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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위,관계부처와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발표
민주노총 "현실성 없는 허황된 대책…노동자 권리 신장이 먼저"
한국노총 "'나쁜 일자리'와 차별로 문제 해결하려는 모순된 대책"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저출산고령사회원회(저고위)가 일가정 양립,돌봄 등과 관련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노동계가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19일 저고위가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저고위는 일·가정 양립과 돌봄을 저출생 극복의 핵심과제로 보고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일·가정 양립의 경우,중소기업을 위해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신설하고 대체인력지원금을 일괄적으로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확대했다.또 직접고용뿐 아니라 파견근로자 사용 시에도 인건비를 지원한다.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이나 업종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유학생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배우자의 출산휴가를 확대하고 출산휴가신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합신청제도도 운영한다.
돌봄 지원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서울지역에 시범 도입 예정인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내년 상반기 1200명까지 전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또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근로자의 배우자에게 가사돌봄 활동을 허용하고 민간기관의 중개도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저고위의 지원 대책을 두고 민주노총은 현실성이 없는 허황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저고위가 육아휴직을 시간 단위로 쪼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책과 관련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유연근무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은 15% 남짓에 불과했고 그마저 대부분 대기업에 국한됐다"고 했다.그러면서 "말뿐인 지원제도를 만들어봐야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노동자의 권리 신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다"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저고위가 특고(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무제공자에 대해 육아지원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제 논에 물 대는 모양새"라고 했다.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모바일 맞고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지원 대상의 기본권을 박탈하겠다는 모순된 대책에 어떤 실효성이 있나"라고 했다.또 정부가 주장하는 돌봄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이 모순적이라고 다시 꼬집었다.
아울러 저고위의 대책을 시행할 금전적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대책의 상당수가 감세,모바일 맞고현금지원 등 현금성 지원 대책이지만 실행하는 데 들어갈 재원의 규모,마련 방도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저고위의 저출생 대책을 두고 '나쁜 일자리'와 차별을 통해 일·가정 양립과 돌봄을 해결하려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좋은 일자리 창출'로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에 대응하겠다는 스스로의 계획과 상충된다"고 했다.대체인력 고용,파견노동자 사용,모바일 맞고외국인노동자를 활용한 대체 공급 등을 '나쁜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 대체인력 활용은 지원금의 문제가 아니라며 "공급자에게는 양질의 인력 공급이 이뤄지고 수요자에게는 매력적인 일자리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때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또 저고위의 돌봄 관련 지원을 두고 한국노총은 "수요자 중심의 '비용' 문제 해결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획일화되지 않은 주택구조나 가구형태로 인한 종사자의 근무환경 문제 ▲돌봄 노동시간의 불규칙성과 이에 따른 임금 수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가족 등 외국인력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가사돌봄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돌봄 부문 일자리를 더욱 '나쁜 일자리'로 만들고 돌봄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정부가 민간기관이 해외로부터 가사사용인을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과도한 브로커 비용,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주 막을 내린 112차 ILO 총회에서 채택된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 보고서를 언급하며 정부를 지적하기도 했다.보고서에서는 "돌봄 종사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정부가 국제사회의 권고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정부가 돌봄을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향해서 책임을 묻기도 했다.한국노총은 "지난해 10월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모성보호 3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예산까지 준비했지만 정부여당의 보이콧으로 입법이 무산됐다"며 "한시가 급한데 새롭게 구성된 22대 국회도 아까운 골든타임만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다 된 밥에 재 뿌려 놓고 다시 새 밥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고위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한국노총은 "차별과 모순으로 점철된 저출생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저출생 추세에 반전은커녕 가속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