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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

캐시 박 홍 미국 UC버클리대 영문과 교수(왼쪽 화면)와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26일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이준헌 기자
캐시 박 홍 미국 UC버클리대 영문과 교수(왼쪽 화면)와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26일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이준헌 기자

고등교육자 가려 받은 미국
아시아인‘모범 소수자’신화

한국선 국가별 직업 제한
제도가 인종별 계급 만들어

법·정책,실케보르 대 미트윌란차별 해결에 한계
저출생 등‘문화적 접근’도



캐시 박 홍 미국 UC버클리대 영문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 대담에서‘모범 소수자’신화를 언급했다.모범 소수자는 근면하고 우등하며 사회적 성공을 이룩한 소수자를 뜻한다.미국계 아시아인들 사이에 자리 잡은 모범 소수자 신화는 다른 소수 인종을 낮춰보는 차별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모범 소수자는 박 홍 교수의 책 <마이너 필링스>에서 소개된 개념이다.

이날 박 홍 교수와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의 대담에서는 역사적 맥락과 제도 속에 담긴‘차별’을 둘러싼 이야기가 오갔다.박 홍 교수는 모범 소수자 신화의 제도적 근원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미국은 (아시아인의) 아메리칸드림을 이야기하지만 (미국에서) 아시아인의 성공은 미국의 이민정책 때문에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홍 교수는 미국은 1965년 이후 의사나 공학자 등 고등교육을 받은 아시아계 이민자를 선별해 받으면서 아시아인 사이 모범 소수자 신화가 커졌다고 본다.일종의‘선발효과’가 미국의 이민정책에도 작용했다는 취지다.박 홍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인을 가려 받았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많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박 홍 교수에게 “제도가 어떻게 인종주의를 만드는지 통찰을 주신 것 같다”며 한국의 이주노동자 사례를 소개했다.김 교수는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올 수 있는 국적을 16개로 제한한다”며 “주로 동남아시아에 있는 국가인데,한국에선 이제 동남아시아에서 온 분들은 곧‘이주노동자’라는 관념이 자리 잡혀가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영어를 쓰는 나라는 많지만 한국에선 영어교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미국 등 7개 나라 국적자로 한정됐다”며 “이런 제도를 잘 모르면 현상적으로 인종·출신 국가에 따라 계급적,직업적 특성을 갖게 된다고 오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박 홍 교수는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이들에게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사례로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을 꼽았다.그는 “AI와 알고리즘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대다수가 백인 남성인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그는 “정책 입안자도,실케보르 대 미트윌란기관도,제도도,대학도,기업도 마찬가지로 누가 운영하는 주체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박 홍 교수는 제도와 법으로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항상 걸림돌과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에‘문화의 문제’로도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그는 “한국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세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아 보인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라고 생각한다.여성을 설득할 게 아니라,남성에게‘평등한 파트너가 될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선‘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밝히는 게 금기시되는 것 같은데 매우 놀랍게 다가온다.일종의 마녀사냥과도 유사하게 느껴진다”며 “오래 걸리겠지만‘여성에 대한 폭력을 좌시하지 않겠다‘(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문화가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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