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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만에 회군.쿠데타 주도한 장군,대통령과 대면하기도
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3시간 만에 철수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각 26일 오후 3시께 볼리비아 일부 군 장병들은 대통령궁(정부청사),국회,대성당이 모며 있는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장갑차로 정부청사 입구를 부수고 진입했다.이는 볼리비아군 합참의장이었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주도했다.
쿠데타 주도한 장군 "엘리트 집단이 조국 붕괴시켜"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밖에 있는 현지 기자들에게 "지난 수년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라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를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볼리비아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면서 "우리 군은 국민의 안녕과 발전을 향해 나아갈 용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규정을 어긴 군대 배치가 이뤄졌다"라며 "민주주의는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썼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다.이 장면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아르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요구했고,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수니가 장군에게 "이러면 안 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수니가 장군과 대화를 마친 아르세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연설에 나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라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은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군 지도부 교체를 단행했고,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은 "우리 군인들이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라며 수도에 집결한 장병들이 각자 소속 부대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대법원,경찰,토네이도 슬롯소방 노조,시민단체 등이 잇따라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군은 결국 오후 6시께 광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수니가 장군은 이날 저녁 경찰에 전격 체포됐고,법무장관은 "쿠데타 관련자를 모두 파악하고 처벌을 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리비아 집권 세력,토네이도 슬롯치열한 권력 투쟁 중
아르세 대통령과 수니가 장군은 한때 정치적 동맹이었다.그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집권하다 부정 선거 의혹으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정치 간섭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역시 볼리비아 좌파를 이끄는 정치적 동맹이었던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도 지금은 권력 투쟁을 벌이며 반목 중이다.
한때 멕시코로 망명했다가 돌아온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재집권을 노렸다가 볼리비아 헌법재판소가 '4선 이상 금지' 결정을 내려 내년 대선 출마가 좌절되자 "우경화한 아르세 정권의 모략"이라며 반발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볼리비아는 두 전현직 대통령이 집권당 권력을 놓고 긴 정치적 싸움을 벌이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수니가 장군은 이번 쿠데타가 아르세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체포된 수니가 장군은 TV 방송 카메라를 향해 "아르세 대통령이 '상황이 엉망이다.내 인기를 높일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다만 현지 매체와 외신은 아직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사회주의 통치에 반대하는 볼리비아 국민들도 끔찍한 인권 탄압 역사를 가진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총구로 몰아내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규탄했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볼리비아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 사무총장도 "볼리비아의 이날 사태를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며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시민 권력에 복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으며,미국 백악관도 "모든 당사자가 진정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