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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째 안 마른 전사자 자녀 눈물
부친 잃은 혈육,홈택스 문의가족에 입양 허다… 명확한 증거 제시해야 소송 이겨
패소자들 “아버지 공로 외면 억울”… “소송 없이 보훈혜택 정책 마련을”
“74년 만에 아버지 훈장을 받고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백영숙 씨(74)는 지난달 정부로부터 아버지 백홍인 중위의 금성화랑 무공훈장과 국가유공자 관련 서류,태극기를 받아 보고 눈물을 흘렸다.그의 부친이 6·25전쟁 당시 전사해 국가유공자가 됐지만 백 씨는 74년 동안 국가유공자 자녀로 인정받지 못했던 슬픔이 북받쳐 올랐기 때문이다.
● 소송 끝에 국가유공자 인정받아
육사 9기로 입대한 고 백 중위가 육군 5사단에 근무할 당시 6·25전쟁이 벌어졌다.전남 여수 출신인 백 중위는 1950년 7월 16일 경북 문경지구에서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다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전사했고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영숙 씨는 출생한 지 두 달 만에 아버지가 전사하자 큰아버지 딸로 입양됐다.가족들은 영숙 씨가 크면서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끔 입양을 결정했다.25세 나이로 결혼한 뒤에야 자신의 친아버지가 백 중위이며 6·25전쟁 당시 전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숙 씨는 2022년 정부를 상대로 보훈대상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 4월 승소했다.영숙 씨는 그동안 가족들의 유전자 검사 등을 제출했음에도 백 중위와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결정적 증거는 영숙 씨의 할머니이자 백 중위의 모친인 김모 씨가 1961년 국가보훈부에 “백덕희(영숙 씨 집에서 이름) 씨는 백 중위의 딸”이라고 신고한 서류였다.
국가보훈부도 그동안‘백덕희’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 각계에 수소문을 하고 있었지만 영숙 씨와 이름,생일이 달라 찾지 못했다.그러던 중 2022년 영숙 씨에게 “백덕희 씨를 아느냐”는 공문을 보낸 뒤에야 자초지종을 알게 됐다.
백 씨처럼 6·25전쟁 전사자의 혈육이 다른 가족에게 입양된 사례는 적지 않다.전남 여수시에 사는 고창수 씨(74)는 아버지 고대규 이등병이 6·25전쟁 당시 전사했다.고 이등병은 수도사단 제1기갑연대 소속으로 1951년 강원도 월비산전투에서 사망했다.고 이등병은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다.하지만 고 씨는 국가보훈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씨는 큰아버지 둘째 아들로 입양돼 컸기 때문이다.
창수 씨도 백 씨처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창수 씨는 “보훈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하는데 6·25전쟁이 난 지 74년이 흘러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게 힘들다”며 “다른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공로가 외면받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정일랑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남지부 여수지회장(82)은 “6·25전쟁 전사자 자녀들 중 형제자매에게 입양된 이들 상당수가 보훈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전사자 13만 명 중 보훈 대상자 3만 명 남짓
보훈 대상자 유족 범위는 통상 전사자 부인,홈택스 문의자녀,홈택스 문의부모이며 조카는 대상자가 아니다.전몰군경 유족의 경우 보상금과 각종 수당,홈택스 문의중고교 및 대학 수업료 면제 및 학습보조비 지급 등 교육 지원,취업 때 가산점 부여 및 보훈특별고용·특별채용 등 취업 지원,보훈·위탁병원 등 진료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6·25전쟁 전사자는 13만8418명,부상자는 45만742명이다.하지만 국가보훈부에 등록된 보훈 대상은 지난달 기준 전몰군경은 3만5101명이다.유족은 선순위 1명에게 유족증이 교부돼 전몰군경 수와 같다.전몰군경은 6·25전쟁,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군인,경찰관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전몰군경의 인원 차이는 유족이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야 되지만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전사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유족이 없는 경우,유해를 찾지 못한 경우,유족이 모두 사망한 경우 등 다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윤지원 상명대 군사안보학과 교수는 “국가보훈부가 고창수 씨 같은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소송을 내지 않고도 보훈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