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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취임 10돌 맞은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수도권에는 아파트도 도로도 더 건설하면 안 됩니다.그리고 대학 평준화 정책을 도입해야 해요.그래야 우리나라 공교육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박종훈(63) 경상남도교육감은 “올해 경남의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만4600여명으로,처음으로 2만5천명 밑으로 떨어졌다.2022년 3만명이 무너졌는데,2년 만에 2만5천명이 무너졌다.2년 뒤인 2026년에는 2만명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다.이 추세대로 가면 2034년에는 입학생 0명이 된다.게다가 시골에서 도시로,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평이동하는 현상이 계속돼 시골 작은 학교는 더 빨리 사라질 것”이라며 “물론 계산상의 이야기이지만,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는 말과 함께 공교육 회복을 위한 과감한 방안을 제시했다.
보수성향 경남서 진보교육감으로 3선
의령 공유학교·진로교육원 등 시도
“쾌적한 미래 물려주는 게 미래교육”
박종훈 교육감은 대표적‘진보 교육감’이다.그는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디나모키예프교사 시절엔 전교조 활동을 했다.2002년 퇴직 이후 경남도교육위원을 2차례 지냈고,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그런데도 보수성향이 강한 경남에서 2014년 교육감선거에 당선된 뒤 3선에 성공했다.
7월1일로 교육감 취임 10돌을 맞는 박종훈 교육감을 지난 28일 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만났다.그는 “지나친 입시 경쟁이 사교육 시장을 지금처럼 거대한 공룡으로 키웠다.학부모가 부담하는 사교육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나라 교육이 망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도 자녀를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 카르텔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지적했다.그는 “교육감으로 10년 동안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입시 경쟁에서 구출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그는 “대학 평준화 정책을 도입해서,대학 서열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우선 전국 16개 거점 국립대학교부터 대학 평준화 정책을 도입해서 동일 학위를 수여해야 한다.우수한 학생이 서울로 몰릴 이유가 사라진다.이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억제하고,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정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최근 일부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출신학교를 드러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한다.학벌주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더욱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육감이 생각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작은 시골 학교에 질 높은 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인 경남 의령군에서 올해부터 시작한‘공유학교’가 대표적이다.그는 “의령군 대부분 초등학교는 이미 학생보다 교직원이 더 많은 상태다.그래서 의령군 모든 초등학생은 오전에는 각자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점심시간이 되면 차량으로 의령·남산·부림 등 3개 거점 초등학교로 이동해서 함께 식사한 뒤 수업을 받거나 방과후 활동을 한다”고‘공유학교’의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공유학교는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줘서 사회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게 박 교육감의 생각이다.전교생 10명 미만 작은 학교에선 불가능한 다양한 예체능·외국어 교육과 체험학습도 가능하다.“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문화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고,좀 더 많은 체험도 할 수 있게 하고 싶고,좀 더 많은 운동을 해서 건강하게 키우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10년 뒤 경남 초등 입학생 0명 될까 우려
수도권 아파트·도로 투자 억제하고
16개 거점 국립대 동일 학위 수여 등
서열화 깨고 평준화해야 공교육 살아
박종훈 교육감은 “하고 싶었고,디나모키예프해야 할 일을 대학 입시 때문에 제대로 못 한 것이 너무도 많다‘아이들을 공부시키지 않고 놀리기만 할 것이냐’는 비판 앞에서 큰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이렇게 몸부림쳐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패배주의에만 빠지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10년 전에는 학교 무상급식이 중요한 과제였는데,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육감실 입구 벽면에는 내년 3월 경남 밀양에 문을 여는 경남진로교육원의 조감도가 걸려 있었다.박 교육감은 “중학교에는‘진로’라는 정규과목이 있다.경남진로교육원은 주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할 것이다.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교육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육감이 생각하는‘미래 교육’의 모습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우리 아이들의 희망을 생각하는 교육이 미래 교육이다.첨단 교육기술과 기자재를 사용한다고 미래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쾌적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교육,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첨단 교육기술과 기자재를 사용하는 교육이 미래 교육이다.”
그는 10년 전 교육감을 시작할 때 경남 교육의 점수를 100점 만점에 50점이었고 한다면,지금은 80점 정도는 된다고 자평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100점을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할 만큼 긴 시간이다.10년의 무게만큼이나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