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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체 분리 뒤 고의 살인여부가 관건
CCTV 없고 진료기록부 가늠 안돼
의료계 “살인” 법조계 “처벌 못해”
임신 36주차 산모에 대한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집도해 태아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70대 병원장이 “(수술 당시) 사산된 아이를 꺼냈다”고 주장했다.모체와 태아를 분리할 당시 태아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이다.집도의가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다 물증 확보도 어려워 산모와 의사를 상대로 한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수도권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 A씨(78)는 지난 14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수술 당시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다만 A씨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 수술 당시 태아 상태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보통 36주차 태아는 모체 분리 이후에도 생존이 가능하다.만약 의료진이 모체로부터 꺼낸 태아를 일부러 죽게 했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하지만 낙태 수술을 집도한 A씨는 이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게다가 수술실에는 CCTV가 없어 경찰이 수술 당시 상황을 파악할 증거 수집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병원 진료기록부에는 A씨 주장대로 36주 된 태아가 사산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하지만 진료기록부만으로는 태아가 낙태 수술 전 사망했는지,도쿄베르낙태 수술로 생명을 잃었는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만약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이 한결같이 A씨와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경우 경찰은 이를 깰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해당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이 병원은 압수수색 이후에도 계속 진료를 하고 있다.지난 14일 오전 찾은 병원 1층에는 간호사 등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다만 내원한 환자는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서울 소재 한 유명 의대를 졸업한 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수십년간 산부인과를 운영해 왔다.그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정회원이자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외래교수로도 일했다.
A씨 등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을 두고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사 관점에선 임신 23주 이상부터는 태아가 모체 분리 시에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살인이라고 본다.윤리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에 따르면 임산부 동의 없이 제3자가 낙태를 하는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며 “낙태죄 관련 처벌조항이 없는 상태로 놔둔 국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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