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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전용섭씨의 보물
“캄캄한 밤에 중공군이 갑자기 고지에서 우르르 밀고 내려오는 거야.정말 벌떼 같더라고.국군은 순식간에 흩어져 후퇴하는데 나는 죽은 척 쓰러졌지.중공군 한 명이 나를 발로 툭툭 차더니 총 끝으로 내 옷을 들춰 보고 지갑을 빼더니 지나갔어.”
6·25 전쟁 중인 1952년,스물두 살 나이로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전기욱씨는 훗날 아들 전용섭씨에게 이런 무용담을 들려 줬다.“나중엔 또 우리 국군이 고지를 탈환했는데,밤이라 총을 쏘지도 않고 총검을 휘두르며 중공군과 육박전을 벌였어.”
울산에 사는 전용섭(65)씨는 선친이 남긴 무공훈장과 훈장 수여증,계급장,부대 마크와 버클,전우들과 군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지금껏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부친 전기욱씨가 참전했던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서북방 395 고지에서 벌어졌던 전투로,국군과 미군이 연합해 중공군에 대적한 싸움이다.10일 동안 고지의 주인이 12번 바뀔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으나,마침내 중공군을 고지 일대에서 격퇴해 승리를 거뒀다.사상자는 국군이 3400명 미만이었던 데 비해 중공군은 약 1만4000명으로 네 배가 넘었다.
백마고지 전투 때 육군 9사단이었던 전기욱씨는 그 뒤 6사단으로 옮겼다.아들 전용섭씨가 지닌 낡은 무공훈장수여증에는 단기 4287년(1954년) 4월 1일,보병 제6사단,로또64회군번 0754139,이중(二中·이등중사) 전기욱이라 쓰여 있고,그 아래‘上記(상기) 金星花郞武功勳章(금성화랑무공훈장)을 授與(수여)함’이라고 적었다.훈장은‘대한민국’이란 한글 글씨 아래 유엔기를 닮은 세계지도를 새겼다.
대한민국 무공훈장은 1950년 10월 일·이·삼·사등의 4등급으로 정해졌으나,1951년 8월 태극,을지,로또64회충무,화랑의 4등급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각 훈장마다 금성,은성,무성의 3등급으로 세분화했다.지금은 태극,을지,충무,화랑,인헌(강감찬의 시호)의 5등급이다.전용섭씨는 “부친의 유품을 볼 때마다,대한민국의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수많은 국군 장병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기려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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