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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5일 직원교육 녹취록 입수
희생자 모욕 넘어 사건 왜곡·조작 발언
“범죄행위 교사하는 발언” 지적도 지난해 10월17일 열린 진실화해위 64차 전체위원회에서 황인수 조사1국장이 1소위원회 회의결과를 보고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의 황인수 조사1국장은 왜 굳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왔을까.최근 국회에서 두꺼운 안경과 마스크로 변장한 모습을 고집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그의 9개월 전 발언이 새삼스럽게 조명되고 있다.
한겨레가 11일 입수한 황인수 국장의 지난해 10월5일 조사1국 직원교육 녹취록에는,한국전쟁기 경북 영천에서 죽은 9살짜리 희생자를 언급하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사건을 왜곡·조작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다.전체 발언들을 뜯어보면,살스이미 진실규명을 한 사건을 거꾸로 돌리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1기 진실화해위(2005~2010년)에서 진실규명이 되고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과 적대세력 사건의 비율을 억지로라도 맞추라는 주문을 하는 탓이다.
눈에 띄는 발언 중 하나는 한겨레가 지난해 9월21일자로 보도했던 영천‘정립분’사건이다.1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된 정립분은 당시 9살로‘이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군대에 갔던 형 정동택(당시 23살)이 탈영했다는 이유로 정동택의 소속 부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1950년 9월4일에서 16일 사이 영천군 화산면 당지리 가장골 양지골짜기 등에서 부모 형제 및 마을 사람들 수십명(참고인들이 진술한 숫자는 14명)과 함께 학살당했다.
영천경찰서는 1979년 작성한‘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처형자 명부에 정립분의 사망과 관련해‘(1946년 10월 항쟁이 벌어진)10·1 당시 요인 암살·방화 등 행위한 자’로 적었다.정립분은 1946년 당시에는 다섯살이었다.이에 대해 황인수 국장은 “본인 형이 살해 방화 다 한 것이다.그런 행위를 한 놈의 동생”이라며 단정 짓듯 말했다.
“우리 정립분이 같은 경우,자기 형이 이제 살해 방화 다 한 거야.근데 그 가족이야.가족이 한 수십 명 되잖아요.근데 어떻게 그 개인 개인마다 다 그걸 쓸 수 있겠어요?우리 경조사 치러보면은 감사 답장 쓰잖아요.그죠?그럼 어떻겠어요?그냥 존경하는 선배님 후배 및 동료 여러분 이렇게 나가잖아.그래 가지고 계속 쓰면 끝이잖아요.그죠?그런 개념으로 보시면 돼요,그렇게 쓰다 보니까 5살짜리 3살짜리가 암살 대원 방화범이 되기도 해요.이게 뒤에 적혀야 되는데,그런 행위를 한 놈의 동생이라고 써야 되는데 그게 빠진 거야.여러분들이 경찰들이나 이렇게 공공 기록이 남겨진 볼 때 그런 시각에서 봐야지 문제가 해결이 되고 여러분들이 진실에 더 가까워진다는 겁니다.그거를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발언에 관해 진실화해위 조사관들은 “근거 없이 9살짜리 희생자에 관해 죽을 만해서 죽었다는 것처럼 모는 발언에 소름이 끼친다.희생 당사자의 형제나 가족이 범죄에 관계됐다는 아무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1기 진실화해위 조사관으로 영천 사건을 직접 조사했던 김상숙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마을 주민 7명의 진술,제4대 국회 13명의 신고서 내용을 근거로 한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가해자를 두둔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정립분이 자기 형이 살해 방화한 놈의 동생이라서 그렇게 경찰 자료에 기록되었다”는 황 국장의 발언과 관련해선 “살인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을 넘어서서 본인이 새로이 사건을 왜곡·조작하는 국가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조사관들이 같은 범죄 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실화해위 황인수 조사1국장이 지난해 부임한 뒤 처음으로 참석한 9월26일 제63차 전체위원회에서 보고하고 있다.방청실에서 대형 모니터를 찍은 사진이다.고경태 기자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도 “빨갱이라면 가족 전체를 죽여도 된다는 말”이라며 “(해방공간에서 백색테러를 자행했던 극우 반공단체인)서북청년단 단원이 할 법한 소리다.고위공직자가 이를 행동으로 옮기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황인수 국장은 이밖에도 1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되고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석달윤 등 간첩조작의혹사건’(진도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조작이 아니며 석달윤씨는 간첩이 맞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남파간첩 오아무개씨가 북한에서 들었다는 진술에 따라 한국전쟁기에 월북한 박양민을 접선하였을 가능성을 근거로,1980년 5월께부터 박양민의 친인척에 대한 내사를 벌여 피해자들을 강제연행하여 장기간 불법구금하고 강압적 상태에서 자백을 받아 간첩 혐의로 사형·무기징역 등으로 처벌한 인권유린 사건이다.당시 박양민의 외조카 김정인은 사형선고를 받아 1985년 10월31일 사형이 집행됐고,
살스고종 10촌 석달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8년 12월 가석방됐다.여동생 박공심은 1년6개월형을 살고 만기 출소했다.
2007년 6월 1기 진실화해위는 김정민,석달윤,박공심 세 명의 피해자들은 “중정 수사관들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40일에서 55일 동안 변호인 및 가족들과의 접견이 차단된 불법감금 상태에서 구타·물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가했을 높은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진실규명 결정(인권침해 확인)을 내린 바 있다.이에 따라 재심이 진행됐고 2009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하지만 황인수 국장은 “2023년 석달윤씨의 아들 석아무개씨를 간첩혐의로 송치했다”는 과거 활동을 밝히며 그 아버지도 간첩이 분명하다는 식으로 주장했다.석아무개씨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현재 재판 중이다.
황인수 국장은 또한 “최소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례를 3개 들었으면 북한이 한 만행 3개 정도는 쓰자”고 하면서 “북한이 가해자라는 것은 잊지 말고 써달라는 거다.북한이 가해자인 걸,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보고서가 올라오는 게 있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진실화해위가 조직적으로‘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여왔음을 암시한다.1기 진실화해위에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과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 비율은 각각 82%(8206건 중 6742건 규명),81.45%(1774건 중 1445건 규명)로 엇비슷했다.
그러나 6월30일 현재 2기 진실화해위의 각 진실규명 비율은 군경 사건 23.2%(1만39건 배정에 2332건 규명),적대세력 사건 51.35%(4024건 배정에 2067건 규명)으로 두 배 차이가 난다.그동안 진실화해위는 적대세력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 비율이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보다 월등히 높은 점과 관련해 “관련 기록을 찾기 쉽고 참고인 확보가 용이하다”고만 설명했다.
황인수 국장은 이밖에도 “사건 신청인들의 필적이 다 똑같다”는 예를 들며 이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황 국장의 발언과 관련해 “생각의 다양성은 존중해야 하지만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실현할 수 있는 권력자가 진실규명의 방향과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강요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위원회가 총체적 난국이고,이런 상황에서 나온 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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