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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철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 
류홍번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

서정철‘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는 "환경재앙의 중심에 선 시화호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대안 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서정철 대표 제공
서정철‘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는 "환경재앙의 중심에 선 시화호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대안 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서정철 대표 제공

“해양 환경 재난이 눈앞에 와 있었습니다.”

정부가 서해연안 간척지 개발을 위해 1994년 1월 24일 바다에 둑을 쌓아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 시화호(43.80㎢)가 모습을 드러낸 지 올해 30년을 맞았다.준공과 함께 오염이 시작돼‘죽음의 호수’로 전락했던 시화호가 생태 복원에 성공하기까지의 '기적의 여정'엔 시민활동가들의 공헌이 컸다.

서정철(59)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와 류홍번(56)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이 시화호 살리기 운동에 뛰어든 건 절박함 때문이었다.이들은 시화호에 면해 있는 시흥과 안산을 대표해 준공 때부터 시화호 오염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 올린 주역이다.

서정철(가운데)‘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가 2008년 시화호 앞에서 정부 관계자 등과 함께 시화호 수질 개선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정철 대표 제공
서정철(가운데)‘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가 2008년 시화호 앞에서 정부 관계자 등과 함께 시화호 수질 개선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정철 대표 제공


서 대표는 한국도로공사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때인 1995~1996년 179일간‘소래산 지키기 운동’을 이끌며 환경운동에 발을 디뎠다.이듬해 시화호 문제가 터졌다.그는 “오폐수 차집관로나 하수관거 등을 정비하지 않은 채 시화호를 조성하면서 인근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 공장들이 몰래 버린 오폐수가 흘러들어 시화호 오염이 극에 달했다”며 “지옥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96년 8월엔 시화호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그해 시화호의 연평균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농도도 17.4mg/L으로,하천수질환경기준 최하등급(5급수)의 2배 넘게 치솟았다.부족한 농토나 산업부지를 넓히는 간척사업의 신호탄이었던 시화호가‘죽음의 호수’로 전락한 것이다.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죽음의 호수로 변한 시화호,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푸른빛의 바다와 달리 시화호는 인근 공장단지에서 버린 오폐수로 검게 오염돼 있다.시흥시 제공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죽음의 호수로 변한 시화호,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푸른빛의 바다와 달리 시화호는 인근 공장단지에서 버린 오폐수로 검게 오염돼 있다.시흥시 제공


서 대표는 1996년‘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안산·시흥·화성시민연대회의’를 꾸려 시화호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청와대에 진정을 넣고 50여 차례의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며 시화호 오염 원인규명을 촉구했다.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시화호 연대회의 등은 물론 주민,관련 기관 관계자까지 시화호 살리기 물결에 힘을 보탰다.

서 대표는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를 향해 책임규명을 촉구했는데,박진홍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탓에 반목만 거듭했다”며 “이때부터 공청회 등을 열며 대안 마련에 힘썼다”고 돌아봤다.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인근 공장단지에서 버린 오폐수로 검게 오염돼 시화호 위로 죽은 물고기들이 떠 있다.시흥시 제공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인근 공장단지에서 버린 오폐수로 검게 오염돼 시화호 위로 죽은 물고기들이 떠 있다.시흥시 제공


류홍번 위원장은 안산에서 시화호 살리기 운동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당시 안산 YMCA 간사였던 류 위원장은 1994년‘시화지구 환경보존대책 심포지엄’을 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시화호 문제를 처음 논의 테이블에 올려놨다.그 역시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연대회의를 이끌며 대안 마련에 힘썼다.

7년을 꿈쩍하지 않던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당시 김대중 정부는 2001년 2월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어 간척지 용지 확보와 농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을 전면 포기하고,박진홍해수 유통 계획을 발표했다.방조제 건설에만 6,200억 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을 백지화한 것이다.다시 해수가 드나들면서 시화호는 조금씩 되살아났다.

류홍번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은 "시화호생태 복원의 과정은 환경 문제가 사회공동의 의제라는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류홍번 위원장 제공
류홍번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은 "시화호생태 복원의 과정은 환경 문제가 사회공동의 의제라는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류홍번 위원장 제공


예상치 못한 난제도 있었다.해수 유통을 위해 바닷물을 시화호로 끌어 들이려면 조력발전소 가동은 필수적이었다.하지만 서해연안 어민들은 “바다가 더 오염될 것”이라며 극렬하게 저항했다.서 대표와 류 위원장 등 시화호 연대회의가 직접 어촌계를 찾아가 함께 2년간 검증,조력발전으로 인한 바다 오염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시화조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될 수 있었다.서 대표와 류 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어민이 한마음으로 시화호 살리기를 희망했기에,해수유통이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활동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2004년 정부 주도로 출범한 민관협의체인‘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도 합류해 시화호의 수질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류홍번(가운데)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이 1990년대 초 시화호 오염을 우려하며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 공청회 당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시흥시 제공
류홍번(가운데) 시화호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이 1990년대 초 시화호 오염을 우려하며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 공청회 당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시흥시 제공


현재 시화호의 생태계는 99% 복원됐다.30㎝ 깊이의 물속 바닥에 있는 흰조개가 보일 정도로 호숫물은 투명한 푸른빛으로 살아났다.자취를 감췄던 우럭,돔,동죽조개 등도 서식 중이다.80종에 가까운 철새들도 다시 돌아왔다.노랑부리저어새,혹고니 등 멸종위기종 조류 10종도 관찰됐다.

서 대표와 류 위원장은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돌아오기까지 그 30년에는 시화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녹아있다”며 “민관이 힘을 합쳐 이뤄낸 시화호 환경복원의 역사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라고 평가했다.시흥시는 시화호 생태 복원의 계기가 된 해수유통 시작일인 10월 10일을 시화호의 날로 정하고,박진홍이날 경기도,박진홍안산·화성시와 함께 기념식과 환경포럼 등 30주년 기념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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