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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정신과 전문의 8인 분석
시민들 역주행 참사 현장 추모 발길
“매일 다니던 길인데 가슴 먹먹해”
사고 영상 퍼지며 두려움도 확산
전문가 “나와 비슷한 피해자에 공감
무방비한 사고에 우울·불안감도”
전문가들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일상의 도심’에서‘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에게‘무방비 속 닥친 참사’라는 점에서 각자 동질감을 느껴 상심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며칠 전 갔던 회식 장소가,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잡던 그곳이,퇴근 후 저녁이란 친숙한 시공간인 까닭에 더욱 자기 일처럼 불안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이날 찾은 사고 현장에는 임시로 설치해 둔 안전 펜스 밑에 국화꽃다발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국화꽃 사이로는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소주병,hospitalet남기고 싶은 말을 적은 편지들이 눈에 띄었다.지나가던 시민들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현장을 바라보거나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 숙여 애도했다.
사고 현장 앞에는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유독 많았다.점심시간에 남대문 꽃시장에 들러 국화꽃다발을 사서 현장에 둔 직장인 조모(30)씨는 “매일 지나던 길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현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던 김용균(62)씨는 “왜 이렇게 가슴이 저미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아이도 이제 다 큰 직장인이지만,사고 이후에는‘조심해서 다녀’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와 공통점이 많은 이들은 사고 이후의 상실감과 슬픔을 더 크게 느낀다고 봤다.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뇌는 감정 거리가 가깝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피해를 당하면 그게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급성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날아오듯 덮친 차량을 피할 수 없었던 탓에 희생이 커진 만큼 인근 시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는 대학생 김현우(21)씨는 “매일 다니던 길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문득 그 장소 자체가 두렵게 느껴졌다”고 했고 직장인 조모(57)씨도 “오늘도 인도를 걸으면서 차도 쪽은 피해서 걷고 있다”고 했다.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그야말로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사고라 정신적 충격이 커 반복적으로 생각나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에 서 있던 피해자들을 차가 덮치기 직전까지의 영상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광범위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고 공간을 일상적으로 공유하던 사람들은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사고 현장을 목격한 듯한 트라우마를 얻을 수 있다”며 “자꾸 그 장면이 떠오르거나 작은 자동차 소음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현상이 1~2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지 않고 피할 수도 없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집단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 사고였던 만큼‘사람 목숨은 모두 잠깐’이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올 수도 있다.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겐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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