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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역서 내리면 '하차감'이 좋다"
'강남우월주의' 글에 누리꾼 공분
몇몇 누리꾼은 "일리 있다" 수긍해
'2024 부동산 계급표' 상단엔 '황족'
계급 사회도 아닌데…차별 당연시고가 차량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뜻인 '하차감'이 강남 우월주의를 뜻하는 데 사용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가의 차량에서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강남에 위치한 지하철에서 하차할 때 '하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누리꾼들은 "지나친 부 과시"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정한 하차감은 자동차가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나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해당 글은 8일 기준 조회수 1만2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작성자 A씨는 "요즘 자동차는 리스(금융회사 명의로 구입된 차량을 고객에게 대여해주는 것)도 있고,요즘 누가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쳐다만 보고 있느냐.하나도 관심 없다"고 주장하며 "반면 지하철역은 도곡역에서 내리려 하면 '저 사람 여기 사는 건가?'하고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말했다.이어 "잠실역,강남역,청담역,신사역은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환승역이라 하차감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A씨는 "강남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골프를 치러 주말마다 도곡역에서 내리고 탈 때마다 '이게 하차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며 "잠실역은 유동 인구가 많아 하차감이 없지만,잠실나루역은 대부분 실제 거주민들이 타고 내리는 곳이라 다른 분들이 내리는 걸 보면 좀 부러워 하는 게 느껴진다.종합운동장 역도 공연이나 경기가 없는 날 누군가 내리려고 하면,다들 한 번씩 신경 쓰이는지 힐끗 쳐다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런 사람들이 지하철을 왜 타냐","제가 청담역에서 내리면 청담 주인인 건가요","리스는 뭐 공짜로 해주는 줄 아냐","지하철이 자동차보다 비교도 안 되게 비싸긴 하지","이젠 하다 하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것도 눈치 봐야 하냐","헬조선(지옥+대한민국을 합성한 신조어)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몇몇 누리꾼은 "일리 있는 말이다","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괜히 내릴 일도 없는 청담역에서 내리면서 어깨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긴 했다","예전에 버스 탔는데 비싼 아파트에서 내리는 학생 보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본문의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매년 만들어지는 '부동산 계급표'…'강남 우월주의' 우려 목소리 ↑
이같은 반응이 '강남우월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우월감을 느끼거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강남 지역 거주를 이유로 우월감을 과시하는 모습이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비쳤지만,이제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물신주의적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해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 해의 부동산 계급표가 올라온다.올해도 어김없이 올라온 2024 부동산 계급표를 보면,고대 계급 이름인 '황족'이 가장 위에 위치해있고,'왕족','귀족','호족'이 그 뒤를 잇는다.가장 밑에는 '평민'이라 적혀있다.계급사회가 사라진 지 오래인 현대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계급 신분제를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파노폴리 효과(Panoplie effect)가 작용한 것이라 보고 있다.해당 효과는 특정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와 비슷한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에 소속될 수 있다고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다시 말해,현금 바둑이특정 상품을 소비하면 동일 상품을 소비할 것으로 여겨지는 계층이나 집단에 속하게 된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2007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강남 우월주의'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 질타받았다.하지만 현재 대중은 '강남 출신 아이돌','강남 금수저 연예인','강남 지하철 하차감',현금 바둑이'금수저 아이돌' 등에 열광하고 있다.이같은 사회 현상이 지속되면 거주 지역 간 갑질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다.조금 더 비싼 집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비하한다는 것 자체가 갑질의 일환이며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것을 항상 상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