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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노트북 시장은 x86 프로세서 계열의 인텔,AMD가 양분해 왔고,지금도 점유율을 8:2로 나눠갖고 있다.두 제조사 모두 선의의 경쟁을 해온 덕분에 체제는 흔들림이 없었는데,반기를 든 제조사가 없는 건 아니었다.90년대에는 IBM 파워PC,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SPARC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2020년대 들어 Arm 모바일 프로세서 기반의 노트북이 등장했지만,애플 만이 애플실리콘으로 기술 독립을 이뤄냈다.이외의 선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장치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직접 실행하는 AI PC 시대가 오면서,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강자인 퀄컴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퀄컴은 2011년 인수한 누비아의 CPU 지식 재산권에 신경망 처리 장치(NPU)를 합쳐 AI PC용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를 완성했다.소비자들은 인텔과 AMD가 아닌 또 다른 선택지에 주목했고,애플실리콘같은 높은 성능과 우수한 배터리 성능의 제품이 등장하리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렇게 지난 5월 20일,마이크로소프트 빌드에서 코파일럿+PC 22종이 등장하며 스냅드래곤X엘리트 노트북이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국내 시장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북4 엣지,서피스 프로 및 서피스 랩탑이 스냅드래곤X엘리트를 탑재하고 출시됐다.제품의 성능과 활용도를 직접 짚어봤다.
기대했던 성능엔 턱걸이,스펙상 성능은?
퀄컴 스냅드래곤X 시리즈는 12코어 CPU를 갖춘 엘리트 4종,10코어 CPU의 플러스 1종으로 나뉜다.엘리트 모델은 CPU 및 GPU 동작 속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며,서피스 프로에 탑재된 모델은 최대 4.0Ghz의 동작 속도와 3.8테라플롭스 성능의 GPU를 갖춘 X1E-80-100이다.AI 성능은 초당 45조 회 연산을 처리하는 45TOPS의 헥사곤 신경망 처리 장치(NPU)를 갖췄다.스펙상 구성은 속도를 낮춰 발열을 줄이고,저전력 성능을 강화한 버전이다.
서피스 프로는 11세대 모델이며,마이크로소프트의 AI PC 인증 규격인 코파일럿+PC의 표준 제품이다.2880x1920 해상도의 13인치 OLED를 탑재했고,16GB LPDDR5X 메모리와 2230 규격의 NVMe SSD를 갖췄다.태블릿형 PC로 키보드를 제외한 형태로 휴대할 수 있으며,2개의 USB 4 포트와 QHD 해상도 카메라,2W 스테레오 스피커 등을 통해 노트북과 태블릿 겸용으로 쓸 수 있다.
두께가 얇아 발열 해소에 취약한 태블릿형 PC 특성상,스냅드래곤X엘리트의 전체 성능을 끌어내진 못한다.X1E-80-100의 열설계전력(TDP)은 23W,아시안컵 프리뷰최대 80W에 이른다.서피스 프로의 내장 쿨링팬으로는 최대 성능을 낼 순 없고,다른 노트북형 PC도 쿨링팬이 두 개는 있어야 최대 성능에 근접한다.따라서 해당 테스트 전부 스냅드래곤X엘리트의 최대 성능이 아닌 더 낮은 결과로 봐야 한다.
특정 3D 렌더링 영상을 반복 처리해 CPU의 처리 속도를 확인하는 시네벤치 R23 테스트를 진행했다.해당 결과에서 X1E-80-100은 단일 코어 1307점,다중 코어 8197점을 획득했다.단일 코어 성능으로는 AMD 라이젠 5 5600U와 비슷하고,다중 코어는 인텔 코어 i5-1345U 수준이다.12코어 구성인 점을 감안하면 1만 5684점까지 낼 수 있으나,발열 해소가 부족해 약 절반 가량 성능이 줄었다.쿨링 시스템이 충분한 노트북에서는 단일 1700점 대,다중 1만 3410점 대의 성능을 낸다.
게임 성능을 확인하는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CPU 프로파일 점수를 각각 확인했다.파이어스트라이크는 그래픽 점수 5953점,CPU 점수 1만 9065점을 획득했다.CPU 프로파일은 단일 884점,16스레드 7821점으로 확인된다.CPU 점수는 쿨링 솔루션을 충분히 갖춘 AMD 라이젠 5 5600U,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보다도 더 높다.단순 압축이나 렌더링 등 CPU 자원이 많이 필요한 게임 및 3D 작업에서는 매력적이다.
반면 내장 그래픽은 서피스 프로의 부족한 쿨링 솔루션을 감안해도 떨어진다.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에 탑재되는 아크 그래픽스의 평균 점수가 7762점,AMD 라이젠 7 7840U의 라데온 780M은 7513점이다.서피스 프로는 5953점,쿨링 성능이 나은 갤럭시 북4 엣지도 6000점 대다.따라서 CPU 성능은 좋지만 그래픽 성능이 이를 보조하지 못한다.
CPU 및 GPU의 FP16,FP32,인티저 성능을 확인하는 UL솔루션즈의 UL 프로키온(Procyon) AI 컴퓨터 비전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했다.벤치마크는 퀄컴 SNPE SDK(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기반으로 MobileNET V3,ResNet 50,Inception V4,DeepLab V3,아시안컵 프리뷰YOLO V3,Real-ESRGAN 여섯 개 모델을 각각 FP16으로 3분 간 처리한 뒤 추론 시간 중앙값으로 점수를 낸다.이때 X1E-80-100의 점수는 1705점으로 인텔,AMD의 노트북보다 10배에서 20배에 가까운 점수가 나온다.
이는 SDK 특성에 따른 결과다.인텔은 오픈비노 SDK,AMD는 마이크로소프트 ML SDK를 활용하지만,NPU 접근 없이 CPU만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반면 퀄컴 SNPE는 NPU를 활용하므로 AI 처리 성능이 높다.덕분에 AI 추론을 실행하는 작업에서는 퀄컴 프로세서가 강하다.물론 추후에는 인텔과 AMD 모두 NPU를 정상 지원하면 장점이 희석될 순 있다.
서피스 프로 11세대의 스펙상 배터리 사용 시간은 14시간이다.밝기를 150니트로 설정한 뒤 FHD 영상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재생했을 때 기준이다.최근 출시되는 x86 노트북과 비교하면 조금 긴 정도다.UL 프로키온에 탑재된 1시간 배터리 테스트를 활용해 사용 시간을 유추했다.
UL프로키온 1시간 배터리 테스트는 1시간 동안 오피스 프로그램을 반복 실행한 뒤 잔여 배터리를 확인한다.밝기는 50%로 설정했는데,아시안컵 프리뷰이때 배터리는 약 8%가 소모됐다.배터리가 100%라고 가정하면 12시간 30분을 연속으로 쓸 수 있다.
호환성 기대 이상이지만,출시 이전 프로그램은 반반
Arm 기반 윈도우 PC가 이번은 처음이 아니다.앞서 출시된 퀄컴 8CX 등의 제품도 긴 배터리 수명과 저전력 성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윈도우 기본 프로그램만 실행될 정도로 호환성이 떨어졌다.이번에는 다르다.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 스냅드래곤X를 비롯한 PC의 윈도우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즘 에뮬레이터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Arm 기반 PC에서도 x86 및 x64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서피스 프로 11세대의 서비스 확장성은 대폭 향상됐다.과거에 만져본 퀄컴 8CX 기반 PC는 기본 프로그램 이외에는 제대로 쓸만한 부분이 없었는데,스냅드래곤X엘리트 기반의 서피스 프로는 비교적 최신 프로그램 및 금융 서비스 이용에는 무리가 없다.실제로 농협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우리카드,KB국민은행을 각각 접속했으나 모두 exe를 정상 실행하고 뱅킹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다만 최신 업데이트와 거리가 먼 구형 프로그램들은 얘기가 다르다.현재도 기업 전용 프로그램 및 플러그인 등 윈도우 7,8에 출시된 걸 그대로 쓰거나,심지어 더 이전에 출시된 것을 쓰는 경우도 있다.윈도우 11 기반 x86 PC에서도 잘 돌아갈지 모르는 구형 프로그램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게임 실행 여부도 운에 맡겨야 한다.대다수 게임사들은 x86 기반 PC에 호환성을 맞추며,가능한 많은 사용자들이 쓰는 장치에 최적화한다.따라서 서피스 프로에서 제대로 게임이 돌아가려면 현재 출시되는 게임이 퀄컴 스냅드래곤X엘리트를 정식 지원해야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이미 종료된 구세대 게임들은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우선 사이버펑크 2077과 호그와트 레거시는 최저 옵션으로도 실행할 수 없었고,2013년 출시된 메트로:라스트 라이트는 의외로 정상 실행됐으나 전체 화면으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2011년 출시된 스카이림은 창 모드에서는 잘리고,전체 화면에서는 정상적으로 플레이됐다.
성능만 놓고 보면 GTX 1050 수준이어서 아케이드 게임 정도는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지만,실행 여부가 확실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게다가 AMD 라이젠 AI 9 HX 시리즈,인텔 루나레이크 등과 비교해도 내장 그래픽 성능이 한 단계 아래고,플랫폼 자체가 아직 외장 그래픽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장단점 분명한 퀄컴 플랫폼,활용도 맞춰 선택해야
퀄컴 스냅드래곤X 시리즈는 그간 노트북 시장을 독식해 온 인텔,AMD x86 진영에 경종을 울릴만하다.그간 출시된 타 플랫폼 중에서는 이 정도로 완성된 제품이 없었고,실제 활용도도 기대 이상이다.퀄컴,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 직전까지 자신감을 가졌던 것도 이해가 간다.다만 실제 제품은‘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
약 2주 간 활용해 본 서피스 프로 11세대는 단순 작업 용도로는 좋았다.웹서핑,금융앱 실행,문서 작업,라이브 스트리밍 감상은 물론 포토샵 같은 작업에도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게임은 x86처럼 부드럽게 사용할 수 없었고,아마 윈도우 10 이하 버전에서 제작된 구형 프로그램들도 제대로 실행될진 해봐야 안다.단순 활용 측면에서라면 이제 충분히 쓸만한 정도지만,구형 프로그램에 대한 호환성은 앞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영역이다.
게다가 가격대도 높다.서피스 프로 11세대에 키보드,슬림 펜 2를 갖춘 모델의 가격이 250만 원대다.태블릿형 PC는 시스템 경량화로 인해 가격 대비 성능이 비싼데,이를 감안해도 애플 맥북프로 14 M3와 가격이 비슷하다.100만원을 빼도 성능과 가격이 비슷한 인텔 코어 울트라 기반 갤럭시북4 프로를 살 수 있고,50만 원을 더 보태면 1.38kg에 라이젠 AI 9 HX와 RTX 4060을 탑재한 에이수스 프로아트 PX13을 살 수 있다.x86쪽은 호환성에 대한 우려도 없으니 더욱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퀄컴 스냅드래곤X 시리즈는 AI PC 시대를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기본 작업이 주류라면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큼 나아졌지만,가격대 성능비는 잘 보고 골라야 한다.다행히 AI PC의 활용도가 늘어난다면,x86과 비교해 더 나은 AI 기능을 보여줄 여지는 있다.앞으로 AI PC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니,나름의 각오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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