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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읍서 공동선언문 발표…초광역교통망 확충·협력사업 발굴 등
경제동맹 실행력 높일 획기적 내용 부족 지적…"선언에 그쳐선 안돼"
광주시와 전남도,전북특별자치도가 4일 '호남권 경제동맹'을 맺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을 내놨다.호남 3개 지자체는 광주·전남북 초광역 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호남권 경제동맹'을 출범하기로 했다.이들 시도는 경제동맹을 계기로 광주·전남북 초광역 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호남 상생 발전을 꾀하고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합의한 호남 3개 지자체의 경제동맹은 공동 번영과 내실 있는 발전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동시에 정치적 이해에 따라 뒤따를 수 있는 동맹의 느슨한 결속력 문제와 지역상품권 통합 발행 등 경제동맹의 실행력을 끌어 올릴 세부 내용이 빈약해 자칫 무늬만 동맹 선언에 그칠 우려도 낳고 있다.
'경제동맹' 어떤 내용 담았나
호남 3개 지자체는 이날 정읍 JB금융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제12회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열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이번 호남권 정책협의회는 전남 나주 개최 이후 7년 만이다.이번 만남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모제에서 3단체장이 공식 회동에 공감하면서 이뤄졌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강기정 광주시장,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선언문은 전북,광주,전남이 상호협력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하며 지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공동 선언문에는 △초광역 교통망 확충 초광역 산업 협력사업 발굴 △동학농민혁명·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았다.이를 위해 단체장들은 특별법 제·개정 등 입법 및 국가 예산 확보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공동협력의 주요 내용 가운데 초광역 도로망 확충은 노선 중복으로 차량정체가 심화하고 고속도로 접근성이 떨어졌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특히 이번 협력안의 핵심은 초광역 교통망 구축이다.이날 각 시도는 전남 고흥~광주~전주~세종을 거치는 '호남권 메가시티 고속도로'를 추진하기로 했다.
호남권 주요 간선망인 남북 2축·3축·4축은 중복 노선 혼재돼 있다.교통정체는 물론 고속도로 접근이 취약한 지역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이에 호남권 지자체는 남북축 도로 고도화를 통한 호남권 광역교통망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초광역 산업 협력도 이차전지와 에너지 R&D,지능형 농생명 분야의 협력벨트를 각각 나눠 구축한다는 계획이다.경제협력은 호남권 3개 지자체 내에서 수요와 공급을 해결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2차 전지의 경우 전남 광양을 공급 기지로 활성화하고 나머지 지자체가 이를 받아 사용한다는 것이다.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3개 지자체 내에서 맞추는 등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3개 시도는 호남의 풍부한 관광,문화,역사 예술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 '호남 관광문화 주간'도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광역을 넘어 초광역 자치단체 간 연합이 필요한 이때 호남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오늘 역사적·정서적으로 맞닿아있는 시도가 긴밀한 협약을 통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연 만큼 호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본보기가 될 동맹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역대 정부마다 지방자치·균형발전·초광역 협력·지방시대 등 정책을 추진했고,충청권·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초광역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호남권 동맹이 많이 늦었지만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서 "앞으로 긴밀한 협의로 성공모델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7년 만의 뜻깊은 오늘 자리는 3개 시도의 미래 100년을 함께 찾아가고 해법을 마련하는 단초가 돼야 한다"면서 "전남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이유도 경제동맹의 결속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행정적 통합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호남권 경제동맹'이다.이날 선언은 부울경과 대구경북이 초광역 행정통합,충청권이 특별자치단체인 연합지방정부 추진에 호남권은 경제동맹으로 맞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3개 지자체는 올해 경제동맹을 선언하고 내년에 출범한다는 계획이다.내년에 경제동맹 규약을 제정하고 각 지자체 의회와 행안부 승인을 받게 된다.이들 지자체는 경제동맹이 출범할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대규모 사업의 공모에서 주는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호남 3개 지자체가 이날 경제동맹을 채택한 것은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광주전남북 시‧도 간 초광역 행정통합의 경우 해당 시‧도 지방의회 의견 수렴 또는 주민 설득 과정이라는 난관을 넘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행정구역 변경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반면 메가시티(경제통합)은 지방자치단체의 특수성과 행정구역을 유지하기 때문에 통합 절차‧이해관계‧주민저항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불필요한 행정비용 소모도 발생하지 않는다.각 지방자치단체가 법‧재정적 기반 없이 추진하고 있는 초광역 협력 구상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점도 큰 차별점이다.
이 같은 점 등을 감안해 3개 지자체가 현 단계에서 설익고 인위적인 행정구역 개편보다는 광역경제권 설정을 통한 초광역 협력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뜻을 함게 한 것으로 읽힌다.
장밋빛 기대,문제는 없나…"느슨한 동맹 결속력 과제"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기대와 달리 우려도 공존한다.호남 3개 지자체 경제동맹은 부울경과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지방연방정부)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또 지난해 출범한 충청지방정부연합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대전·충북·충남·세종시 등 4개 지자체로 뭉친 충청권 특별자치단체는 하나의 인사권과 의회를 구성하고 독립된 지자체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경제동맹은 메기시티(경제통합)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행정통합이나 연합지방정부에 비교하면 협력 고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수준이다.이 때문에 느슨한 동맹의 결속력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처럼 하나의 지자체가 정책을 철회할 경우 해산되거나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온도 차를 보이는 3개 시도의 상생 협력 지도가 어떻게 그려질지는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광주와 전남이 힘을 합쳐 서울 광주 부산 3축을 형성하고,아시안컵 나라들대한민국 발전의 강력한 축으로 성장하는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표면적인 경계만 합치는 행정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특별자치도를 통해 자치권을 강화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 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여론 등에 따라 행정통합 등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시선을 전북에만 두지 않겠다"며 "의료헬스케어,뷰티산업,미래 모빌리티,바이오 등 지역별 연대가 가능한 산업을 촉매로 초광역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관가 주변에서는 행여라도 이번 선언이 구속력이 없다는 구실을 들어,선언적 약속에 그치려고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무늬만 동맹론'을 잠재우고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박재영 전 광주전남연구원장은 "부쩍 호남권에서 떨어져 나갈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전북이 이번 호남권 경제동맹에 참여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맹의 결속력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칭 호남권 경제동맹 지원법' 제정 등 입법적 노력과 함께 가시적인 후속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경제동맹에 대한 호남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정책적 혜택과 배분이 뒤따라야 한다"며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우선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공동사업으로 지역상품권 통합 운영과 광주전남북 관광지 패키지 운영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부연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오늘 정책협의회는 호남권이 동맹하고 협조하면서 힘을 모으자는 선언적인 의미"라며 "이후 숙의 기간과 실무진 논의를 거쳐 협력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