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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이후 한국 몰려와
난민 인정 놓고 법조계 엇갈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이후,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으려고 신청한 러시아인이 8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1일 확인됐다.전쟁 전과 비교하면 20~120배가량 폭증했다.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뜨겁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심사를 신청한 러시아인은 모두 8871명.전쟁 전인 2021년 45명에서 2022년 1038명,2023년 5750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올해도 5월까지 2083명이 신청했다.그러나 아직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거의 없다.이들의 신청 사유가‘징집 거부’이기 때문이다.대법원 판례에는‘단순 징집 거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러시아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서울행정법원은 당시 “A씨는 일관되게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고,우크라 전쟁 반대 시위에도 참석했다”며 “전쟁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외부적으로 표시해왔기에,본국에서 박해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인정된다”고 했다.법무부는 항소해 2심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은 협약에 따라 60일 동안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그러나 난민 인정 절차는 신청 단계부터 복잡하고 까다롭다.심사 대상이 되는지가 첫 관문이다.심사 대상에서 떨어지면 고국으로 송환되는데,대부분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벌인다.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통 4~5개월 걸리고,신청자들은 이 기간 공항 내 출국 대기실에서 머물게 된다.재판에서 승소한 사람은 G-1 비자를 받아 입국하지만,패소한 사람은 송환 절차를 밟게 된다.
2022년 10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안드레이(가명)는 난민 신청 후 출국 대기실에서 5개월을 보냈다.출입국외국인청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신청을 반려하자 불복 소송을 냈고,그때부터 공항에서 지냈다.이후 2심을 거쳐 작년 6월에야 난민 심사를 받게 됐고,6개월짜리 임시 체류 비자인‘G-1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안드레이는 “공용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하고,바닥 위에 모포를 깔아 겨울을 지냈다”며 “공항 내 난민들이 수백 명에 달해 벤치 위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고 했다.그러면서 “고향과 가족이 생각나면,슬롯 나라 송송통로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했다.
갑자기 몰려든 전쟁 난민에 법무부는 고민이 많아졌다.법무부 한 관계자는 “러시아 난민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기자들의 식사와 잠자리 등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임시 체류 허가 등은 불법 체류 문제를 낳을 수도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난민법에는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와 주거,슬롯 나라 송송의료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미성년자들에게는 교육 지원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국제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난민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현재 매년 겨우 100명 정도 난민을 받고 있는데,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 출신 한 법조인은 “과거 독일과 프랑스 등은 난민을 쉽게 받아준다는 인식을 주는 바람에 아프리카 국가 난민들이 몰려들어 여러 사회 문제를 낳았다”며 “불법 체류나 범죄 등에 대한 대비 없이 난민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