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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장악못한듯…대표이사 선임 지연
1조 투자유치·신사업 등 계획도 늦춰져
한미약품은 지난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를 포함한 3명(임종훈·신동국·남병호)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임 회장은 모녀(송영숙·임주현)와 갈등으로 경영진에서 물러난 지 석달 만에 이사회에 복귀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지분 약 7%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의 도움으로 이사회에 진입했으나 임시주총 이후 열리려던 이사회가 돌연 취소되면서 대표이사 선임이 예정보다 늦어지게 됐다.
가장 큰 이유로 임 회장이 한미약품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에서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8일 임시주총에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제외한 기존 이사 5명(김태윤·박명희·윤도흠·윤영각·황선혜)이 모두 불참했다.이들은 모녀가 경영권을 쥔 2022~2023년 사이에 선임된 인물이다.한미약품은 주총 이후로 현재까지 다음 이사회 개최일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이사회가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4월 30일 오전에 개최하려던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가 당일 취소된 적이 있다.당시 본사 로비에서 이사진을 맞이하려던 직원들은 취소 통보를 받고 뒤늦게 철수하기도 했다.
이사회가 열려도 대표이사 선임안이 통과될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달리 한미약품 이사회는 모녀 측 인사가 전체 10명 중 6명으로 수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출석이사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는 사이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지난 28일 종가 기준 한미약품의 주가는 27만500원으로 임 회장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지난 3월말과 비교하면 20% 가량 떨어졌다.두 형제(임종윤·임종훈)가 한미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음에도 주주들은 아직까지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면) 5년내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해 시가총액을 5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며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는 한미약품이 그동안 쌓아온 신약개발 노하우로 위탁개발(CDO)과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표이사 선임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임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밝힌 1조원 투자유치 계획이나 신사업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두 형제가 한미그룹의 주력인 한미약품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외부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맡기는 걸 주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업계 관계자는 "이사진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임 회장도 뜻대로 회사를 끌고 가기 어렵다"고 했다.
상속세 문제도 여전히 해결 방법을 못 찾고 제자리를 걷고 있다.가족들이 상속세 납부기한을 줄줄이 미룬 가운데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달 두 자녀의 주식 78만주를 빌려 150억원의 대출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두 형제에게는 한미그룹 경영뿐 아니라 상속세 납부라는 개인 문제까지 해결해야할 숙제가 놓였다.
이같은 우려에 형제 측 관계자는 "임 회장과 한미약품 이사진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표이사 취임 등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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