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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에서 발표한 '2024 환경보고서'에 따르면,핵심 제품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선언한 지난 2020년보다 탄소배출량이 4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경쟁했던 넷제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떠오르고 있다.
구글의 보고서는 기술 발전이 반드시 환경적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특히 AI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인프라 확장이 탄소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에서 부담감이 적었던 소프트웨어(SW) 산업 역시 모든 산업에 AI가 접목되면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AI의 적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SW 산업도 더 이상 환경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기업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ESG 공시는 기업들이 환경적,사회적,프로그레시프 슬롯그리고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이를 공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올해 상반기 공시기준 초안 발표와 함께 의무화가 예상됐지만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면서 의무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하되,구체적인 의무화 시기는 추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아직 기업들의 수용 가능성과 대응력을 고려해 답보상태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기업들이 ESG 공시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국내 상장사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ESG 공시 의무화는 최소 2028년 이후가 적정하다고 답했다.이는 대기업조차도 ESG 공시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대기업들이 이런 상황이니 대다수가 중소·중견기업인 국내 SW기업들의 대응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ESG 영역에서 기업들을 규제하기보다는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자율성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스스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ESG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CP:Compliance Program)' 개선안이 좋은 예다.공정위는 CP 우수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경 혜택 및 신용보증기금 수수료율 인하,프로그레시프 슬롯가맹·대리점 등 협약 이행평가에서 가점 부여 등으로 기업들의 제도 유인을 높여나갈 예정이다.이러한 인센티브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 목표를 달성하고,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도 SW기업들의 ESG 역량 강화를 독려하고자 우수기업들을 발굴해 계약(공사·용역·물품구매)시 ESG 우수기업을 우대하거나 기업의 기술개발 및 제품 판매의 판로개척 지원,시중은행의 ESG 정책금융(금리·대출 등) 외에도 민간자금 유치를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협약을 유도할 방침이다.이러한 노력은 SW 기업들이 환경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경제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SW 분야에 특화된 ESG 경영 인증사업을 추진 중이다.이는 단순히 ESG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기업들이 실제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표와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인증체계 마련을 더 이상 기업들에만 떠맡길 것이 아니라 편리하게 ESG 경영을 진단받고,산업 특수성에 맞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표를 갖추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SW 산업 특성에 맞는 ESG 경영 인증체계 구축을 통해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프로그레시프 슬롯이에 걸맞은 인센티브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SW 산업이 환경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전 세계적으로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박연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ESG위원장·굿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