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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 노인을 취재하면‘생기’라는 단어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직접 방문한 독거 노인들의 방에는 생기가 없었다.생수뿐인 냉장고에선 허기와 고독이 새어 나왔다.눈앞에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사람이 서 있는데도,레바논 여자집 안은 사람 사는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다.이들은 기자에게 “인터뷰를 더 하고 가라”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문화일보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결식 노인 5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중 28명(57.1%)은 독거 노인이었고,레바논 여자그보다 더 많은 33명(66%)이 “고독사를 걱정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문화일보 6월 13일자 8면·14일자 8면·17일자 9면 참조)
반면 같은 독거 노인 집이라도 사람의 왕래가 끊기지 않은 곳은 공기가 달랐다.동네마다 경로당까지 가기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자체적으로 만든‘작은 노인정’이 있는데,이들은 적적할 때마다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눴다.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넘치고 생기가 돌았다.
기사를 모두 송고한 후 취재원으로 만났던 한 결식 노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자신을 도와주겠다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락은 왔는지 등을 물으려는 줄 알았는데,그 노인은 “언젠가 또 밥을 같이 먹자”며 부탁했다.한국인들의 흔한 인사말인 “언제 밥 한번 먹자”와는 그 울림이 달랐다.결식 노인이 고독사 노인으로 바뀌는 것을 막으려면,레바논 여자끼니를 함께 할‘사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책 관계자들이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