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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도 얻고 시도 얻었다.시민기자로 기사 쓰면 좋은 네 가지【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5월 초,나는 돌아가신 아버지 고향인 홍성 월계천 이팝나무 명소를 찾았다.예로부터 이 꽃이 만개하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이팝나무 꽃길을 걷다 보니 고향으로 귀농해 농사짓던 아버지가 떠올라 '사는 이야기'에 기사로 남겼다.<산중에서 벼농사 짓던 아버지가 가장 기뻐할 꽃>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기사 바로보기: https://omn.kr/28ki7 ).
기사 쓰고도 여운 남아 시로 썼더니.뭉게뭉게 떠오른 옛 추억들
그날,이란pr편집부에 송고하고 나서도 무언가 가슴 속에서 계속 출렁거려 시로 써서 남겼다.그런데 그 시가 제39회 경기여성기예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지난 4일 시상식이 있어 다녀왔다.
경기여성기예경진대회는 시,수필,사진,꽃꽂이,캘러그라피 5개 부문에서 경합이 펼쳐진다.경기도 거주 여성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다.이날 참석해서 많은 여성분들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시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님이 개회사를 통해 단체의 발자취를 얘기해 주셨다.
"그동안 여성 관련법 제·개정,여성정치활성화,IMF 위기 시 금 모으기,아나바다운동,호주제 폐지뿐만 아니라 국내외 재난 발생 시마다 여성단체가 하나 되어 성금을 모아 매번 전달하는 등 환경,교육,문화,사회,특히 저출생 관련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이어서 김동연 경기지사의 축사가 이어졌는데,김 지사님은 32살에 홀로 되신 어머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당시 김 지사는 11살 소년이었고 어머니께서 할머니와 세 명의 동생들까지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셨다고 한다.야산에서 나물을 뜯어 팔기도 하고 채석장 돌 캐는 일까지 하셨다니 정말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 지사는 고생 속에서도 정직하셨고 남을 돌보셨던 어머님의 모습을 자랑처럼 떠올리셨다.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취직했을 때 일을 얘기해 주셨다.
"제가 유일하게 제 마음속에서 어머니께 효도했다고 생각한 날은,고생한 어머니 돕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직을 했는데 시험에 붙어서 어머니가 일어나 손뼉 치고 춤을 췄던 날.바로 그날입니다."
부모님 기뻐하던 모습, 나도 괜찮은 딸이었구나
문득 나는 언제 가장 큰 효도를 했을까,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던 순간을 떠올려 봤다.
어머니는 내가 일찍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시작했을 때 가장 기뻐하셨다.그때 가끔 아버지의 1톤 트럭을 몰기도 했는데,그럴 때면 두 눈을 반짝이시며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아마도 딸과 이곳저곳 여행 다닐 날들을 상상하며 즐거운 미래를 그려 보셨던 모양이다.그 후에 중고차를 구매해 내가 운전을 하며 아주 짧은 드라이브라도 함께 하고 나면 그날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으셨다.
아버지는 언제 가장 기뻐하셨을까.아마도 내가 큰 아이 낳았을 때와 그 아이 돌잔치 때 가장 크게 웃으셨던 것 같다.늘 밝은 얼굴이셨지만 돌잔치 날,그날은 특히 더 밝게 웃으셨던 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가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힘들 때도 아버지의 함박웃음이 생각나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괜찮은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사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지 못했고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한 채 일찍 취직을 했다.실망을 안겨드렸으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했다.덕분에 사회생활을 더 충실히 했다.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지만,돌아보니 환한 웃음을 드린 날들도 제법 있었다.
김동연 지사님과 이금자 회장님도 가족을 돌보듯이 사회를 돌보고 계시는 분들이다.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부모님을 생각하듯이,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듯이 자식을 키우듯이 그렇게 사랑이 커지면 세상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
나는 이제 시인이 되었으니 좋은 시를 많이 써서 두 분처럼 세상에 좋은 일을 해야겠다.그러고 보니 나의 시의 탄생지는 오마이뉴스다.
겪어보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쓰면 좋은 점이 참 많았다.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다.
첫째,글을 쓰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걷다 보니 몸이 건강해진다.
둘째,엉켜있던 생각들을 글로 쓰며 정리하게 된다.
셋째,세상과 소통하는 좋은 창구가 있다보니 화병(?)이 잦아든다.
넷째,시가 써진다.
남녀노소 내가 아는 모든 분들에게,시민기자 활동을 '강추'하고 싶다.
<이팝나무꽃을 담다> 김은진
서쪽 하늘 끝에서 밀려든 햇빛이
초록 잎에 걸려 흔들리고
가는 숨을 뒤로하고 날아든 나비 떼는
하얀 꽃 파고들어 날개를 쉰다
물보라 일으키며 달려온 구름은
나뭇가지 위에서 기지개 켜고
찔레꽃 발자국 따라온 산까치
수다에 귀 기울일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버지의 노랫소리
풍년가를 부르고 계신다
뜨거운 태양이 숨을 조이면
구성진 가락을 묶어 바람을 모으고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이면
은근한 흥을 베어 불을 지피며
힘든 내색도 없이 논으로 향하던
아버지의 긴 그림자
애달픈 고개를 넘어
밥그릇에 수북이 담겼다
한여름 달궈진 매미의 합창
벌들을 춤추게 하던 보라색 칡꽃들
그리움에 목이 메어
이팝나무 꽃 뒤에 얼굴을 묻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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