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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복잡한 성격을 지녔다.윤석열 대통령은 종부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하지만,국민의힘 개별 의원의 속내는 다르다.부동산교부세로 확보하는 지방재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6월12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가 종부세 개편 관련 당정 협의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6월12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가 종부세 개편 관련 당정 협의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축소·폐지 논쟁에 가장 민감한 지역은 어디일까?흔히 집값이 비싸고 종부세 부과 대상이 많은 서울 서초·강남 지역일 것 같지만,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지난 5월9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꺼내든 이후 오히려 비수도권 지역에서 큰 반발이 일고 있다.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세인 종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부동산교부세’라는 형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에 교부된다.이 같은 구조는 수도권에서 세금을 걷어 비수도권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한다.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종합소득세 총세액은 약 4조1951억원이다.이 중 서울(2조원),경기(7889억원),인천(1552억원) 등 수도권에서 거둬들인 비중이 70%가 넘는다.반면 2021년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부동산교부세의 75%가 비수도권에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배분 기준은 각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역량,사회복지 요구,지역 교육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어 있다.종합부동산세법에‘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명시된 것처럼,종부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재정적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종부세는 혼종 체계를 지녔다.이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부과 기준이 되는‘재산 보유 현황’은 지방세인 재산세의 체계를 그대로 따르지만,막상 세금을 가져가는 쪽은 중앙정부다.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성격을 지닌 동시에,지방재정을 보완하려는 목적을 지녔다.그래서 종부세를 비판하는 쪽에서는‘이중과세’또는‘혼합 과세’라며 차라리 없애고 세금 체계를 단순화하자고 주장한다‘어차피 종부세도 부동산보유세의 일종이니 재산세와 통합하자’는 논리가 대표적이다.하지만 종부세의 복잡한 성격 탓에,종종 정치적 상황이나 경기에 따라‘전선’이 수시로 뒤바뀌기도 한다.최근 종부세를 둘러싼 논쟁도 이 '뒤엉킨 전선’에 따라 각각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여당 내의 혼선이다.6월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자.이날 특위는 종부세와 관련해 당정 간 논의를 진행했는데,당초 예상과 달리 종부세 완전 폐지가 아닌 부분 개편으로 입장이 정리되었다.그동안 종부세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전면 폐지’에 가까웠지만 오히려 지역구 의원과 관료들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3월19일 윤 대통령은 21차‘민생토론회’를 열고 “(종합부동산세는) 굉장한 악법”이라고 지칭하며 폐지 주장을 밀어붙였다.“정상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사회 활동 하고 집 한 칸 있는 분들이 종부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특위 회의가 끝난 뒤 이렇게 말한다.“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재산세와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일부에서는 지난해 기준 4조2000억원 규모인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종부세의 기능은‘투기 방지’였다.종부세 강화론은‘투기 심리를 꺾기 위해서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반대로 종부세 축소·폐지론은‘부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이며,1주택 중산층의 부담이 과도하다’라며 대립해왔다.하지만 막상 종부세의 존폐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대두된 것은‘종부세가 부재할 경우 무엇으로 지방재정을 채울 것이냐’라는 질문이었다.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세 세입의 세 배

이것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에도 해당되는 얘기다.종부세를 통해 확보한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재산세나 취득세 같은 지방세 전체 수입을 훌쩍 뛰어넘는 지역도 있다.경북 울릉군이 대표적이다.지난해 10월 이형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경북 울릉군의 2021년 지방세 수입은 61억원인 반면,보로네즈부동산교부세를 통해 확보한 예산은 193억원에 달했다.전체 지방세 수입의 세 배를 종부세를 통해 확보한 셈이다.

3월19일 제21차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3월19일 제21차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경북 영양군도 마찬가지다.영양군의 2021년 지방세 수입은 103억원인 반면,보로네즈부동산교부세는 258억원에 달했다.개별 지역 처지에서 보자면,서울에서 일고 있는‘종부세 폐지’논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종부세 세수 펑크’는 지방정부에 더 큰 충격으로 전가된다.공시가격 현실화율 축소 등으로 인해 부동산교부세가 크게 줄어든 2023년에는 비수도권 지역의 재정 타격이 컸다.이형석 전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추계 자료에 따르면,전국에서 부동산교부세가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 지역은 경상북도였다.1113억원 결손이 예상됐다.국가 전체 예산에 비해서는 작은 금액처럼 보일지 몰라도,개별 지자체 처지에서 종부세 감세로 인한 부동산교부세 축소는 치명적이다.

‘악법’이라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종부세 지론과 달리,지방정부와 지역구 국회의원,재정 당국은 종부세 폐지 시 해당 세수를 어디서 가져올 것인지 난감하다.만약 부동산보유세를 재산세와 통합할 경우,보로네즈지방정부 재정의‘빈익빈 부익부’현상은 불가피하다.토지와 주택의 가치가 높은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상승하겠지만,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교부세만 사라지는 셈이 될 수 있다.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해버린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일부‘부자’지자체에서 재산세 감면과 같은 정책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 경우 지자체·지방의회의 판단과 결심만으로 대규모 세금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실제 사례도 있다.2020년 9월,보로네즈서울 서초구의회는‘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50%를 감경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조은희 당시 서초구청장도 이 조례안에 따라 서초구 주민들의 재산세를 환급하는 절차를 진행했는데,당시 서울시는 나머지 기초자치단체(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소송을 했다.그러나 2022년 4월 대법원은 서초구의 이 같은 조례안이 유효하다고 판결했고,서초구는 결국 35억원에 달하는 재산세를 환급해준 바 있다.비싼 주택이 많은 지역일수록,납세자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종부세와 통합한) 재산세 감면이 정치적 구호가 될 가능성이 남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전년 대비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윤석열 정부에서 이미 공시가격 하향,공제금액 상향,세율 인하 등으로 종부세에서 비켜나는 이들을 늘렸기 때문이다.전국에서 1가구 1주택 납세 인원은 11만1000명,총납세액은 913억원이다.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줄었다.하지만 종부세와 거리가 먼 비수도권 지역에서는,그나마 남은 종부세 수입을 통한 지방재정 재원마저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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