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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1970~1990년대 흥망성쇠 경험…2025년부터 최첨단 반도체로 부활 노려
韓,팹리스-팹리스 또는 제조사-소부장 협력으로 美·EU·中 대응 필요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4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제2회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에서 '일본 반도체 산업 현황'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과 일본의 소부 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지금까지 구축해 온 공급망이 무너지면 양국 기업 모두에게 손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미국,대만 등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일본에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등 기존의 수직 협력과는 다른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양국간 협력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한-일 반도체 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간 협력을 거론했다.김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팹리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아주 낮다.3%인 한국은 그나마 삼성전자LSI 사업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일본은 우리 보다 더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이 서로 없기 때문에 기술 유출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서로의 장점을 합쳐 해외 시장 진출을 하는 방안이라면 협력할 길이 많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생태계 확대 측면에서도 한-일 양국이 충분히 협력할 소지가 높다고 봤다.김 연구원은 "반도체 패권 경쟁의 큰 덩어리는 미국,유럽,중국 등 3곳"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개인 플레이로는 맞서기에는 경제적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원천 기술이 있는 미국 등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일본 소부장 기업간 협력을 들었다.김 연구원은 "소니가 네덜란드 ASML이 강점을 가진 EUV(극자외선) 장비가 없이도 원하는 공정이 가능한 노광장비를 개발했다.시장에 얼마나 통용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채용할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1970년대 후반,NEC,x 로봇후지쓰,도시바,x 로봇히타치,미쓰비시 등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은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이들은 1973년 오일쇼크로 인텔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생산시설 투자를 줄였던 것과 달리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경쟁력을 강화했다.일본 정부도 반도체산업 생태계 자생을 목표로 실리콘 웨이퍼 등 반도체 소재,부품,에칭이나 증착장비 같은 공정 장비 관련 중소기업 육성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반도체 상업화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과 기업구조 ▲일본 정부의 지원과 보호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 정부의 용인 등으로 반도체 전성기를 맞았다.김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가 군수용으로 사용된 것과 달리,x 로봇일본은 민간용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했다"면서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가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경제성장을 지원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1980년 25%이던 일본 반도체 점유율은 1987년 80%로 급격히 성장했다.일본의 거침없는 성장을 막기 위해 미국의 견제가 시작됐고 결국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체결됐다.이 협정은 일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생산 원가를 공개하고 일본 내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높이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일본 반도체 쇠퇴 요인으로 ▲세계적인 수평 분업화 추세 외면 ▲시장을 무시한 기술 제일주의 ▲동상이몽의 관·민 프로젝트 남발 ▲종합전자제품 사업에 매몰된 반도체 사업 ▲기정학적 관점에서 미국 정부의 견제를 들었다.
그는 "미국은 기술적으로 일본이 반도체와 전기전자제품 시장에서 미국을 뛰어넘으니 더 이상의 발전을 용인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미국이 (여러 규제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막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25년부터 자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반도체 국가전략산업 지정 ▲라피더스 설립 ▲반도체 국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이 과정에서 미국도 기정학적 관점에서 일본의 재도약을 용인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진단했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은 크게 글로벌 반도체 기업 투자 유치와 자체 반도체 양산 투트랙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1년 6월 책정한 '반도체 전략'에서 반도체를 "안전보장에도 직결되는 사활적인 중요한 전략기술"이라고 명기하며 국내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반도체 지원금을 마련,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실제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소니,덴소와 공동으로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 중인 반도체 제조 공장에 건설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4760억엔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도시바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키옥시아가 미국 반도체 대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이와테현에 건설 중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서 투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29억엔도 지원한다.마이크론의 히로시마 D램 공장 증설 투자에도 최대 3억2000만 달러를 준다.
자체 반도체 역량 개발을 위해서는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협력해 라피더스(Rapidus)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도요타와 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주요 기업 8곳은 공동으로 출자해 2022년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3년 뒤인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해외에서 근무하는 일본 기술자까지 불러들여 최첨단 회로 선폭 2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2022년 라피더스 설립 당시 700억엔을 결정했었고,지난해 4월에는 최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추가로 2600억엔 지원을 발표,총 3300억엔을 보조금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 8개 기업이 뭉친 라피더스는 2나노,1.5나노를 바로 만들겠는 전략을 세웠다.이 핵심 기술은 미국 IBM과 유럽 아이멕(Imec)과의 기술 제휴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대만 TSMC의 일본 생산 거점 구축도 미국의 용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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