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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저기압 발달할수록 폭이 좁은 비구름 발달
“폭 좁아질수록 강수 강도는 강해져”

지난 10일 새벽 전북 군산에 비가 무섭게 내렸습니다.공식기록은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131.7㎜(오전 1시 42분∼2시 42분)인데요,비공식기록으로는 9일 오후 11시 51분부터 10일 오전 0시 51분까지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146.0㎜로 관측됐습니다. 비공식기록이라 하는 이유는 지정된 기후관측지점이 아닌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관측한 값이라 그렇습니다.군산 안에서도 AWS로 날씨를 기록하는 지점은 6개인데 그중에‘공식기록’으로 인정하는 곳은 한 곳입니다. 
 

비가 내린 지난 10일 한 시민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사계해안로를 걷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이유로 2022년 8월 서울 대방동에 있는 기상청에 내렸던 시간당 141.5㎜(오후 8시 5분∼오후 9시 5분)의 기록적인 폭우도 공식기록은 아닙니다.서울 공식기록은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비공식기록으로 집계된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더 많다고 해서 공식기록으로 인정된 강수량이 적은 비였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1995년부터 올해까지 30년 동안, 우리나라에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6∼8월에 군산에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었던 날 자체가 지난 10일이 처음입니다. 10일 일 강수량은 209.5㎜인데 200㎜는커녕 일 강수량 자체가 130㎜를 넘는 날이 채 20일이 안 됩니다.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도 1995년에 1번,1998년에 1번,2000년에 1번,체스터필드 소파2005년에 2번 있던 후로는 모두 2010년 이후입니다.
 
최근 30년 동안 군산에 일 강수량이 130㎜를 넘었던 날과 강수량.총 18일 중 대부분이 2010년대에 몰려 있다.기상청 제공 기존에 군산에 시간당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0년 7월23일 내린 81.0㎜였습니다. 하루 내내 내린 비가 130㎜를 넘은 날도 30년 동안 채 한 달이 안 되는데,체스터필드 소파이만큼의 비가 1시간 사이 온 것은 정말 기록적인 폭우입니다.보통 시간당 30㎜면 자동차 와이퍼를 제일 빠르게 해도 앞을 보기 힘들고,시간당 50㎜를 넘어가면 도시의 보통 배수량을 능가하며 어디선가 침수가 시작되고,체스터필드 소파시간당 100㎜를 넘어가면 하천이 범람하는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군산에서는 처음이어도 130㎜의 비가 아예 드문 양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남쪽 수증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공급받는 제주 서귀포도 공식적으로 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은 최근 30년간 24일뿐이었습니다.
 
지난 10일 전북 군산시 일대에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앙로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군산시 제공
10일 전북 군산시 미룡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 빗물이 들어와 있다.연합뉴스 올해 장마를 설명할 때 빈번히 사용되는 표현이 ‘띠 장마’입니다.보통의 정체전선보다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게 발달하는 비구름대 형태가 얇은 띠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좁은 비구름대 영향을 받는 지역에 매우 강한 비를 쏟아내고 조금만 거리가 떨어진 다른 지역도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10일 군산과 전북 부안(일 강수량 21.6㎜)처럼요.
 
이렇게 띠처럼 남북으로 좁은 장마가 내리는 원인은 명확합니다.바로 저기압 때문입니다.여름철 남쪽에서 확장하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의 경계면에 발달하는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합류하면 정체전선 폭을 더 좁게 만들고 그럴수록 강수 강도는 더 강해집니다. 저기압은 회전 방향에 따라 위쪽에 있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공기는 끌어내리고 아래에 있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끌어올리는데,체스터필드 소파그럴수록 정체전선은 남북으로 압축되는 탓입니다.
 
최근 30년 동안 서귀포에 일 강수량이 130㎜를 넘었던 날과 강수량.우리나라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서귀포도 30년간 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은 한 달도 안 된다.기상청 제공 결국 저기압 힘이 셀수록 폭이 좁은‘띠 장마’로 강한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장은철 공주대 교수(대기과학)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을 탄성이 좋은 큰 공이라고 생각하면,체스터필드 소파 저기압은 이 공을 돌아 지나가게 되는데 저기압이 셀수록 고기압을 누르면서 지나갈 수 있어서 정체전선을 조금 더 압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압착시키는 힘은 저기압의 강도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기압은 늘 장마 때마다 비가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다만 문제는 이 저기압이 점점 더 힘이 세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온도가 오를수록 저기압은 수증기와 열에너지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서해가 전 지구 해역 중 굉장히 따르게 온난화가 되고 있는 해역”이라며 “현재까지 추이를 보면 저기압으로 강수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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