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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인,2017년부터 사기범에 속아 93가구 계약 중개…법원,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법조계 "중개인,계약 중요사항 설명 의무…고의든 과실이든 문제 발생하면 처벌 불가피"
"일반인,전문가 아니기에 신탁 등 개념 생소…중개인의 설명의무 강화될 수밖에 없어"
"그동안 민사재판서는 설명의무 자주 강조…형사재판도 중개인 책임 인정,의미있는 판결"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A,월드컵 전패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월드컵 전패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 등 93가구의 전세 계약을 중개했다.해당 계약의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13억원을 받아 가로챈 전세 사기범 C씨였다.당시 C씨는 한 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나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자 A씨와 B씨를 통해 별도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후 C씨가 수탁사와 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금융기관)의 동의를 받지 않아 C씨와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A·B씨는 C씨와 공모해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이들이 수탁사와 우선수익자로부터 동의받았다는 C씨 말만 믿고 계약을 중개한 가능성이 높은 점이 참작됐다.반면 2심 재판부는 공모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부동산 거래 시 중요사항을 세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대상물의 계약상 중요사항에 관해 중개의뢰인(세입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부동산 신탁 거래시 우선수익자의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계약상 권리가 적힌 '신탁원부'를 보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는데 동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부동산 신탁이란 부동산 소유자가 신탁회사에 부동산 관리,처분 등을 위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게 되므로 소유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 자체가 없어진다"며 "즉,임대차계약을 신탁회사과 임차인이 하는 것인데 신탁원부에 예외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차인은 보증금도 소유자가 아닌 신탁회사에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신탁원부 발급도 생소하고 신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 중개인의 설명의무가 강화 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민사에서 중개인의 설명 의무에 대해 책임을 부여하는 판단을 해왔다면 형사 재판에서도 중개인에게 중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다"고 부연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공인중개사는 일반인보다 부동산 계약 관련해 전문가인 만큼 중개대상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계약에 하자가 없이 안전하게 거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최소한의 기본적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대해 법원에서도 책임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건은 과거엔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과태료 부과,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은 만큼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려면 중개인에게 더 큰 책임을 부여하고 체계적인 자격증 관리,처벌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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