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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치매·심혈관계 질환 등 중증 질병 진단에 필수적인 과정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다.환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30~40분을 버티며 촬영을 해야 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병원도 하루에 MRI를 촬영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진 가운데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MRI 촬영 장비를 추가로 구매하려고 해도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환자와 병원이 MRI에 있어 겪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긴 촬영 시간이다.의료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던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정보공학부 학생 5명은 긴 MRI 촬영시간을 기술로 줄여보자고 의기투합했다.그들은 2018년 10월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에어스메디컬'을 설립하고 '질병 없는 세상'을 비전으로 내세웠다.좋은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도록 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공학도들의 진심은 조금씩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에어스메디컬의 공동창업자이자 신제품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이두희 팀장을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두희 에어스메디컬 공동창업자 겸 신재품개발팀장./사진 제공=AWS
이두희 에어스메디컬 공동창업자 겸 신재품개발팀장./사진 제공=AWS
 
AI로 고화질 MRI 영상 만들고 클라우드로 관리하고
MRI 촬영시간은 장비에서 줄일 수 있다.하지만 줄어든 촬영시간만큼 영상의 품질이 저하된다.저화질의 MRI 영상으로는 의료진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30~40분의 시간동안 MRI를 촬영한다.이 팀장을 비롯한 에어스메디컬 창업 멤버들은 AI로 저화질의 영상을 고화질로 바꿀 수 있다면 굳이 MRI를 오랫동안 촬영할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그들은 곧장 MRI 영상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AI 개발에 착수했다.그 결과물이 '스위프트MR'이다. 

에어스메디컬은 첫 타깃을 지역 병원이나 건강검진센터로 삼았다.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MRI를 촬영하고 빠르게 영상 품질을 끌어올려야 했기에 에어스메디컬의 선택은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였다.온프레미스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의 환경을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업무 환경이다.

스위프트MR을 병원에 공급하더라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온프레미스 기반에서 업데이트를 빈번하게 하려면 고객사들을 찾아다니며 작업을 해야 한다.하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클릭 몇 번만으로 전 고객사 대상 업데이트가 가능하다.초기 구축 비용도 클라우드를 선택한 이유다.온프레미스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구매하고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에 초기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클라우드는 전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가 마련해놓은 인프라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비용은 쓴만큼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에어스메디컬은 클라우드 인프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클라우드 파트너로 택했다. 

 
에어스메디컬의 스위프트MR 데이터 흐름도./그래픽=에어스메디컬
에어스메디컬의 스위프트MR 데이터 흐름도./그래픽=에어스메디컬
김 팀장과 창업 멤버들은 쿠버네티스를 기반으로 초기 인프라를 구성했다.오픈소스 기반의 쿠버네티스는 컨테이너들을 관리해준다.컨테이너는 각종 앱을 실행하고 업데이트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소스코드가 담긴 패키지다.앱 관련 필수 요소만 담겨 있어 기존의 가상머신(VM)보다 가볍고 속도도 빠르다.회사는 AWS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쿠버네티스 관리 솔루션 EKS를 도입했다.EKS가 AWS 클라우드 기반에서 쿠버네티스의 컨테이너를 관리를 대신 맡았다.개발진은 앱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새로운 기능 개발과 배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그 결과 MRI를 촬영하면 결과물이 데이터베이스(DB)로 바로 가서 의료진이 봤던 기존의 과정이 바뀌었다.촬영시간이 단축된 MRI 영상은 클라우드로 올라가 스위프트MR을 거쳐 고화질의 영상으로 변환되어 DB로 전송된다.의료진은 보다 빠르게 고화질의 MRI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에어스메디컬이 집중한 것이 '자동화'다.병원의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은 바쁘다.MRI 장비 외에도 사용하는 장비나 툴이 많다.한 장비만 붙잡고 있을 수가 없다.에어스메디컬은 스위프트MR에 의료진의 손이 덜 가도록 최대한 자동화해야 했다.MRI 영상을 촬영하고 의료진이 보기까지의 전 단계를 자동화했다.특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없이도 구동되도록 기획했다.그 결과 보통 30~40분이 걸리던 MRI 촬영시간이 50~75% 줄었다. 

내부적으로 업데이트도 자동화하는 깃옵스(GitOps)를 도입했다.기존 업데이트의 배포는 데브옵스(DevOps) 엔지니어가 맡았다.데브옵스란 개발·배포·운영의 과정을 함께 관리하는 업무 환경을 말한다.스위프트MR 관련 업무가 증가하면서 배포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왔다.이에 회사는 스위프트MR의 소스코드에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이같은 깃옵스 환경이 구축되면 사람의 손을 통해 진행되던 업데이트가 자동화되면서 실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스위프트MR을 적용하지 않은 MRI 영상 및 촬영시간(왼쪽)과 스위프트MR을 적용한 영상 및 촬영시간./사진 제공=에어스메디컬
스위프트MR을 적용하지 않은 MRI 영상 및 촬영시간(왼쪽)과 스위프트MR을 적용한 영상 및 촬영시간./사진 제공=에어스메디컬
스위프트MR 고객사가 늘면서 불만 사례도 나왔다.한 병원은 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MRI 영상을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을 제기했다.스위프트MR의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DB에 부하가 걸려 장애가 발생했다.

김 팀장은 AWS의 IDS와 RDS 프록시 기능으로 DB 부하를 줄였다.IDS는 DB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RDS 프록시는 DB에 연결된 서비스들을 관리한다.두 기능들을 이용하면서 DB 요청량이 많아졌을 때 DB의 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26개국 460개 기관으로 고객 확대
에어스메디컬은 글로벌로 눈을 돌렸다.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스위프트MR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를 받았지만 보안이 걸림돌이었다.미국 의료기관에 스위프트MR을 공급하려면 의료정보보호법(HIPPA)을 준수해야 했다.하지만 회사에게 이러한 규정은 생소했다.김 팀장과 경영진은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로펌의 자문을 받았다. AWS Config의 도움도 받았다.AWS Config는 AWS의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의 리소스 구성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평가·감사·평가한다.에어스메디컬은 AWS Config를 통해 나오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미국의 보안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미진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보완했다.이와 함께 국제표준 정보보안 인증(ISO27001)도 획득했다.이러한 노력 끝에 회사는 2022년 11월 한 '의료 영상 촬영 전문기관'을 미국 첫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한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에어스메디컬의 '스위프트MR'을 활용해 환자의 MRI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제공=에어스메디컬
미국의 한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에어스메디컬의 '스위프트MR'을 활용해 환자의 MRI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제공=에어스메디컬
이후 글로벌 고객을 늘려갔다.글로벌 고객이 포함된 국가 수가 10개국을 달성한 시점에 AWS의 리전도 서울에서 글로벌 5개 리전으로 확대했다.리전은 AWS의 데이터센터가 포함된 지역을 의미한다.고객수가 늘면서 스위프트MR의 트래픽도 증가했다.이에 에어스메디컬은 AWS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도입하면서 조직을 재점검했다.AWS 컨트롤타워 기능은 각종 계정에 대한 접근권한과 보안정책 등을 점검하고 로그인과 백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도움을 준다.신규계정을 생성할 때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정책이나 리소스를 자동으로 배포하는 기능을 갖췄다.이에 에어스메디컬 개발진은 개발 및 배포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오류 가능성도 줄였다. 

에어스메디컬은 현재 26개국 460개 기관에 스위프트MR을 공급 중이다.누적 MRI 촬영 건수는 170만건을 넘어섰다.회사는 스위프트MR의 효용성을 보다 많은 기관이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가령 AWS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지역은 AWS의 아웃포스트를 활용한다.이는 온프레미스 기반의 업무 환경이지만 AWS가 관리해주는 서비스다.이제껏 지역 병원과 건강관리기관에 주로 스위프트MR을 공급했지만 대학병원도 공략할 방침이다.

김 팀장은 "질병이 생긴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해 예방해야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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