구조나 소재 원소 구성 연구에 적합해 반도체나 신약,리버 플레이트 선수바이오 등 산업계 활용도가 높다.

중국에서 짓겠다는 입자가속기(CEPC)는 원형가속기 형태다.원형의 둘레만 100㎞에 달한다.LHC의 약 4배다.전자와 양성자를 가속해 충돌시키는 이 입자가속기는 힉스 입자를 정교하게 측정하는 게 목표다.가속할 수 있는 구간이 길어지면 더 많은 힉스 입자를 생성할 수 있다.더 많은 숫자 덕분에 과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힉스 입자를 보다 자세히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힉스 입자에 대한 비밀만 풀 수 있다면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2027년 구축에 돌입하면 2035년 완공이 예상된다.CEPC 구축에 들어가는 예상 비용은 약 50억달러(약 6조9445억원)다.

중국의 가장 큰 라이벌은 유럽이다.CERN은 '미래 원형충돌기(FCC)' 개발을 추진 중이다.약 200억유로(약 29조6994억원)가 투입되는 이 입자가속기는 둘레가 약 91㎞로 설계됐다.전자와 반입자인 양전자를 충돌시키는 파이프를 설치하는 1단계와 전자와 강입자를 충돌시키는 파이프를 설치하는 2단계를 거쳐 LHC보다 더 강력한 충돌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21세기 후반 물리학을 책임질 입자 가속기'란 목표 아래 2030년대 중반 건설에 돌입해 2045년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만개 이상의 입자가속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97% 이상이 반도체 제조,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등과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암을 치료하는 중입자 가속기다.피부 안쪽에 있는 암세포에 중입자를 쏴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으로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보다 암 세포를 잡는 성능이 2~3배 높아 '꿈의 암 치료법'으로 불린다.세브란스병원 등 국내에서는 이미 중입자 암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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