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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
백남준·박현기·김영란 등 한국 미디어아트 선구자와 협업
기획자만 200여명 배출한 '플랫폼'
하반기 전시·교육 차질.“당장 갈 곳 없어”
노소영,지난해 본지 인터뷰서
“개인과 기관 다른데 누구 부인이라 못 하게 하는 것 불합리”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올해 설립 24돌을 맞은 '아트센터 나비'가 흔들리고 있다.건물주 SK 측의 퇴거 요구를 법원이 들어주면서 하반기 전시 등 주요 행사를 눈앞에 두고 당장 갈 곳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여성신문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아트센터 나비는 이번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3개월 안에 SK이노베이션 건물에서 퇴거해야 한다. 하반기 전시·교육 사업의 지속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하반기에 사우디아라비아문화원과 협업해 전시·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이번 소송 결과로 예정된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고 밝혔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미스크아트인스티튜트(Misk Art Institute)와 교류 협약을 맺고 사우디 예술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했다. 2016년부터 매년 신진 미디어 아티스트를 발굴해 지원하는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전할 곳도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차차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 관장 측 대리인도 21일 법원 선고 후 기자들에게 "25년 전 최태원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을 이전했던 것인데,키움야구단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선 더 생각해 볼 예정이고,다만 무더위에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작가와 기획자를 양성하고 국내외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5월 말에는 제30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25)을 국내 처음으로 서울에 유치해서 개최한다.파리,바르셀로나를 거쳐 서울에 오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 서울시,서울대 등이 함께한다.노 관장이 꼽은 미술관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미술관 관계자는 "ISEA 2025는 현 공간에서 나가게 되더라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키움야구단장동훈 외 'Mirrie'.ⓒ아트센터" >
아트센터 나비는 노소영(63) 관장의 시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가 1984년부터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의 후신이다.1997년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바뀌어 2000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둥지를 틀었다.
백남준·박현기·김영란·장동훈 등 한국 미디어아트 선구자들과 예술·공학 전문가들의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전시를 열었다.
로이 애스콧,크리스토퍼 랭턴,키움야구단모리스 베나윤,크리스타 소메레&로랑 미뇨노,줄리언 오피,키움야구단노재운,이이남,이준,장재호 등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트센터 나비를 통해 강연,워크숍을 열어 왔다.
아트센터 나비는 그간 기획자만 200여 명을 배출했다.전 연령대 대상 미디어아트,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민세희 전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해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2000년대에 아트센터 나비는 '센세이셔널'했다"라며 "기술 기반 작가들이 만날 기회가 드물던 시기부터 중요한 플랫폼이 돼 줬다"고 말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지난해 11월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개인과 기관 활동은 다른 것"라며 "누구의 부인이어서 (미술관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상황이 바뀌니까,누구의 부인이니까 못 하게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또 "내 위치에서 내 역할을 다했을 뿐인데,열심히 살아왔고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내가 잘못 살았나 생각이 많이 든다"며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앞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SK이노베이션이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 관장 측에 나가라며 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만이다.아트센터 나비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엔 SK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대차 계약이 정해진 날짜(2019년 9월26일)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아트센터 나비는 전대차 목적물(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또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밀린 임대료 등 손해배상금 약 10억 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전대차 계약이 SK그룹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SK의 문화경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됐고,목적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 취지에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SK이노베이션이 이혼소송 1심 판결 선고 후인 2023년 4월 돌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계약위반"이고 "SK이노베이션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번 사안이 노 관장의 이혼소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이혼소송의 종국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아트센터 나비 주장에 대해서도 "특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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