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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SK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 전부를 재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커리어 최대 성과로 꼽히며 현재까지도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최 회장이 오너이자 경영진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최근 이혼소송 이슈로 곤경에 처한 SK의 논리적 약점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키운 막내…형님들 떠받드는 기둥 됐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SK이노베이션의 모태)과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모태)를 인수하며 그룹을 일궜다.이후 최태원 회장이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SK는 'SK이노베이션(에너지)·SK텔레콤(통신)·SK하이닉스(반도체)'로 이어지는 지금의 삼각편대를 갖추게 됐다.

가장 나중에 인수한 '막내' SK하이닉스는 현재 그룹 전체를 떠받드는 기둥이 됐다.SK하이닉스는 SK 전체 계열사 중 가장 큰 매출액과 영업이익,미국 대 리투아니아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최근 수년간 SK이노베이션,미국 대 리투아니아SK텔레콤의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성과는 한층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1조7417억원.2022년 3조9173억원,2023년 1조9039억원 등에 머물러 있다.연간 영업이익률은 2∼5%대에 그쳤다.

여기에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은 아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고 있다.SK는 최근 3년간 SK온에 20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올해만 추가로 7조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이 때문에 신용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가중됐다.SK이노베이션의 연간 부채 규모는 SK온 출범 전이던 2019년 21조3212억원에서 지난해 말 50조7592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넘게 불어났다.

하이닉스 인수(2011년) 이전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SK텔레콤은 해마다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SK이노베이션과 달리 영업이익률도 매해 10%를 유지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가졌지만 성장 속도가 더디고 이익이 많지 않다는 점은 한계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그래픽=박진화 기자
 

반면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과 성장세는 두드러진다.눈에 띄는 부분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다.글로벌 경기 침체,지정학적 리스크로 반도체 업계가 한파를 겪던 2023년을 제외하고 SK하이닉스는 해마다 6조원 이상 이익을 내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해왔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에만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연간 1∼2조원 안팎의 이익을 낼 때 SK하이닉스는 1개 분기만으로 이미 영업이익 5조원을 넘기게 된 셈이다.SK하이닉스는 올 한 해 '영업이익 20조원,영업이익율 30% 이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전망이다.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능력을 초우량인 'AAA'급으로 판단하고 있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아주 어려운 상황인데 조직 내에서는 '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 모두가 리밸런싱 검토 대상'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초우량 반도체 기업 키울 것"…밀어붙인 최태원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최대 경영 커리어로 꼽힌다.최 회장이 강력한 의지로 SK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시킨 일화는 유명하다.2012년 인수 당시 SK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이었다.최 회장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SK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그룹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며 인수를 밀어붙였다.이후 SK하이닉스는 인수 10년 만에 매출이 4배,시가총액이 6배 불어나며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수출중심인 SK하이닉스의 활약으로 'SK는 내수 위주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보인 만큼 반도체 사업은 투자 확대 대상 1순위로 손꼽힌다.최 회장은 반도체(Chip)·배터리(Battery)·바이오(Bio)까지 이른바 'BBC'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SK에 있어 SK하이닉스는 현재이자 미래인 셈이다.

최 회장이 최근 잭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미국 대 리투아니아웨이저자 TSMC 회장 등을 만난 것도 SK하이닉스에 한층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회장이 오너이자 경영진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유일한 셈이다.

 
'승계상속형' 기업가…최태원-하이닉스 연결고리 딜레마
SK하이닉스는 SK가 2006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에 재계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반도체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고 동시에 글로벌 톱티어 회사로 발돋움했다"며 "(하이닉스 인수로) SK가 그린·첨단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이는 질적 확장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입지는 최근 불거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펼치는 SK의 핵심 주장과 논리적 모순을 이룬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1조3808억원은 그동안 알려진 재산분할 규모 가운데 최대 액수다. 

이와 관련 SK는 최 회장이 '승계상속형' 기업가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를 최종현 선대회장의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을 기준으로 전후를 평가했고 △1994년 11월(최 회장 주식 취득 시점) 주당 8원 △1998년 5월(최 선대회장 별세 이후 시점) 주당 100원 △2009년 11월(SK C&C 상장 시점)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이에 따라 그룹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각각 판단했다.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했다./사진 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했다./사진 제공=SK
 

하지만 SK 측은 1998년 5월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며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최 회장 기여분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이 아닌 승계상속형 기업가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이는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끈 시기노 관장의 기여도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으로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는 법원의 판단만큼 크지 않다'는 SK의 핵심 논리와 모순을 이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이 1970년대 말 반도체 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SK하이닉스는 100% 최 회장 본인의 경영 성과"라면서 "SK그룹의 시총이 오른 것도 전적으로 하이닉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이어 "최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부친 SK하이닉스가 현 시점에서 그룹 유일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데 정작 그룹 성장에 관해 최 회장의 기여도를 낮추겠다는 모순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 회장→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 흐름에 놓여 있다.최 회장이 SK㈜ 주식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를 거느리고 다시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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