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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사업 신청 조사…2212곳은 이장,호날두 월드컵 트로피746곳은 농가 신청
보조금 적정 집행 안 살피고 익명 미보장 '도마에 오른 조사'
군이 공급한 우렁이 농가 피해는 전남도가 지원해 엇박자도
[함평=뉴시스]김혜인 기자 = 전남 함평군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각광 받던 '제초용 왕우렁이 지원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수 조사 결과 사업 지원 신청의 74%는 각 읍·면 이장이 대신 한 것으로 나타나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조사 역시 보조금 부적정 집행 여부는 밝히지 못한 형식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9개 읍·면 농가 3109곳 대상으로 '2024년 왕우렁이 신청·공급' 전수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이장이 대리 신청한 농가는 2958곳 중 2212곳(74.7%)으로 드러났다.나머지 746농가(25%)만 개인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우렁이는 신청 이후 수령을 거부한 농가 263곳 만을 제외한 총 2695곳에 공급됐다.
대부분 마을 이장이 매년 초 개별 농가를 대신해 왕우렁이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최근 함평군에 제초용 왕우렁이를 신청하지 않은 농가에 수년째 왕우렁이가 배달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보조금 낭비 논란이 일자 이번 조사를 벌였다.
실제 한 마을에서는 이장이 농가 21곳 중 18곳에 사업 지원을 대리 신청했으나 주민 대다수가 왕우렁이가 공급된 사실조차 몰랐다.
보조금 과다 집행 논란에 함평군이 벌인 전수조사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함평군은 올해 한 해 단순히 대리 신청 여부만 조사했다.
'우렁이 공급 확인·보조금 지불 동의서(동의서)'는 농가가 우렁이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로,군이 업체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 예산을 집행하는 기준이 된다.그러나 함평군은 동의서 날인을 누군가 대신 했는지 등 실수요에 맞지 않은 보조금 과다 집행 여부는 파악하지 않았다.
일부 읍면사무소에서는 대리 신청자인 이장이 직접 사업 지원 실태를 조사해 공정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수요 없는 공급으로 원치도 않은 왕우렁이를 떠안게 된 일부 농가에서는 '우렁이가 어린 모까지 먹어 치운다'며 사업 자체에 거세게 반발한다.
왕우렁이가 실제 농가에서 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풀숲이나 수로에 버려지고 늘어난 개체 수에 생태계 교란 우려까지 낳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남도는 왕우렁이에 따른 어린 모 피해를 막고자 우렁이 방재·수거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왕우렁이를 농가마다 꾸준히 공급하고,다른 쪽에서는 왕우렁이에 따른 피해를 막고자 수거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일괄 신청 방식 탓에 왕우렁이 지원 사업의 적정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탓이 크다.
결국 보조금 낭비 논란 뿐만 아니라 농가 피해,호날두 월드컵 트로피생태계 교란 우려에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마을 관계자는 "관행을 이유로 주민 의사를 묻지도 않고 왕우렁이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것은 잘못됐다.함평군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수조사가 보조금이 농가 의사와 달리 더 집행된 부분은 없는지 살피지 않고,모든 것을 이장 잘못으로만 몰고 가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평군은 "매년 제출된 공급 확인서 날인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집행할 수 밖에 없다.마을에서 어떻게 신청했는지 실제 개인이 날인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고만 밝혔다.
한편 함평군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왕우렁이 공급 사업에 보조금 4억~7억원을 집행하고 있다.왕우렁이 배달을 마친 공급 업체는 군으로부터 보조금 90%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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