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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신사 도톤보리 서울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일대에 집게로 담배꽁초 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수거하는‘꽁초줍깅’활동 중인‘흡연자 인권연대(이하 흡인연)’회원 3명과 환경단체‘쓰레기 줍는 사람들(이하 쓰줍인)’회원 10명이었다.
이날 모인 13명은 약 40분 동안 강남대로 일대를 약 800m 정도 걸으며 하수구 안쪽 등 길 곳곳,넣을 수 있는 곳마다 버려진 담배꽁초를 집어 각자 들고 있는 일회용 컵이나 종량제 봉투에 모았다.활동을 마치고 각자 수거한 양을 합치자 담배꽁초 약 7500개가 모였다.
서로 대립할 것 같은 환경단체와 흡연자 모임이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를 이들은 “‘탓’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쓰줍인’대표 박현지(35)씨는‘걸어 다니는 담배꽁초’처럼 보이는 비닐 코스튬 옷을 입고는 강남대로 일대를 걸었다.종이 상자를 잘라‘흡연자 환영’이라고 써서 만든 손팻말도 들고는 길에서 만난 흡연자들에게 다가가 활동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흡연자들은 대부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박씨를 외면했지만,박씨는 “담배꽁초 투기 문제에 대해 흡연자들을 탓하기만 하면 반발이 더 심해져 건강한 논의를 할 수 없다”면서 “흡연자들을 설득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환경단체인‘쓰줍인’을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그는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가‘적응하는 것’”이라면서 “큰비가 오고 수해가 발생하고 있는데,이런 현상을 보며 기후 위기만 탓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함께 만난‘흡인연’박상륜(60) 대표는 “담배꽁초 쓰레기가 하수구를 막아 수해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문제 원인으로 지목되는 흡연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른 흡연자들의 의식 변화도 모색하고자‘쓰줍인’과 함께 플로깅 활동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박씨는 “흡연자 인식 개선에 힘쓰면서 흡연자 관련 정책도 제안하겠다며 지난 2019년 7월에‘흡연자 인권연대’를 결성했다고 한다.흡인연은 온라인 기반으로 흡연 구역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를 만들거나 담배꽁초 수거함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진을 촬영하는‘매너손 캠페인’등 활동을 하고 있다.
박씨는 “흡연자는 제값을 지불하고 떳떳한 소비를 했기 때문에 흡연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한데 금연을 요구받거나,흡연자라는 이유만으로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당하곤 한다”면서 “이럴수록 더 에티켓을 지키고,흡연자가 나서서 비흡연자와 공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두 단체는 “앞으로도 흡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환경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뜻 맞춰 함께 활동하면서 지난 5월에는 산불 방지 취지로 서울 관악구 등산로 일대에서‘꽁초줍깅’활동을 했다.작년 12월에는‘담배연기·꽁초 쓰레기·화재 문제 해결을 위한 흡연구역 만들기 정책토론회’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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