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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지법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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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의 불법 수사로 인해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이씨와 함께 7억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지난 14일 고(故) 박남선·박남훈씨 유족 5명이 각각 대한민국과 이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이씨와 공동으로 유족 4명에게 각각 1억6650만원,챔수유족 1명에게 508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손해배상 총액은 7억1600여만원이며 배상책임 비율은 대한민국이 70%,챔수이씨가 30%입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박남선씨 등은 긴 세월 동안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박탈당한 채 고통 속에 생활해야 했고 구금 상태가 해소된 이후에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 와야 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유족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였던 자녀(원고)들은 부모의 불법 연행과 북한에 적대적이던 당시 시대 상황으로 미뤄볼 때 '간첩의 가족'이라는 누명을 쓴 채 극심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수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씨가 당시 사법경찰관으로서 국가와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악랄하고 가혹한 고문을 진행하고 불법 수사를 주도했다"며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이후에 도서를 발간해 다시금 피해자들에게 2차로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는 당시 사법경찰관으로서 상위 수사본부의 지휘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 대한민국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박남선씨는 지난 1965년 서해 함박도에 조개잡이를 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그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13년이 지난 1978년 간첩 혐의로 불법 체포됐습니다.

당시 이씨는 박남선씨의 작은아버지가 해방 전 북쪽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공작원과 공작금 수수 연락을 취했다는 등의 누명을 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남선씨는 "잠을 안 재웠고,굶겼고,물고문을 당했고,챔수고문과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박남훈씨도 역시 "잠을 재우지 않았고,굶기고,챔수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2-3부(부장판사 김형진·최봉희·진현민)도 지난 2021년 6월 박남선·박남훈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불법 체포된 상태였고,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유족들은 무죄가 선고된 후 이듬해 1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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