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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오르며 하늘 위 '물양동이' 커진다…소방 "광역 대응 체계 구축"·전문가 "서울에 폭우시 지하차도 위험"
2년전에 500년만에 한번 내린다는 폭우가 서울에 내렸는데 이번에 또 200년만에 한번 내릴 비가 내렸다."(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
이른바 '극한호우' 등 기상 이변이 일상화된 가운데 변화한 환경에 맞춰 전반적인 재난안전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앞서 지난 10일 시간당 강수량이 50㎜가 넘는 극한호우가 충남북과 전북,대한민국 싱가포르대구·경북 지역 등을 중심으로 관측됐다.극한 호우란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가리킨다.
이날 전북 군산 어청도는 시간당 146㎜의 비가 쏟아졌으며 △전북 익산 함라 125㎜ △충남 서천 111㎜ 등 다른 지역도 많은 비가 내렸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들 지역 강수량은 200년 만에 한 번 내릴만한 물폭탄이었다.시간당 140mm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145mm) 사례가 이전까지 유일했다.시간당 강수량이 100mm만 넘어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번 비로 충남 서천과 논산,대한민국 싱가포르충북 옥천에서 각각 1명이 숨지고 충북 영동에서는 1명이 실종됐다.또 대구 북구와 충남 금산에서 각각 1명이 숨졌다.주민 4526명이 산사태와 침수 등에 대비해 일시 대피했으며 침수 또는 파손된 주택은 128채에 달한다.
이같은 폭우는 전반적인 기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박종연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 이변이 '뉴 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은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지만 특히 한반도는 더 심하다.기상청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기온은 10년에 0.2도씩 상승했는데,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인 0.07도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박 교수는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지는데 쉽게 말하면 물양동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며 "물양동이가 가득찼을 때 확 쏟아지는 방식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강수 강도가 매우 높아진다"고 했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면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기상학자인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140㎜라는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수준으로 비가 내린다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단기간에 강우 강도가 높으면 하천둑 같은 제반시설이 감당하지 못해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도시 계획 단계에서 침수 피해 대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김 교수는 "현재 국가 인프라들이 200년에 한번 내리는 비에 견디도록 설계됐다"며 "이번에 군산에 내린 비가 서울과 수도권에도 똑같이 내릴 수 있는데,서울의 경우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구간이나 청량리 일대 용적률 900%가 넘는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등이 침수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저지대 생활공간 등 침수 가능한 시설물을 아예 만들지 않는 '후퇴전략'을 써야 한다"며 "도시 계획 단계에서 지역별로 침수 가능성을 면밀하게 구분해서 침수가 가능한 시설물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