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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사정 기울며 고교 자퇴 후 일용직 생활 이어가
2년 전부터 '파킨슨병' 진단,시력·청력도 떨어져
심방세동 증상 발견했지만 시술비 없어 치료 못 해

올해 초 전기,수도,가스 등이 끊긴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던 장재진(가명·63) 씨의 모습.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올해 초 전기,수도,가스 등이 끊긴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던 장재진(가명·63) 씨의 모습.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집은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곳곳에 찢긴 벽지와 그 사이로 핀 곰팡이들,종이를 겨우 덧대놓은 창문은 집주인의 속사정을 여실히 드러낸다.전기,수도,비야레알 대 rcd 마요르카 라인업가스 등이 모두 끊긴 곳에서 지내온 장재진(가명·63) 씨.최근 가까스로 임시 거처에 왔지만 결국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오른팔이 급격하게 더 떨린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가세 기울어.일용직 전전하다 '파킨슨병' 진단

재진 씨에게도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소위 '인텔리'라고 불리던 부모님은 그 시절 보기 드문 맞벌이 부부였다.장남인 재진 씨를 필두로 5남매는 친구들에 비해 유복한 환경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재진 씨가 중학교를 입학한 후부터 아버지의 만화 관련 사업이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재기를 위해 직물도매상,운수업 등을 했으나 모아뒀던 돈을 탕진할 뿐이었다.그 뒤로도 재진 씨의 부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으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장남인 재진 씨에게도 '가장'의 역할이 주어졌다.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한 그는 전국을 떠돌며 일용직 생활을 했다.아파트 공사현장부터 조선소,염색공장 등 현장을 가리지 않았고 번 돈으론 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대줬다.

그사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으나 지금은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상태다.부부금실이 좋았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던 것이 화근이었다.인공수정과 시험관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비야레알 대 rcd 마요르카 라인업부부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관계가 나빠졌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다.경북 구미에 있는 한 수출포장 업체에서 일을 하다 임금이 6개월 넘게 밀려 과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였는데,갑작스레 오른팔이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곧장 간 병원에선 '파킨슨병' 진단이 내려졌다.이미 재진 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앓고 있던 병이었지만 증상은 너무나도 낯설었다.손 떨림은 물론 다른 신체 감각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소변은 하루에 30번 넘게 보면서도 대변은 보름 가까이 못 볼 정도였다.다른 가족들도 병을 앓거나,생활고를 겪고 있어 재진 씨를 돌볼 처지가 아니었다.

◆몸 상태 계속 나빠져.3달 뒤 갈 곳도 마땅찮아

더 이상 일은 할 수 없었고,모아둔 돈은 바닥이 났다.보증금마저 생활비로 써버려 갈 곳이 없던 그는 사실상 폐가에 가까웠던 남동생 명의의 집으로 들어갔다.다만 이곳도 공과금이 밀려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재진 씨는 집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야할 때면 근처 지인의 집을 이용하는 식으로 생활을 이어갔다.급하게 신호라도 오면 마당에서 볼일을 보기도 했다.주변 환경이 무너지자 기력은 급속도로 쇠약해져갔고 입을 떼는 것조차 큰 힘이 필요했다.

그대로 죽을 것만 같던 순간 희망이 그에게 닿았다.올해 초 겨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등록되면서 기초생활수급비 월 71만원과 장기요양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주민센터와 복지관의 도움으로 6개월 동안 지낼 수 있는 임시거처로 이사도 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청력이 떨어져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양쪽 눈은 황반변성을 앓고 있어 시력도 감퇴 중이다.얼마 전엔 부정맥 질환 중 하나인 심방세동 증상이 발견됐지만 비급여 항목 시술비가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진 씨는 오는 10월이 되면 현재 살고 있는 거처를 떠나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가야 한다.돈이 없어 같은 병을 앓는 어머니와 동생처럼 요양병원 신세를 질 수도 없다.몸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고 싶다는 재진 씨.억지로라도 손떨림을 멈추려는 그의 목뒤로 진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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