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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에 42㎜ 폭우 휩쓴 영양군
이웃 구조한 유명옥·김형종씨
“산사태로 구조대도 출입 못해
고립된 할머니 업고 빠져 나와”
재산피해 크지만 인명피해 없어
영양=박천학 기자,colonias이승주 기자
지난 8일 극한 호우가 마을을 집어삼킨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의 유명옥(51·왼쪽 사진) 이장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산 아래로 길게 뻗어 있는 마을은 40가구 57명이 군데군데 떨어져 살고 있으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다.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리던 마을에 이날 오전 1시 30분쯤‘우르릉’소리를 내며 물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유 이장은 산사태 가능성을 직감하고 휴대전화로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방송도 했지만 세찬 빗소리에 소용이 없었다.그는 새벽 순찰 중이던 김형종(48·오른쪽) 입암면 자율방재단 단장과 전화를 주고받은 뒤 동시에 주민 구조에 뛰어들었다.
마을회관은 순식간에 무릎까지 물이 차올라 유 이장은 지대가 높은 자신의 집으로,김 단장은 부녀회장 집으로 어르신들을 등에 업거나 부축하며 필사의 탈출을 계속했다.유 이장은 “집에서 약 30m 떨어져 있는 80대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은 펄로 변해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며 “맨발로 가서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피신시켰는데,왜 그렇게 멀었던지…”라고 당시를 떠올렸다.김 단장은 “어르신들을 대피시키던 중 토사와 흙탕물에 갇히곤 했지만 구조를 기다리는 이웃 생각뿐이었다”며 “폭우로 정전이 돼 손전등과 헤드 랜턴을 사용했는데 워낙 급박해 구조 도중 이마저 잃어버려 암흑을 헤치고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투로 할머니를 비롯해 고립된 어르신 16명이 모두 대피한 시간은 오전 5시쯤.순간 거센 흙탕물과 바위들이 집 3채를 그대로 뚫고 마을 아래 농작물을 휩쓸었다.이 마을은 전날 오후부터 219㎜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오전 4시쯤부터 10분 사이 42㎜의 폭우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다.주택 16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됐고 밀려온 토사는 마을 대부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오전 4시 30분쯤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했던 소방대원조차 약 2시간 지나서야 진입했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 지 수백 년 만에 처음 겪는 물난리였다”며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이 있어서 참변을 면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유 이장과 김 단장은 “마을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처참하지만 인명 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하루빨리 복구해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행정안전부는 11일 오전 9시 기준,colonias이번 집중호우로 충북 옥천,충남 서천·논산 등에서 3명이 사망했고,colonias충북 영동에서 1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또 대구 북구와 충남 금산에서도 2명이 숨져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전북 익산으로 모꼬지(MT)를 온 의대생도 실종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