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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수확하는 재미와 나눠 먹는 재미,이런 게 도시농부의 농사짓는 매력【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수확철이 가까워지자 감자 줄기가 시들시들 옆으로 쓰러져 있다.ⓒ 곽규현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감자를 수확하러 갔다.지난 3월 중순,텃밭 농장에 심어서 가꾼 감자다.봄에 심는 감자는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고 하여 '하지감자'라고도 부른다.이때가 되면 감자의 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농부에게 장마가 오기 전에 캐라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가 지나고 장마가 오면 높은 열기와 습기로 감자가 땅속에서 썩기 때문이다.이미 우리 텃밭의 감자도 잎은 누렇고 줄기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 도시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큰둥한 아내의 반응,서운하다

감자를 담을 커다란 대야(대야)를 챙기며 땅속에 감자가 얼마나 들어있을까 잔뜩 기대를 안고서 아내에게 한마디 건넸다.
 
"여보,이번에는 감자가 얼마나 나올까?"
"뭐,에픽 하드테일 월드컵작년과 비슷하겠지.같은 사람이 같은 땅에 심었는데 다를 게 있겠어?"
"아냐,에픽 하드테일 월드컵올해는 감자 줄기와 잎이 튼실한 게 뭔가 다를 것 같아."
"줄기와 잎이 무성하면 오히려 감자가 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씨감자 한 개에 한 두 개의 줄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 버려서 괜찮을 거야.내가 신경을 많이 썼거든."
"그런가.이따가 캐 보면 알겠지."

 
아내의 말대로 예년의 감자 수확량은 해마다 비슷비슷했다.아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도시농부의 수고와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내심 조금 서운했다.

어쨌거나 예년의 수확량을 기준으로 이랑당 대야 한 개씩,감자 이랑이 두 개니 대야 두 개를 준비했다.작년에는 두 개의 이랑에서 수확한 감자가 한 대야 하고도 반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더운 날씨에 억지로 따라나서는 듯한 아내의 퉁명스럽고 시큰둥한 반응에 기대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에픽 하드테일 월드컵아내가 보란 듯이 예년의 수확량 이상이길 바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꿈틀댔다. 

보물 같은 감자들.농사 짓는 재미가 이거구나
 
▲  필자와 필자의 아내가 즐겁게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곽규현
  
드디어 감자 캐기가 시작됐다.씨감자를 심은 이후 3개월 정도 애지중지 가꾼 결실이 얼마나 될까 뚜껑이 열리는 순간이다.(관련기사: 도시농부인 제 텃밭엔 온갖 채소가 가득합니다 https://omn.kr/28cs8 )

멀칭 비닐을 걷어내고 감자 줄기를 뽑아낸 다음,호미와 삽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파헤치니.알 굵고 때깔 좋은 감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이렇게 감자가 씨알이 굵고 모양도 이쁘다니.'

씨감자에서 자라난 감자 한 그루에 보통 대여섯 개의 햇감자가 보물처럼 들어 있었다.땡볕 아래서도 도시농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짜릿한 수확의 기쁨이 몰려온다.도시농부의 어깨가 으쓱해지고 체면이 선다.

시큰둥했던 아내도 덩달아서 신바람이 났다.감자를 주워내는 손길이 바쁘면서도 가볍다.이런 게 도시농부가 만끽하는 수확의 재미다.
 
▲  두 이랑에서 수확한 감자가 가득 담긴 두 대야(위),에픽 하드테일 월드컵캐는 도중에 상처 난 감자(아래) ⓒ 곽규현
   
감자 풍년에 마음이 들뜬 탓인지 나는 간혹 호미질과 삽질을 잘못하여 탐스러운 감자를 두 동강 내거나 상처를 내고 만다.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또 실수를 한다.나를 보고 있던 아내가 애써 키운 감자를 조심스럽게 캐야지,에픽 하드테일 월드컵함부로 해서 상처가 나면 감자가 아깝지 않느냐며 약간의 부드러운 핀잔을 늘어놓는다.

이번에는 아내가 감자에 애착을 보이는 모습이라,핀잔을 좀 들어도 싫지만은 않다.두 이랑 모두 캐고 보니 수확량이 두 대야 가득 넘친다.'그래,이 정도 수확은 해야 제대로 농사짓는 도시농부라고 할 수 있지' 하는 자부심 같은 게 생긴다. 

이제 감자 수확이 끝났으니 수확량을 분배할 차례다.우리 부부 두 사람이 먹는 양이라야 얼마 되지 않는다.나머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인심을 베풀 기회다.

텃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까이에 사는 처형 집부터 들러서 감자 일부를 내려놓았다.처형은 고생해서 가꾼 걸 뭐 하려고 가져왔느냐고 하면서도 함박웃음,고맙다는 말과 함께 시원한 음료를 권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지인들에게 조금씩 나눠주었다.지인들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며칠 전에는 서울에 사는 아들딸에게도 택배로 한 상자를 보냈다.아들딸도 감사한 마음을 영상으로 답해온다.

주는 사람이 즐겁고 받는 사람도 기쁘면 이것 또한 도시농부의 나눠 먹는 재미 아닌가.모처럼 아내의 얼굴에 뿌듯한 기색이 돌았다.나도 덩달아 흐뭇한 기분에 젖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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