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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교수 비대위 "개인 양심·자율 기반…전면휴진 안될수도"
보류 결단한 서울의대·의협·서울성모와 다른 결정…병원측 "정상 운영"
정부 "환자생명 위협 동의 못받아"…환자단체 "진료예약 어떡하냐" 불안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2024.6.26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의료계의 집단 휴진 중단·보류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등이 수련병원인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27일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의료현장에 혼란이 우려된다.
다만 교수들이 자율에 기반한 휴진이라고 설명하는데다,막판까지 휴진 강행 여부를 고심하느라 제대로 진료나 수술 일정이 조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교수들의 실제 휴진 참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의대의 휴진 결정은 의정 간 대화 분위기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환자들은 예약된 자신의 진료가 취소 혹은 연기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2024.6.26
'정부 전향적 태도' 요구…"기한없는 휴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예고했던 대로 오는 27일부터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및 시술 등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26일 밝혔다.
휴진하더라도 입원 병동과 응급실,중환자실,래로 시작하는 단어투석실,분만실 등 필수적인 분야의 업무는 유지된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세 곳 교수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27일부터 기한이 없는 휴진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를 일으키고 키운 정부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의 근본 원인이 의료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전문가로서 의료계의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이고,시늉뿐인 대화를 진정한 소통으로 변화시켜라"고 촉구했다.
이번 휴진 강행 결정은 최근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의정 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른 대학병원들이 휴진 계획을 잇달아 중단·보류한 가운데 나왔다.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던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21일 닷새 만에 휴진을 중단했고,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의협은 지난 24일 계획을 보류했다.
전날에는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속한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와 삼성서울병원이 수련병원인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무기한 휴진을 유예하기로 한 바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런 움직임을 고려해 이날 오후까지 휴진 강행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성명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논의한 바 오늘의 이 성명을 발표한다"고 적기도 했다.비대위는 이날 휴진 강행 여부를 묻는 추가적인 투표나 설문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의료계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시키고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며 의료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의정갈등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다.2024.6.25
교수들 대규모 참여 가능성 낮을 듯…비대위도 "적극적 의사표현" 강조 연세의대가 '무기한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했지만,실제로 얼마나 많은 교수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일평균 외래 환자는 세브란스병원만 하루 9천명에 달하는데 진료는 상당 부분 정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에 집단 휴진 움직임이 거셀 때 처음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던 서울대병원의 경우 진료와 수술이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들긴 했지만 1주일이 채 안 돼서 회복됐다.
다른 대형병원들이 휴진을 보류하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휴진인 만큼 교수들의 참여는 서울대병원 휴진 때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명에 "휴진은 강제적이거나 폭압적인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기반한 결정이기에 시작부터 전면적인 휴진이 되진 않을지라도,우리나라의 의료를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바꿀 불씨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 의료정책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의사 표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집단휴진 강행이 상징적인 행동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연세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개별적으로 휴가를 써서 진료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이런 움직임이 크지 않고 휴진 신청자도 27~28일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강제성 없이 개별적으로 휴진에 참여하는 것이라서 병원은 정상 운영될 것"이라며 "내일(27일)엔 휴진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것 역시 휴진 참여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환자단체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고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다음 달 초 대규모 거리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이 쓴 '무기한 집단휴진 계획에 대한 입장'이 붙어 있다.
전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처를 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2024.6.13
"연세의대 역사 이어나갈 것" 강조에도 환자들 반응은 '썰렁' 교수들은 명분을 강조하고 있지만,환자들에게는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휴진 강행을 결정하면서 "1985년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며 이 땅에서 시작된 연세의대의 역사는 바로 지금과 같은 결정과 행동들이 이어져 온 것"이라며 "연세의대의 역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휴진 강행 소식에 세브란스병원에 진료 예약이 된 환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환자는 세브란스병원 예약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진료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이 환자는 상담사로부터 "정상진료 예정이며,혹시나 변경이 필요하면 연락주겠다"는 답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암 환자 커뮤니티에서도 "27일부터 휴진이라는 데 그날 진료다.다른 분들은 휴진 관련 연락받은게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집단휴진 발표 당시 성명을 내고 "진료 연기나 예약 취소 등의 업무를 일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던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입장 얘기하는 게 가치 없는 일 같다.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휴가를 받으며 꼼수를 써서 휴진하겠다는 것까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서 세브란스병원 등의 집단 휴진 움직임과 관련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방식은 그 누구의 지지와 동의를 받을 수 없다.환자를 보살피면서,합리적 토론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지난 5월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휴식하고 있다.202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