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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영상 SNS 무분별 확산
“어쩌면 퇴근 후 밥 한끼 먹던 길”
학생 추모글… 묵념·헌화 잇따라
스키드마크 확보했다던 경찰
“차량 부동액·냉각수 흐른 듯”
전문가들‘급발진’의견 분분
“브레이크 밟으면 무조건 점등”
“전자시스템 먹통 땐 안 먹혀”
국과수 EDR 분석 앞당길 듯
“운전자도 호전되는대로 조사”
사망 공무원 동료 부상 추가확인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차량 돌진 참사’로 순식간에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평소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사고 현장 인근의 직장인들은‘차마 현장을 보지 못하겠다’며 발길을 돌렸고,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보행 중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거나 노이즈캔슬링(주변 소음 소거) 이어폰 착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고 이후 SNS를 통해 사고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 시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프리랜서 박모(35)씨는 “사고 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섬뜩했다”며 “영상에서 본 편의점이나 식당을 평소 가본 곳들이라 그런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직장인 이모(30)씨는 “영상 속 피해자가 차를 발견하고 놀라는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8살 딸을 키운다는 김모(38)씨는 “어린 자녀가 사고 장면을 보고는 무섭다고 달려왔다”며 “이런 영상을 공유하는 걸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경찰 조사 단계에 있지만,일부 시민들은 보행 중 혹시 모를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이어폰 착용 등을 자제하기도 했다.직장인 공모(34)씨는 “저녁에 도로변 러닝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가 많은데,이번 사고를 보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꺼두고 있다”며 “그런다고 이런 사고를 피한다는 보장은 없지만,로또방 신청보행 중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또 다른 직장인 박모(36)씨도 “항상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게 일상인데,이젠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사고가 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보행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도 사고 현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점심시간인 낮 12시쯤이 되자 회사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은 추모 현장을 보고 묵념을 하거나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자신을‘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시민이 남긴 쪽지에는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고 적혔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차량 돌진 참사’당시 도로를 역주행한 사고 차량의 보조브레이크등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사고 후 차량이 멈춘 현장에선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았다.사고 당시 운전자가 감속 페달(브레이크)을 밟지 않았고,로또방 신청차량이 무리 없이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사고 원인 규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운전자가 사고로 다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도 시간이 걸려 경찰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경찰이 확보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를 낸 차모(68)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G80 차량은 참사 당일인 1일 오후 9시27분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출입구 부근 과속방지턱에서 가속을 시작한 뒤 세종대로 방향 일방통행 4차로 도로까지 역주행했다.사고 차량은 안전 펜스와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BMW와 쏘나타 차량과 잇달아 충돌했는데,영상 속 차량의 보조브레이크등은 미 점등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브레이크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야간 주행 중에도 켜지는 후미등과 달리 보조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을 때만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급발진 여부를 증명할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은 것도 차씨가 페달을 오인해 밟았을 가능성을 더한다.스키드마크는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을 때 도로 표면의 마찰력으로 인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길게 흡착되는 검은 줄을 남기는 현상이다.스키드마크의 길이에 따라 차량의 주행 속도,로또방 신청브레이크를 밟은 시점 등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레이크의 정상 작동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경찰은 당초 “정차 지점에 남아 있는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이는 사고 차량의 부동액 또는 냉각수 등이 도로에 흐른 흔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차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차량에 이상이 있을 경우,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정차할 때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진 상태였다면 급발진이 맞겠지만,사고 차량은 보조브레이크등 미 점등 상태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주행했다”며 “사고 당시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브레이크등은 페달과 직접 배선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소프트웨어 문제와 상관없이 페달을 밟으면 점등되도록 설계됐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차씨 측은 사고 당시 차량이 급가속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사고 차량에 동승한 차씨의 부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경찰은 사고 당시 갈비뼈를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인 차씨의 몸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참사로 인한 부상자가 1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이 부상자는 사고로 사망한 시청 공무원 2명과 함께 식사한 동료로 경상을 입었다.사고 직후 다른 피해자가 병원에 후송될 때 동행하는 바람에 경찰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차량 돌진 참사 사상자는 총 16명(사망자 9명,부상자 7명)으로 늘었다.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부상자는 사고 차량 운전자 차씨와 동승한 부인,보행자 2명,차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시청 공무원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