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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의석수를 늘렸다.유럽 전역에서 젊은 세대가 극우를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6월6일부터 6월9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는 예상대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강세와 녹색당의 약세라는 결과를 보여줬다.2019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정당이 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반대편에 있던‘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소속 정당 또한 과거보다 두드러지게 많은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극우 정당의 성장에 따른 위기감이 크지 않았다.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의 약진만이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의 존립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선거에서도 친유럽연합 노선을 지지하는 중도 정치세력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최대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중도우파의 경우 의석수가 오히려 증가했다.하지만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인기가 중도 정당의 기존 정책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개별 국가 단위에서도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져 각국 정부의 수반과 내각이 참여하는 EU 정상회의와 EU 이사회의 정책 방향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극우 정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유럽의회 전체 720석 중 독일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속해 있는 중도우파‘유럽국민당(EPP)’이 지난 선거보다 14석이 늘어난 190석을 차지하며 최대 교섭단체의 자리를 유지했다.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속해 있는 중도좌파‘사회민주진보동맹(S&D)’또한 3석이 줄어들었지만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에서의 선전을 기반으로 136석을 얻어 계속해서 두 번째 큰 교섭단체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친유럽 성향의 교섭단체 중에서는 자유주의 정당 그룹인‘리뉴유럽(RE)'이 가장 큰 패배를 경험했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이 이 그룹에 속해 있다.리뉴유럽은 지난 선거에 비해 22석을 잃어 의석수 80석에 그쳤다.지난 선거에서 선전하며 네 번째로 큰 교섭단체에 등극했던‘녹색당-유럽자유동맹’또한 19석이나 줄어든 52석에 머물러 여섯 번째 규모의 교섭단체로 밀려났다.독일 녹색당의 참패가 컸다.
폴란드의‘법과 정의당’과 이탈리아의‘이탈리아형제당’같은 강경 보수 및 극우 성향 정당이 속해 있는‘유럽 보수와 개혁(ECR)’은 7석이 늘어난 76석을 차지했다.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과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동맹(레가) 등이 소속된‘정체성과 민주주의(ID)’도 9석이 늘어난 58석을 차지했다.여기에 현재는 어떤 교섭단체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독일의 극우 정당‘독일을 위한 대안당(독일대안당·AfD)’이 6석 증가한 15석을 획득했다.
독일대안당은 당의 유럽의회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가 “독일 나치의 친위대(SS)가 모두 범죄자는 아니었다”라고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지난 5월‘정체성과 민주주의’그룹에서 퇴출당했다.다른 나라의 극우 정당도 꺼리는 정당이 된 것이다.극우 성향의 두 개 교섭단체와 독일대안당까지 합친다면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차지한 유럽의회 의석은 149석에 달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차이트〉는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직후‘그들은 민족주의 국가로 이루어진 유럽을 원한다’라는 제목으로 극우의 승리가 유럽연합을 약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기사에 따르면 극우 정당들은 과거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를 주장했지만,그런 주장이 인기를 얻지 못하자 방향을 틀었다.현재 극우는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지는 않지만,개별 국가가 더 많은 결정권을 갖기 원한다.이에 따라 정치 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이 가진 정치적 실행력과 권한이 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기사는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려를 심화시키는 것은 기존 정당과 유럽연합의 정책이 이미 극우 정당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차이트〉 기사는 선거 직전인 지난 4월 유럽연합이 광범위한 국경 수비,신속한 난민 강제송환,국경 외부 수용소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긴 난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극우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그뿐만 아니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럽국민당 같은 중도우파 교섭단체가 기후정책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두었고,운동화 힐컵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같은 극우 정치인과 더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던 것 또한 극우의 인기가 다른 정당에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 유럽연합 선거 결과를 우려하는 이유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안보였다.특히 러시아와 관계 속에서 유럽연합이 안보와 지정학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논쟁의 대상이었다.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몰도바·조지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가입에 대해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올여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극우 정당 중 일부는 이들 나라의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하며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어서 향후 유럽연합의 확장이나 대러시아 정책에서 유럽연합 내부의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후보호는 유럽연합 선거 이후 정책 추진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또 하나의 측면이다.2019년 12월,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유럽연합의 탄소 중립을 목표로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독일 기민당 소속인 유럽국민당의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취임 프로젝트였다.그린딜은 향후 10년간 약 1조 유로(약 1484조원) 예산을 들여 유럽연합의 에너지 전환,산업 전환,교통 전환 등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포괄적 기후보호 및 사회변화 정책안이다.2021년 4월,유럽의회와 유럽연합 회원국은‘유럽 기후보호법(European Climate Law)’에 합의해 그린딜의 법적 기초를 마련했다.
중부독일방송(MDR)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 후 그린딜의 방향을 묻는 심층 기사를 통해 극우 정당의 득세가 지금까지 유럽연합이 추진한 그린딜의 내용을 큰 틀에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2019년 이후 의회 회기 동안 그린딜의 많은 세부 내용이 이미 법적으로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이번 선거에서도 그린딜을 함께 추진한 유럽국민당,사회민주진보동맹,리뉴유럽,녹색당-유럽자유동맹이 절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 그린딜은 여전히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많고,이 내용에 대해 교섭단체 내부에서 합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중부독일방송은 보도했다.극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 교섭단체에 참가하고 있는 여러 정당 중 노선을 바꾸는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이번 선거에서는 기후보호가 2019년과 달리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에서 밀려난 것 또한 정책 추진력을 약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개별 국가의 정부에 극우 세력이 참여하거나,운동화 힐컵정부가 극우 세력의 성장에 영향을 받으며 각 나라 안에서 그린딜의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 투표에 가장 큰 영향 미친 의제
독일의 선거 결과는 유럽의회 전체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2019년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9.8%포인트 지지율 상승을 보이며 20.5%로 2위를 기록했다.독일 녹색당이 참여한 연방 단위 선거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었다.당시 극우 정당이던 독일대안당은 3.9%포인트 지지율 상승을 기록하며 11%를 얻었지만,크게 위협적이지 않아 보였다.당시 가장 많은 표를 잃은 것은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이었고 이들은 이 선거를 통해 기후보호정책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득표율 11.9%를 얻는 데 그쳤다.지난 선거에서 독일대안당이 받은 득표율과 유사한 수치다.반면 독일대안당은 4.9%포인트 증가한 15.9%를 기록하며 득표율 2위에 올랐다.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약 1%포인트 상승한 30%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민당은 2%포인트가량 지지율이 하락해 13.9%로 3위에 머물렀다.녹색당·사민당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은 지난번과 비슷한 약 5%의 표를 얻었다.
독일 공영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가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에 의뢰해 6월9~10일에 실시한 설문조사는 2019년과 비교해 독일 시민의 관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의제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평화·안보가 26%로 1위였다.2019년보다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사회보장과 이민자 이슈가 각각 23%와 17%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전 선거에 비해 각각 3%포인트,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반면 2019년 1위를 차지했던 기후 및 환경보호는 9%포인트 하락한 14%로 4위였다.
또한 2019년 선거에서는 독일 연방정책과 유럽정책 중 무엇이 유럽의회 선거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서 47%가 독일 연방정책을,45%가 유럽정책을 선택해 엇비슷한 비율을 보인 반면,이번 설문조사에서는 55%가 독일 연방정책을,38%가 유럽정책을 선택했다.독일 국내 정치가 투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유럽연합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 평가가 우세했지만,2019년에 비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했다‘유럽연합이 우리의 삶을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는 72%가 긍정했는데 이는 2019년보다 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유럽연합이 경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64%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2019년보다 1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 16세부터 선거권 주어졌지만…
독일 여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가지고 정부·여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연정을 구성하는 세 정당(사민당·녹색당·자민당,신호등 연정)의 득표율이 합해서 31%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독일대안당의 지지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신호등 연정은 여러 중요한 문제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고 연정 참여 정당 사이의 불협화음만 노출해 비판을 받아왔다.숄츠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에 계속 끌려다닐 뿐만 아니라,필요할 때 일반 시민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다는 당 내부의 비판까지 듣고 있다.현재 지지율로는 정부가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롭게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독일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처음으로 16세 이상 시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이전까지는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졌다.선거 연령이 낮아지며 녹색당이나 진보 성향의 정당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16~24세 연령층에서 기민당이 득표율 17%로 1위를 기록했다.녹색당은 11%로 3위였다.2019년 18~24세 연령대에서 녹색당이 기록한 지지율보다 23%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반면 독일대안당은 11%포인트 증가한 16%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팬데믹,우크라이나 전쟁,인플레이션 뒤에 젊은 층이 자신의 미래를 불안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2023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16~30세의 74%가 현재 독일 상황을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이들은 특히 안정적인 수입을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했고,친구관계나 가족보다 우선순위로 꼽았으며,운동화 힐컵자신의 재정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2019년 독일의 젊은 세대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질 때,전문가들이 이들을‘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지 않은 세대’라고 분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극우를 지지하는 것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오스트리아의 경우 14~29세 응답자의 18%가 극우 정당인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을 가장 매력적인 정당으로 뽑았다.
〈슈피겔〉은 독일대안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진행했다.베를린에 거주하는 한 20세 남성은 노동 이민을 지지하지만 이슬람 국가에서 오는 이민자에 대해선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특히 최근 만하임시에서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발생한 테러 사건이 투표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다.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거주하는 한 20세 여성 유권자의 경우 이번에는 동물보호당을 선택했지만,다음 선거에서는 독일대안당에 투표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그는 그 이유로 올해 함부르크에서 일어난 이슬람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에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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