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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기침 교단정치 난맥상
“한 회기에 총회장과 부총회장까지 직무가 정지되는 유례 없는 일을 겪고 있네요.이 아픔을 디딤돌 삼아서 해묵은 교단 관행이 없어지길 기도합니다.그런데 이 사태 이후에 화해와 용서는 보기 힘들고 또 다른 정치판이 펼쳐지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수도권의 한 중형교회를 맡고 있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소속의 A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기침에서는 지난 1월 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시작으로 지난달 총회장을 대행하던 제1부총회장까지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국내 교단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총회장·부총회장도 아닌 교단 총무가 직무대행으로 오는 9월 총회까지 교단을 이끄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본안 소송에서도 총회장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을 예고했다.지난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윤찬영)는 기침 총회에 “지난해 총회장 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기침 총회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교단 소속 일선 목회자들의 심정은 A목사처럼 기대 반 걱정 반이다‘제대로 예방주사를 맞은 만큼 다시는 교단 정치의 폐해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열망이 강하다.하지만 현실에선 기대와 다른 행보가 이어지면서 교단 내부의 갈등과 분열,브라보퍼블릭스크린반목과 대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총회장·제1부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 벌써부터 차기 총회장 쟁탈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기침 총회장 출신인 증경총회장단은 지난 13일 본보에 광고를 내고‘교단 내 장경동(대전 중문교회) 목사를 추천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증경총회장단 22명을 비롯해 증경총무 4명,브라보퍼블릭스크린한국침례회 부흥사회 회원 12명,브라보퍼블릭스크린지방회 회장 50명 등 88명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 같은 지지 행위마저도 또 다른 불법선거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현행 기침 선거관리법에 따르면 총회장 입후보 등록 예정일인 다음 달 9일 전에 특정 후보를 지지·추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만일 추후 선거 결과와 관련해 소송전에 휘말릴 경우 또다시 당선 무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화해와 용서로 총회 갈등을 매듭지기도 전에 또다시 특정 후보를 위시한 정치세력이 가동되고 있는 형국이다.한마디로 교단정치의 난맥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교단 내부의 이런 내분은 또 다른 소송전에 이어 교단 분열의 전초전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200개 가까운 교단으로 갈라진 장로교단의 상당수가 비슷한 전례를 갖고 있다.최근에는 한 웨슬리언 교단에서 신학교 수장 쟁탈전이 빚어진 끝에 결국 일부 인사들이 떨어져 나갔다.앞서 또 다른 그룹이 이탈하면서 5년도 안 된 사이에 서너 교단으로 갈라졌다.화합과 일치로 복음 전파에 목숨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교단 정치에 휘둘린 목회자와 성도들이 교회 분열의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단에서는 이런 사태를 되돌리고자‘교단복원‘교단통합’등으로 다시 뭉치려고 하지만 동력이 쉽게 모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교단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일부 교회들이 교단과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기성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들이 많아지는 것도 교단정치의 폐해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교단 분열이냐 화합이냐.기침 교단으로서는 이번 회기가 교단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기독교원로의회 대표의장인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는 “조직 내에서 각자의 생각이 달라 이슈에 반대할지라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이들을 존중할 때 최악의 갈등은 면할 수 있다”면서 “예수님의 사랑으로 더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단은 본래 선교를 위해 협력하는 기관이다.권력 투쟁이나 다를 바 없는 교단 정치는 그리스도의 영광을 가리기에 근절돼야 한다”며 교단 리더십의 검증 강화를 주문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목회자는 “모든 법에 절차가 있듯 하나님의 일에서는 더욱 성경에 근거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침례교단 사태는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결과물이다.성경에 따라 절차를 지키면 주님께 영광이 될 것(고전 9:24,브라보퍼블릭스크린히 12:1)”이라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