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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레일 있었지만 '무용지물'…9명 사망
일방통행로 표지판 야간 인지 어려워
"가드레일 규제 강화…교통 규범 홍보 필요"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상자들은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에 의해 '가드레일' 안쪽 인도에 있다가 피해를 당했다.
실제 사고 원인은 따져봐야 하지만,사고 운전자의 참사 책임이 가장 커지만 돌진하는 차량을 막지 못한 가드레일과 명확히 인지되지 않는 일방통행도 참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에 일방통행 도로 표지와 보행자용 가드레일 성능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가해차량은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행인을 들이받은 뒤 차량 2대를 추돌했다.
현장에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설계된 철제 가드레일이 있었지만 차량 충격에 의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보행자 보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가드레일은 그 용도에 따라 크게 '차량용'과 '보행자용'으로 나뉜다.
차량용은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인도 등을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사고 위험 구간·교차로·고속도로 등에 설치된다.차량 충돌 시험 등 일정한 성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양구 방산면 날씨보행자용은 무단횡단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충돌 성능 시험도 거치지 않아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을 막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이번 사고 현장에 설치됐던 가드레일 역시 보행자용이었다.
과거 인도를 덮친 차량을 가드레일이 막지 못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021년에는 제주대학교 인근에서 4.5톤 화물차가 정차돼 있던 시내버스 2대 등을 잇달아 추돌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3명이 숨지고 버스 승객 등 5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당시 가드레일이 있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지난 2019년 12월에는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SUV가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보도를 침범,양구 방산면 날씨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해 유모차에 타고 있던 2살짜리 남아가 숨졌다.
시청역 인근 도로가 복잡해 운전자들이 평소에도 길을 혼동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일방통행로가 좀 더 명확히 인지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 차량이 역주행한 4차선 일방통행로를 호텔을 등지고 바라보면 낮 동안은 진입금지 표지판과 노면표시가 잘 보이고 4차선 일방통행로에서 마주 오는 차량들도 있어 역주행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차량 통행이 줄어드는 밤에는 바닥의 진행 방향 유도 표시와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아 운전자가 일방통행로를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를 진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현재 진입금지 표지판 및 노면표시가 설치돼 있으나 운전자들이 주간 및 야간에 보다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표지판이나 노면표시를) 보완·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모든 장소의 가드레일을 차량용으로 바꾸거나 모든 표지판을 점검하는 것은 비용 등 문제로 무리가 있다면서도 개선을 위한 지자체와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는 기존 차량보다 무거운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가드레일도 더 튼튼한 걸로 바꾸는 추세다"며 "단순히 이번 사건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산업 흐름과도 발맞출 수 있게 가드레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통행로 인지가 잘 안 되면서 역주행을 하는 일은 특히 고속도로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역주행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 규범이 선진적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