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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대치···당정 세제개편 축소 불가피
野 부자감세 씌워 경제활력 발목
정치이슈에 상임위 가동도 못해
상속·종부세 등 대대적 개편 발목
25조 소상공인 대책도 난항 예상[서울경제]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세법개정안이‘용두사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윤석열 대통령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언급한‘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방안이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상속세율 개편과 밸류업 세제 지원책도 상당 부분 약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이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정치 이슈에 매몰돼 경제 활력을 높일 세제 개편이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상속세율과 과세표준 구간 조정이 담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여야는 채 상병 특검과 김 여사 특검 등으로 격하게 대치한 뒤 국회 개원식마저 연기했다.여야 교섭단체 연설이 무산되는 등 상임위원회 가동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회 보고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정상 가동을 못 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언급했던 대대적인 세법 개정은 이번에 포함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사라예보상속·증여·종부세 개편,사라예보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춰야 한다”며 직접 구체적인 상속세율 수치를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의 당초 언급과 달리 세법개정안에 힘이 빠지게 된 것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치 이슈에 매몰됐기 때문이다.야당은 180석이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이른바‘쌍특검법’추진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수사에 나선 검사 탄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여당은‘리더십의 공백’속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민생법안을 주도적으로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이달 3일 정부가‘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밸류업 공시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분리과세 대상을‘밸류업 공시 기업’으로 한정하면서 전면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정부가 각종 세제를 통해 밸류업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던 것을 고려할 때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우세했다.업계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정치권의 입법 환경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금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전면 도입하면 대주주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며 “정부가 야당의‘부자 감세’프레임을 의식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과감히 제안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세법개정안에도 이 같은 국회의 권력 구도가 반영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상속세는 그동안 세율 인하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이번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밸류업·스케일업 기업 등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한도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만으로도 개편 폭이 크기 때문이다.여당 내부에서도 상속세율이나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기류가 다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올해 유산취득세 전환을 본격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당정 내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종부세 역시 마찬가지다.재산세와 통합 작업은 내년 이후를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재산세를 단일세율로 조정할지를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거래세 폐지까지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지방재정 감소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3%로 2014년 새 기준을 마련한 뒤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부 지자체 재원으로 가는 종부세를 대폭 감면할 경우 지방재정 부담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율 인하도 추진이 쉽지 않다.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4%에서 21~22%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같은 건의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당정 입장에서는 재작년 당시 법인세 인하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실제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려고 했지만 민주당이‘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해 예산안이 법정 마감 시한을 3주 넘겨 국회에서 의결되기도 했다.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자 여야는 결국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기로 합의했다”며 “재계에서 강하게 요구했지만 법인세 인하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문제는 입법 권력이 야당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상속·종부세와 밸류업 세제개편안이 기대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세법개정안을 내놓아봐야 동력을 얻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세제실장 출신의 한 인사는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지르듯이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기재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세법개정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부 입장에서 재정 부담도 대대적인 세제개편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 요인으로 평가된다.올 들어 4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64조 6000억 원으로 동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 폭을 나타냈다.기재부는 올해 1~5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1000억 원 덜 걷히자 세수 재추계를 공식화하기도 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감세에 나설 경우‘세수 펑크’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야당의 발목 잡기와 정부의 눈치 보기로 세제개편안이 소폭 변화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제 활력 제고에 대한 우려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경제계에서는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이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평가한다.상속세 개편안은 기업 승계 부담 완화와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종부세 폐지 역시 중산층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강하다.금투세 폐지는 개인투자자 부담 완화와 자본시장 활성화가 맞물려 있다.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속·종부세 개편안이 거론된 것”이라며 “감세가 아닌 조세제도 정상화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야당에 세법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재부 혼자 세법개정안을 들고 야당을 설득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통령이 세제개편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