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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청주시청사 부지 편입 뒤 인근 이전 추진하다 법인 취소돼
정계 등 "강제수용 때문" 비판…청주시 "환자 전원 과정 협조"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북 첫 종합병원으로 개원해 44년간 묵묵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법인 청주병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새 청주시청사 건립 예정지에 편입돼 강제수용된 뒤에도 장기간 퇴거하지 않고 영업하다가 자율 이전을 코앞에 뒀는데 이전 대상 건물이 법인 기본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충북도의 의료법인 취소 결정이 나와서다.

청주병원 구성원들이 향후 개인병원 등을 운영할지 모르나,대나무 마작 자리의료법인 간판은 내려진다.

청주시는 환자 전원 조치 등 법인 해산 절차가 잘 마무리되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나,"새 시청사 건립사업 때문에 청주병원이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청주병원 앞에 설치된 펜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병원 앞에 설치된 펜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병원은 1981년 조임호 이사장에 의해 충북 첫 종합병원으로 개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병동 폐쇄,대나무 마작 자리노사 문제 등을 겪으면서 지금의 병원급으로 규모를 줄였다.

현재 청주병원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고 8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역 의료 현장을 꾸준히 지켰던 이 병원은 2014년 옛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통합시 출범에 따라 늘어난 공무원들이 한곳에서 근무할 새 청사가 필요해졌고,대나무 마작 자리용역 결과 옛 시청 일대에 새 청사를 짓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청주병원 건물과 부지가 포함됐다.

시는 2016년 11월 보상계획을 발표하고 수차례에 걸쳐 협의 보상을 시도했으나 병원 측은 감정평가로 매긴 보상가가 적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시는 강제수용 절차를 진행,2019년 6월 충북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수용 재결을 받아 손실보상금 172억여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렇게 청주병원 토지·건물은 청주시로 소유권이 넘어왔고,대나무 마작 자리병원 측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소유권이전 등기가 진행된 직후 시가 법원에 공탁한 손실보상금을 찾았다.

청주병원은 훗날 "시청사 건립 얘기가 나오면서 입원환자 수가 감소하는 등 경영이 손실로 돌아섰고,시의 요청으로 노인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목돈도 들어갔다"며 "금전 압박이 심했는데 병원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추가 대출도 안 돼 공탁금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병원 측은 과거 보상 협의 과정의 문제점 거론과 함께 이전 부지에 대한 시의 행정적 지원 등을 요구하면서 이전을 거부해 강제집행 당할 운명에 놓였다가 지난 4월까지 자율 이전 하기로 시와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청주병원은 30억원을 들여 인근 건축물의 4개 층을 임차한 뒤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건축물 사용승인까지 받았으나,대나무 마작 자리충북도는 "법인 소유의 토지,대나무 마작 자리건물에서만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다"며 지난 5월 청주병원의 의료법인 정관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청주병원 강제집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병원 강제집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는 구체적인 기본재산 확보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으나,병원 측이 제대로 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법인 취소 결정으로 이어졌다.

청주병원은 법인 취소까지의 모든 절차에 불법성은 없었는지 살핀 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주병원 관계자는 7일 "법인 취소 결정이 내려지는지 얼마 안 돼 청주시로부터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임시병원으로 사용하려 한 건물 주인은 원상 복귀를 요구하는데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충북 첫 종합병원으로 청주에 터를 잡아 시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노인전문병원 위탁 운영 등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진행돼 착잡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는 "오랜 기간 지역 의료를 위해 노력한 청주병원이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환자 전원 조치 등에 협조하면서 의료기관 취소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집행 막는 청주병원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제집행 막는 청주병원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병원 사태를 지켜보던 시민단체와 정계는 청주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청주 첫 종합병원이 무능 행정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며 "시는 신청사 건립을 중단하고 지역법인 취소를 뒤집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꼬집었다.

청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공동 성명에서 "청주병원이 의료법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재산을 잃은 것은 애초 청주시의 강제수용 때문 아니냐"며 "이익을 위해 원주민을 내쫓는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연상시킨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청주가 지역병원을 추가 유치하기는커녕 오랫동안 유지되던 병원의 소멸을 방치한다면 시민을 '의료사막' 위험에 빠뜨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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