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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채 상병 사건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채 상병 순직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는 게 경찰 수사의 골자다.관건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혐의 규명이다.
기록적인 폭우였다.빗물이 도로와 거리에 폭포처럼 흘러내렸다.어른 무릎 높이의 물살이 사람 걸음보다 빨리 몰아쳤다.크고 작은 산사태가 잇따랐다.도로 한쪽이 무너졌고 떠밀려온 토사와 돌무더기가 그곳을 채웠다.빗물과 함께 산에서 밀려온 새카만 흙과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마을을 집어삼켰다.인명 피해가 속출했다.하루 사이에 16명이 사망했다.부상자 2명이 나왔고 9명이 실종됐다.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2023년 7월15일,경북 예천군에서 집계된 폭우 피해 상황이다(경북소방청 집계 및 브리핑,소방 관계자 인터뷰 등 종합).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소방과 경찰,군이 투입됐다.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긴급 복구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시작됐다.2023년 7월19일 오전 9시,또 다른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원 한 명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그는 그날 오후 11시께 실종 지점 6.6㎞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난이 할퀴고 지나간 직후의 현장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피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 등에 나선 작업자들이 크고 작은 각종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다만 2024년 6월 현재,1주기를 앞둔 해병대원 순직은‘사고‘가 아닌’사건’으로 평가된다.사건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대신,대통령실이 이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쏟아진다.이른바‘채 상병 사건’이다.
채 상병 사건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채 상병 사건 초동 조사를 맡았다가 항명 혐의를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재판에서도 외압 의혹이 쟁점이다.채 상병 순직 원인과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경북경찰청이 수사 중이다.최근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세 갈래 사건의 진상규명 작업 중 경찰이 가장 먼저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
해병대 1사단 포병 7대대 소속 채 상병이 수색 작업을 벌인 곳은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에 있는 보문교 교량 남단 약 100m 지점에 위치한 내성천‘수중’이다.당시 현장은 폭우로 인해 물살이 거셌다(사고 지점 유속 2㎞/h 이상,급류 기준은 1.85㎞/h).사고 전날인 2023년 7월18일에는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빠른 유속 탓에 10분 만에 철수했다.수면 아래 지반은 모래라서 수심이 발 닿는 곳마다 제각각이었다.안전조치 없이 수색 작업에 착수하는 일은 위험했지만 채 상병은 구명조끼나 안전로프 없이 내성천에 입수했다.당시 누가,어떤 근거로 판단해 안전조치 없이 해병대원들을 입수시켜 실종자 수색을 지시했는지 확인하는 게 경찰 수사의 골자다.
관건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받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규명 여부다.경찰 수사를 통해 임 전 1사단장의 책임이 인정된다면,지난해 그의 혐의를 적시해 경북청에 사건을 인계했다가 항명 혐의를 받은 박정훈 대령의 당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이 경우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고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한 행위도 명분을 잃는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은 이른바‘VIP 격노설’의 핵심 인물로도 지목돼 있다.그동안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임 전 1사단장을 채 상병 사건 책임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다.경찰 수사는 박 전 대령 재판뿐만 아니라 공수처의 외압 의혹 수사와도 연결될 수 있다.결론이 정반대로 나올 경우에도 후폭풍은 거세질 수 있다.경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는‘채 상병 사건’전반에 영향을 준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은‘지원 요청을 받고도 뒤늦게 임무를 하달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무리한 수색 임무를 서둘러 지시해 사고에 책임이 있다(업무상 과실치사)’는 혐의를 받는다.임 전 1사단장은 당시 수색 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최고 지휘관이었다.명확한 지휘체계에 따라 운용되는 군 특성상,채 상병 사고의 최종 책임자로 임 전 1사단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당시 사고 전 정황을 자세히 뜯어보면 임 전 1사단장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경찰과 수사 대상에 오른 각 당사자들의 변호인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실종자 수색에 대한 임성근 전 1사단장의 지시 내용과 방향은 모호했고,지휘체계 아래로 내려갈수록 지시 내용이 달라졌다.이에 대한 각 당사자들의 주장과 해석도 엇갈린다.임성근 전 1사단장이 가진‘지시 권한’자체를 보는 견해 차이도 크다.
그날 임성근 전 1사단장이 관심 둔 곳
〈시사IN〉이 입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재검토 보고서를 보면,임성근 전 1사단장은 2023년 7월15일 오전 7시20분께 경상북도 재난상황실로부터 호우 피해 복구 지원 요청을 받았다.주요 지원 요청 사항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컸던 경북 예천 일대 실종자 수색이었다.국방부 조사본부 보고서에 따르면,임성근 전 1사단장은 수색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부하 지휘관들에게 곧바로 전파하지 않았다.그가 경북도 지원 요청을 전달한 건 이틀 뒤인 7월17일 오전 10시12분이다.국방부 조사본부는 보고서에서 “임 전 1사단장은 당시 신속기동부대장이었던 해병대 7여단장에게 임무를 뒤늦게 하달한 것도 모자라,약 1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곧바로 수색 지역 출동을 지시했다”라고 지적했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의‘뒤늦은 실종자 수색 임무 지시’는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다.그런데 여기에 대한 진술부터 엇갈린다.임성근 전 1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 당시부터 최근 경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2023년 7월15일,16일 사단 지휘관 회의에서 호우 피해 복구 작전의 주요 임무는 실종자 수색이라고 공지했고,안전에 대해 강조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경북도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난 7월17일이 아닌 7월15일 곧바로 부하 지휘관들에게 임무를 전파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성근 전 1사단장 휘하 해병대 지휘관들은 당시 실종자 수색 임무 공지와 안전에 관한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시사IN〉이 확인한 해병대 수사단 진술서와 국방부 조사본부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회의에 참석한 해병대 지휘관들은‘호우 피해 복구를 한다는 정도 수준의 회의’라거나‘출동 부대의 실종자 수색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7월17일 임성근 전 1사단장에게 현장 출발 신고를 할 때도 부하 지휘관들은‘실종자 수색 임무’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다고 했다.신고를 마친 한 대대장은 지휘관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우리 임무가 뭐냐?”라고 묻기도 했다.국방부 조사본부도 보고서에 “해병대 7여단장이 현장 지휘관인 포병 11대대장과 채 상병 소속 부대 지휘관인 포병 7대대장 등에게‘이번 임무는 실종자 수색’이라고 임무를 하달한 시간은 7월18일 오전 5시~5시45분께”라고 적었다.
쟁점은‘지시를 했다(임성근 전 1사단장),못 들었다(부하 지휘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핵심은 실종자 수색 임무 지시‘인지 시점’이다.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당시 해병대원들이 안전대책을 마련할 시간도,안전장비를 갖출 여유도 없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원인으로‘늦게 임무를 인지한 점’을 꼽았다.실제 당시 채 상병이 소속된 부대는‘호우 피해 복구’준비만 하고 현장에 투입돼 구명조끼,안전로프 등이 없이 수중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했다.임 전 1사단장의 늦은 임무 전파와 곧바로 이어진 수색 임무 지시가 이 사건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병대 1사단은 2022년 힌남노 태풍으로 경북 포항에 수해 피해가 발생할 당시 투입된 부대였다.상륙돌격장갑차가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현장에 고립되어 있던 시민들을 구조하면서 주목받았다.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포항 피해 현장을 찾아 작전 지휘관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격려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선 임 전 1사단장이 수색 임무를 늦게 전파해놓고서 수색 작전은 서둘러 지시한 것에 주목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정부의‘성과’가 될 만한 뉴스를 만들어주기 위한 무리한 수색 지시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다.
2023년 7월15일,김은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폭우 피해 및 대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라고 밝혔다.심각한 폭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연장한 것을 두고 야당의 지적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이 서둘러 전한 메시지였다.당시 윤 대통령은 나토(NATO) 순방에 나섰다가 귀국 날짜를 연기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깜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당부 메시지’가 나온 이후,군의 현장 투입 소식이 일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육군은 주말인 7월15일 오후 8시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특전사의 주민 11명 구조 소식을 전했다.다음 날인 7월16일에는 공군도 보도자료를 내고,경북 예천과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 군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2023년 7월17일 오후,윤석열 대통령이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현장을 찾았다.윤 대통령은 구조·복구 작업 중인 군·소방·경찰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하고,당시 군의 피해 복구 작전 책임자였던 육군 50사단 수색대 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한 명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고 말했다.해병대가 경북 예천 피해 현장에 투입된 건 윤 대통령의 경북 예천 피해 지역 방문 다음 날이다.7월18일 오전 해병대 사령부는 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를 통해 해병대 1사단과 상륙돌격장갑차,베이비토스 향수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이 출동했다고 알렸다.그리고 하루 뒤인 7월19일 오전,해병대 사령부는 추가 문자 공지를 보냈다.채 상병 사고 소식이었다.
조사본부 보고서와 당시 윤석열 대통령 일정을 종합하면,베이비토스 향수공교롭게도 임성근 전 1사단장이 경북도 지원 요청을 뒤늦게 전파하고 피해 지역 출동을 지시한 시점은 윤 대통령의 경북 예천 피해 현장 방문이 정해진 때와 겹친다.
국방부 조사본부도 보고서를 통해 임 전 1사단장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보고서를 보면,임성근 전 1사단장은 7월19일 오전 6시50분께 해병대 공보정훈실장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공보정훈실장은 당시 임 전 1사단장에게 해병대 장병들과 장갑차들이 경북 예천 현장에 투입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보도를 여러 건 정리해 보냈다.임 전 1사단장은 공보정훈실장에게 “훌륭하게 공보 업무를 했구나”라며‘현장의 미담’을 언급하면서,향후 언론 대응 방향에 관해 지시했다.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성근 전 1사단장이 안전한 수색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외적 군기에만 관심을 뒀다”라고 지적했다.
“답답하다,빨리 현장에 들어가라”
임성근 전 1사단장의 늦은 임무 전파에도,현장에 투입된 해병대 지휘관들은 안전대책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현장 지휘관들의 진술과 이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종합하면,실종자 수색에 나선 해병대 포병대대는 채 상병 사고 전날(7월18일) 현장에서 사전‘위험예지활동’을 실시했다.위험예지활동은 국방안전훈령에 따라 훈련이나 작전 수행 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평가하고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실제 급류 형성과 도로 유실,산사태 구간 등 위험 요소에 대한 구체적 보고가 이뤄졌다.
당시 지휘관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물에 들어가기 무섭다‘아직 급류라서 위험하다’는 평가가 있다.작전 수행이 불가능해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포병 7대대장)도 있었다.보고를 받은 해병대 7여단장은 “무리하게 하천에 접근하지 말고 위험지역은 도로 위주로 정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임성근 전 1사단장의 늦은 임무 전파에도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조치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방부 조사본부는 보고서에서 “(7월18일 첫 투입 이후) 뒤늦게라도 전문 구조장비를 보급하거나 안전로프,구명조끼 등을 지원하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해병대가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실제 사고 당일인 2023년 7월19일에는 앞서의 위험예지활동이 생략됐다.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 7대대는 7월19일 장비로 삽,마대,장갑,갈퀴,밧줄만 챙겨 현장에 투입됐다.호우 피해 복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이었다.경찰 수사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사고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사고 당일 위험예지활동이 생략되고 안전장비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이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당시 현장 지휘관들이 해병대 수사단,국방부 조사본부 조사,경찰 수사 등에서 공통적으로 7월18일 임성근 전 1사단장의 행적을 떠올리고 있다.임 전 1사단장은 이날 오전 경북 예천 피해 현장에 투입된 포병3대대 9중대를 방문했다.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9중대장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 과정에서 “처음 온 작전지역이라 병력들을 대기시키고 작업 간 안전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있었다.그런데 사단장께서 말을 끊고‘답답하다.너희 어느 중대냐,빨리 현장에 들어가라’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임 전 1사단장이 작전 수행을 재촉했다는 뜻이다.다른 현장 지휘관들도 해병대 수사단,국방부 조사본부,경찰 조사 등에서‘사단장이 화를 내며 재촉하고 압박하는 상황이었다‘안전조치는 물론 브리핑도 없이 수색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서 나온 임성근 전 1사단장의‘메시지’는 이후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지휘관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파됐다.같은 날(7월18일) 오후 해병대 7여단장→포병 11대대장→각급 대대장 순(계급,지휘체계 순)으로 전달된‘사단장 수색 지시 강조 사항’을 보면‘자신감이 없고 작전 수행에 대한 설명 미흡,군인다움 미흡‘특히 포병이 특히 비효율적임’이라는 지적이 적혀 있다(〈그림〉 참조).그리고 다음 날 7월19일 임 전 1사단장이 다시 현장에 방문해 점검할 것이라는 내용도 전파됐다.
이에 대해 임 전 1사단장 측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카카오톡에서 발견됐다는 사단장 수색 지시 강조 사항과 같은 내용으로 지시한 적 없다.현장 방문 과정에서도 작전 수행과 관련된 의견 피력과 조언을 해줬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중 수색 지시’와‘수변 수색 지시’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당시 사고 현장은 폭우로 물이 크게 불어나 수변과 수중 구분이 어려웠다.그러나 둘 사이 구분은 명확해야 한다.채 상병은‘수중’에서 수색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따라서 경찰은‘수중’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법적으로’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수변 수색과 수중 수색에 대한 구분은 결국 피의자(이 사건에서는 책임자)의 혐의 적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주요 기준이 된다.
수변 수색과 수중 수색에 대해서도 당사자들 사이 말이 엇갈린다.해병대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임 전 1사단장을 비롯한 지휘관들 사이 다양한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데,현재 지휘관들 대부분은 명시적으로 “물에 들어가라” “수중 수색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들이 해병대 수사와 경찰 조사에서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고 발생 전날인 7월18일,포병 11대대장이 포병 대대 지휘관들에게 전파한 카카오톡 메시지다.이 메시지는 해병대 7여단장이 앞서의‘사단장(임성근 1사단장) 지시 사항’을 전달한 이후,포병 11대대장에게 구체적 내용을 구두로 설명했고 이를 포병 11대대장이 부하 지휘관들에게 공유했다.
7월18일 지휘체계 순으로 전파된 지시 내용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경계구역 나누고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라(임성근 제1사단장)’→‘수변 수색 활동을 원칙으로 한다.의심 지역엔 장화 착용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해병대 7여단장)’→‘필요할 경우 허리 높이까지 들어가라(포병 11대대장)’→‘허리 높이까지 들어가 수색 작전을 수행하라(포병 7대대장).
모든 지시에‘수중 수색’이라는 단어는 없다.그러나 최초 지시와 마지막 지시에는 큰 차이가 있다.지시 내용이 점차 변화하면서‘수중 수색’의미가 선명해진다.이 지점을 두고 임성근 전 1사단장과 7여단장,포병 11대대장은,적어도 자신들은‘수중 수색’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니 법적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현재 유일하게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고 인정하는 지휘관은 이들 가운데 가장 하급자인 포병 7대대장뿐이다.
다만 포병 7대대장과 다른 현장 지휘관들은 수중 수색을 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받았다고 항변한다.수변과 수중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와‘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찔러가면서 정성껏 수색하라’는 모순된 지시에,임 전 1사단장의 현장 방문 후 내비친‘격노’와 조성된‘분위기,다음 날 추가 현장 방문 점검 예고 등을 감안하면 부하 지휘관들이 사단장 지시를 적극적(수중 수색)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취지다.
임 전 1사단장의 7월19일 현장 방문을 앞두고 7여단장과 포병 7대대장이 나눈 전화 통화 녹취에서는 임 전 1사단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중 수색 수행을 전제로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전화 통화에서는 7여단장이 “사단장님이 너희 중대 보러 오신다고 하셨는데”라고 말하자,포병 7대대장은 “물속에 좀 들어 있는 거 보려면 간방교 일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포병 7대대장은 사고 전날 강력히 철수 건의를 했던 현장 지휘관이기도 하다.그러나 상급 지휘관들에게 이 건의를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포병 7대대장 측이 공개한 전화 녹취를 보면,포병 7대대장과 포병 11대대장은 2023년 7월18일 아침 6시20분께 실종자 수색 구역으로 지정된 내성천 현장 상황을 파악한 후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포11대대장: “야 이거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
포7대대장: “못합니다.선배님 이거 하면 안 됩니다.위험합니다.”
포11대대장: “하하 이거 참,내가 7여단장에게 전화할게.”
권한 없으니 의무도 없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의‘지시 권한’에 대한 쟁점은 경찰이 특히 신중히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임 전 1사단장이 부하 지휘관들에게 처음으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2023년 7월17일 오전 10시,호우 피해 지역 작전통제권이 해병대에서 육군 50사단으로 전환됐다.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게 해병대 1사단을 작전 통제하라고 명령했고,제2작전사령부는 경북 예천을 관할로 둔 육군 50사단에 해병대 1사단을 작전통제하라고 지시했다.그런데 작전통제 권한이 없는 임성근 전 1사단장은 7월17일 오전 10시12분 휘하 지휘관들에게 실종자 수색 임무를 하달했다.다음 날에는 현장에 방문해 수색 현황을 점검하고 수색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임 전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포병 7대대장 측 변호인은 이 부분을 지적한다.변호인은 고발장을 통해 “임성근 전 1사단장은 육군 단편명령 자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호우 피해 복구 작전과 관련해 임 전 1사단장에게 명령 권한이 없는데도 작전통제권을 임의로 행사해 직권을 남용했다”라고 주장했다.
임성근 전 1사단장도‘당시 자신에게 권한이 없었던 게 맞다‘고 인정한다.포병 7대대장 측 변호인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것 같지만 결이 다르다’지시 권한이 없었으니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임 전 1사단장 측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작전통제권 전환으로 인해 명령을 발령할 권한도,베이비토스 향수해병대원을 지휘하고 감독할 권한,안전 확보 의무 또한 없었음이 명백하다.범죄(업무상 과실치사,직권남용 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앞서의‘사단장 지시 사항’카카오톡 메시지와 현장 방문,수색 방식에 대한 지시 등에 대해선‘의견과 조언’이었다는 입장이다.
사건 당사자들의 변호인들의 설명을 종합하면,베이비토스 향수현재 경찰은 임성근 전 1사단장에 대해 큰 틀에서 두 가지 측면에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첫 번째는 7월15일부터 19일 사이 임성근 전 1사단장의 지시와 행위가 없었다면,해병대원들은 안전대책을 마련하고,수중 수색도 하지 않았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이는 지휘체계가 명확한 군 특수성을 고려하고,원인과 결과를 폭넓게 인정하는 쪽이다.한 군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뚜렷한 군에서는 상급자의 기침 소리 한 번도 지침이 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쪽은 임 전 1사단장의 말과 행동이 사고의‘직접 원인’이 되는지 여부다.앞서의 경우보다 범위를 좁혀,베이비토스 향수사고 발생에 영향을 준 핵심적이고 직접적 원인만 인정하는 취지다.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판단할 때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법원도 이를 엄격하게 심리한다.임 전 1사단장 측이‘수중 수색’을 명시적으로 지시한 적 없다거나,작전통제권 전환으로 인해 지시 및 명령 권한,안전조치 마련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지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6월10일 임성근 전 1사단장은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부하들을 선처해달라는 취지라고 임 전 1사단장 측은 전했다.임 전 1사단장은 탄원서에서 “이 사건 처리 결과는 향후 한국 군의 미래와 국가안보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줄 것이다.만일 이번에 군 작전 활동에 참여한 제 부하들을 형사처벌하게 되면 파급효과는 이들 개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만 사건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임 전 1사단장은 “포병대대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이 포병 위상을 높이려는 의욕에서 작전 대상 지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해 지침을 전파했다.포7대대장은 작전 지침을 오해해 작전 대상 지역이 수변에 국한됨에도 허리까지인 경우에는 수중도 포함된다고 오판해 부하들에게 하천 본류까지 들어가도록 지시했다”라고 주장했다.이어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다.경찰과 군대가 다른 점은,군대는 죽으라는 지시를 해도 따라야 하지만 경찰은 피해받는 상황에서 자기 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유일하게 수중 수색 지시를 인정하고 있는 포병 7대대장은 5월29일 해병대 내 고립을 견딜 수 없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6월13일 퇴원한 그는 곧바로 채 상병이 잠든 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포병 7대대장은 방명록에 “사랑하는 나의 전우.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그 어두운 곳에 혼자 있게 해 정말 미안하다.우리 부대원이어서 고마웠고,자랑스럽다.대대장이 죽는 그날까지 너를 잊지 않을게”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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