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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파이넥스 구동 돌입…궁극의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 추진
"재앙적 기후변화가 임박했다."
최근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기후학자들이 오는 2029년 초를 전후로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가 시작된 1800년대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라 관측하며 덧붙인 말이다.
만일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면 인류의 기술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온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이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이상기후로 인해 인류의 멸망까지도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아시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신철기시대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고 나섰다.저탄소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포스코그룹은 당면 과제로 철강의 친환경 경쟁력과 이차전지소재 본원의 경쟁력 확보를 내세웠다.
철강 부문은 전기용융로(EAF,Electric Smelting Furnace)를 도입하고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 '환원철'을 생산하는 '다단식 유동환원로'를 사용한 '파이넥스' 기술로 탄소배출을 줄이고,궁극적으로 석탄이 아닌 수소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해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에서는 원료의 채굴부터 분리 가공,양극재 생산과 더불어 사용배터리 재활용까지 완제품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과정의 '밸류체인'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고 확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더팩트>는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포스코HY클린메탈 사업장을 둘러보고,포스코그룹의 친환경 기술을 직접 확인해 봤다.
◆2030년까지 '석탄 없는 철' 생산 상용화
모든 철강기술은 철이 산소를 만나 산화된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기존에는 높고 거대한 용광로인 '고로'에 철광석(Fe2O3)과 석탄(C,카본)을 넣어 고온으로 가열한 뒤,환원 반응을 일으켜 순도 높은 '환원철'을 확보했다.화학식으로는 Fe2O3 + C = Fe + Co2로 나타나게 된다.이 철강 공법은 인류가 처음 철광석을 활용하는 기원전 10세기 철기시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천년을 이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철강 공법은 대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해,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점이다.일반적으로 철강 1톤당 Co2는 2.5톤으로,생산되는 철강의 양보다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150% 많다.지난해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은 18억8820만톤으로,산술적으로 환산하면 2.5를 곱한 47억2050만톤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철광석의 환원반응을 이끌어낼 때 탄소(C) 대신 수소(H2)를 사용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을 생성한다.화학식으로는 Fe2O3 + H2 = Fe + H2O 가 성립한다.
포스코그룹은 우선 탄소를 줄임과 동시에 제품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환원철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파이넥스(FINEX)' 공법을 활용하고 있다.
파이넥스는 철광석을 수소나 석탄 등으로 고로에 넣기 전 미리 환원하는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을 '다단식 유동환원로'에서 미리 생산한 뒤 고로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환원제로는 수소 25%,석탄을 75% 사용하고 있다.
기존 방식은 고로에 환원제와 철광석을 모두 넣고 한 번에 환원반응을 일으키지만,맥북 스그파이넥스는 미리 일정 수준 이상의 환원을 거친 DRI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이를 통해 환원 효율을 높이고,불순물 제거 등에서 훨씬 용이하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특히 다른 철강사들이 사용하는 '샤프트 환원로'와 비교해 포스코 유동환원로의 장점이 월등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샤프트환원로는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후,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펠렛(Pellet)을 사용하나,유동환원로는 별도의 가공 없이 광산에서 채굴한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한다.매장량이 풍부하고 저렴한 분철 광석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 확보와 원가 경쟁력이 높다.
더불어 각각의 반응기가 계단 형태로 구성되어 반응기 별로 산소 추가 투입을 통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고,반응기 하부뿐만 아니라 벽부에서도 가열이 가능하기 때문에 900℃ 이하의 환원가스 주입 만으로도 충분한 환원반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을 199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999년 시험에 성공했다.2003년에는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60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2007년에는 상용화에 성공했다.현재 2파이넥스 공정에서는 연간 150만톤을,3파이넥스 공장에서는 연간 2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3파이넥스 공장에서는 항아리 모양의 용융로에서 1500도의 고온 고압의 쇳물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보행로는 10m 떨어져 있었는데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안전을 위해 쇳물이 흘러가는 공간에는 철제 덮개가 씌여 있었는데,사람의 접근 한계는 5m 수준이며,이조차도 방염복을 입지 않으면 접근이 금지됐다.
◆수천년 이어온 제철 기술 '대전환'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DRI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전기로인 전기용융로(ESF)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DRI를 생산할 때는 철광석의 환원 반응에 집중되어 불순물(맥석) 분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전기아크로(EAF,Electirc Arc Furnace)를 통해 용융 공정에서 더 높은 온도를 구현해서 슬래그를 분리 제거해야 했다.이 때문에 일반적인 스크랩보다 더 많은 슬래그가 발생,철 성분이 손실돼 제강 효율이 저해되고 자동차 강판 같은 고품질 판재류 생산이 어려웠다.
에너지 효율도 좋지 않다.전기로에서 용강 1톤 생산에 380~400kwh가 소요된다면 DRI를 원료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톤당 150kwh의 에너지가 더 소요되며,에너지를 절약하려면 더 고품질의 원료를 투입해야만 한다.
포스코는 이러한 EAF의 단점을 보완하는 전기용융로(ESF)를 개발,시험가동을 하고 있다.ESF는 로(爐)내에서도 탄소가 일부 존재해 환원환경이 유지되고,기존 고로처럼 슬래그의 성분제어가 가능한 형태로 설계돼 효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현재는 전기용융로 시험설비(Pilot ESF)를 구축,시간당 최대 1톤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했다.현재는 점검 상태라 시연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줬다.
영상에서는 지난 4월 첫 출선에 성공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은색 방염복을 입은 작업자가 드릴을 들고 전기로 앞에 선 뒤,망설임 없이 드릴을 용광로에 꽂아 넣었다.시뻘건 불꽃이 튀는 와중에도 작업자는 오히려 드릴을 전후좌우로 흔들며 구멍을 넓혀 나갔다.이윽고 시뻘건 쇳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자,주변에서 대기하던 작업자들이 모두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당시 총 15톤의 용선을 출선했다.
EAF와 더불어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하면,궁극적으로는 환원재를 100% 활용하는 '하이렉스(HyREX,맥북 스그Hydrogen Reduction)' 공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이렉스는 파이넥스 공법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DRI을 생산한 후 ESF에서 용융한 용선으로 100% 탄소 감축 제품을 생산하는 공법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ESF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올해 2월 광양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했으며,탄소 감축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약 6000억원을 투입해 대형 ESF를 오는 2026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바로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또 전기로 조업 중에 발생하는 배가스를 스크랩 예열에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시 공무원들에게 '신철기시대에 앞장서는 포항시'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냐고 권고하고 다닌다"면서 "하이렉스 공법은 수천년간 인류가 광석에서 철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엎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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