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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스위스·BGC 파트너스 출신
블룸버그 가상자산 분석 사업 기틀
“韓 금융 당국,합리적 규제 마련해야”
“최근 각국의 국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정부들은 이미 쌓인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고 있어요.중앙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계속 돈을 찍어내야 하고 양적완화를 채택하는 굴레에 갇혔죠.이러한 현상 속에서 비트코인은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으키는 인플레이션 및 화폐 가치 하락에 대응하는 완벽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입니다.”
제이미 쿠츠(Jamie Coutts·46) 리얼비전 수석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 조선비즈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쿠츠 수석은 20년 넘게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정통 증권맨’이다.크레딧스위스에서 증권 중개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금융 중개 서비스 업체인 BGC 파트너스 기업고객본부에서 일했다.미국의 유명 펀드 운용사인 튜더 인베스트먼트에서 애널리스트를 역임했고 2014년엔 블룸버그 LP로 이직해 자산운용 전문가로 활동했다.
증권업에서 수십년 경력을 쌓은 쿠츠 수석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서 가상자산 시장 분석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블룸버그 LP 소속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디지털 자산 전략을 총괄하던 그는 “블룸버그도 가상자산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며 경영진에게 신사업 진출을 설득했다.2020년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블룸버그 고위 경영진에 제출하기도 했다.이 일을 계기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가상자산 시장 분석에 뛰어들었고 관련 데이터와 분석 보고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쿠츠 수석도 2022년,비야레알 대 마요르카블룸버그 인텔리전스로 옮겨와 선임 가상자산 애널리스트가 됐다.
이후 지난해 11월,쿠츠 수석은 리얼비전에 합류했다.리얼비전은 2014년 설립된 금융 시장 분석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문가를 대상으로 각종 보고서를 제작하고 있다.이 회사는 설립 초기,매크로(거시경제) 분석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생산했는데 최근엔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쿠츠 수석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전통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언급하며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회상했다.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이후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된 화폐 개념이 등장했고 가상자산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니 금융만 아니라 사회의 상당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쿠츠 수석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아시아 가상자산 시장 분석 업체 타이거리서치의 김규진 대표가 인터뷰에 함께 참여했다.
―오는 11월,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가상자산업계 내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 대통령 후보)은 친(親)가상자산 정책을,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통령 후보)은 규제에 가까운 가상자산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에 더 친화적이라고 평가한다.근거 있는 이야기다.공화당은 가상자산 산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공화당은 지난해 대표적인 친가상자산 법안인‘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T21)을 발의했다.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 2024 행사에서 한 발언을 고려하면 그가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인데 바이든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적어도 미국 정치의 두 축 중 한 곳(공화당)은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이는 기업과 개발자 인력이 아시아 등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한국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르자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들은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단순한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해리스 부통령의 부상이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그러나 지난 2주 동안 모든 위험 자산이 부진한 이유가 해리스 부통령의 약진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미 증시는 4월부터 14% 상승해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미국의 경제 지표는 악화됐고 일본 중앙은행이 초래한 불안정성도 있다.이러한 요인이 합쳐져 대규모 조정을 초래했다.”
―지난 5일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블랙 먼데이’가 있었다.이날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
“우리가 좋아하든 아니든,여전히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을 고위험 자산으로 간주한다.최근 블랙 먼데이 당시 일본 및 아시아 증시에서 먼저 패닉셀(공포심에 따른 투매)이 시작됐다.사람들은 24시간 내내 거래되는 비트코인을 헤지 수단으로 사용했다.그리고 지난 며칠 새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했다.비트코인은 아직 성숙해지는 단계를 밟고 있다.이 과정은 몇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됐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때와 비교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그레이스케일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매도 때문에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때도 그레이스케일을 통한 대규모 매도 현상이 있었다.비트코인 현물 ETF 사례를 거울삼아,비야레알 대 마요르카이더리움 수요자들이 매수 기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아직 그레이스케일을 통한 매도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 현상이 끝나야 이더리움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다음 트렌드가 궁금하다.특정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수화하거나 테마별 코인을 묶는 ETF 출시도 예상된다.
“올해나 내년에 미국에서 가상자산을 증권 혹은 상품으로 분류하는 관련 기준이 마련되면 단일 자산으로 구성된 현물 ETF부터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상위 4개 코인(비트코인·이더리움·BNB·솔라나)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리스크가 큰 코인은 현물 ETF로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따라서 과거 금융 자산 사례처럼 시가총액이 큰 대형 코인이나 특정 부문에서 상위 시총을 기록하는 코인으로 구성된 ETF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이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분류될까.아니면 앞으로도 고위험 자산으로 남을까.
“현재의 변동성이 유지된다면 고위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대부분 기관 투자자는 자산의 변동성을 기준으로 투자 할당량을 정한다.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변동성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변동성보다 약 3배 크다.시간이 흘러 일부 대형 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이는 시장 채택과 규제의 영향이다.그러나 가상자산 자체가 변동성이 큰 구조이기에 오랫동안 고위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은 전력 낭비와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고 비판받았다.이제는 세계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남는 에너지를 수익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오늘날 기술 수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은 투입 비용이 막대하다.하지만 만들어진 전력을 모두 저장할 수 없어 일부 전력이 유실된다.산업용·가정용 전력으로 공급되고 남은 재생에너지를 비트코인 채굴에 쓴다면 투입 비용 일부를 보전할 수 있다.이는 아랍에미리트(UAE),아르헨티나,오만 등에서 쓰는 방법이다.”
―한국의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승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한국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되면 가상자산 관련 사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 당국이 사기 등 범죄에 대해 우려한다면 시장에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규제를 만드는 게 당국의 역할이다.모든 금융 자산은 명확한 제도로 규제된다.가상자산도 상식적인 규제가 마련된다면 범죄가 발생할 틈이 좁아진다.이는 가상자산업계가 지난 10년 동안 요구한 내용이다.성숙한 규제를 만들어 공공,금융 소비자,비야레알 대 마요르카투자자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제이미 쿠츠 리얼비전 수석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퀸즐랜드 공과대 경제학·국제경영학 학사 ▲호주증권연수원 응용금융 및 투자 과정 수료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증권 중개인 ▲UBS오코너 거래 지원 ▲팔리 인터네셔널 증권 트레이더 ▲BGC 파트너스 기업고객본부 ▲튜더 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 ▲블룸버그 LP 자산운용 전문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가상자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