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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대출 희망자에 "휴대폰 개통시 자금 융통" 유혹
대포폰 명의 제공 2695명…개통된 휴대전화 3767대
범죄집단 가담 혐의 피의자 140명…157명 전원 송치
경찰,유통된 불법유심 활용 범죄 파악…"추가 수사"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인터넷 광고로 모집한 대출 희망자 2700여명을 상대로 이른바 '휴대전화깡'을 유도하고 대포폰을 조직적으로 유통해 64억여원을 챙긴 범죄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올해 3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30대 남성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터넷 광고로 모집한 대출 희망자들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USIM)은 피싱조직 등에 유통해 64억여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총책 A씨 등은 대구·경북 구미 일대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상담을 위한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한 뒤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다만 휴대폰 개통은 개통·관리책(기사)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이뤄졌다.
범행 수법은 인터넷 대출광고를 보고 연락한 소액대출 희망자들에게 "일반 대출이 부결됐다.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한 대당 130~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하고 명의자에게는 기종에 따라 40~100만원을 지급했다.이후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 조직에 유통시켰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경 자신의 지인이나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모집한 상담원,로또1001기사 등을 조직원으로 모아 범죄집단을 결성하고,로또1001행동지침을 정해 수시로 조직원들을 교육시키는 등 각각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총책인 B씨와 C씨는 A씨 밑에서 기사,조회업자로 활동하다가 각각 2020년 11월,2021년 11월경 범죄집단을 새로 결성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다 적발됐다.이들은 조직원 모집 과정에서 정상적인 대부업체인 척 잡코리아나 알바몬 등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범행에 이용된 명의자는 2695명,이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총 3767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명의를 제공한 이들의 63%는 할부금을 연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 발생한‘강남 마약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의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번 휴대전화깡 범죄의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경찰이 범죄집단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한 이들은 총책 10명을 포함해 총 140명이다.이는 형법상 범죄집단이 적용된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총책 10명 중 7명이 구속됐고,기사 101명 중 1명이 구속됐다.상담원으로 범행에 가담한 29명은 구속되진 않았다.이밖에 매입업자,조회업자,휴대전화 판매점 업주 등 공범 17명 중에는 1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피의자 157명 전원을 검찰에 송치했다.또,수사 과정에서 59억83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확인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하고,국세청에 피의자들에 대한 탈세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에 유통된 불법유심 중 172개가 보이스피싱,불법 리딩방 등 각종 사기범죄(278건,피해액 총 339억원)에 이용된 것을 파악하고 수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긴박한 사정을 악용한 범죄다.명의 제공자는 갚아야 될 할부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오히려 신용도가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대출을 신청했는데 휴대폰 개통을 유도한다면 100% 휴대폰깡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