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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올해 경력법관 실무능력시험 출제범위 미리 통지…대법원 "현업 변호사 지원 부담 완화"
내년 필기 출제범위 사전 통지도 검토…판사들 "대학생 쪽지 시험 치나,달달 외워 통과하라는 건가"
대법원이 경력법관 시험 출제 범위를 미리 알려줘 대비하게 하는 채용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있다.불필요한 시험 부담을 줄여 현업에 바쁜 우수한 경력 인재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인데 법원 안팎에서는 "아무나 뽑겠다는 말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도 경력법관 서류심사 통과자들은 지난 6월 7~8일 실무능력평가면접을 치렀다.법원행정처는 20일 전인 지난 5월 중순,평가 출제 범위를 공지했다.민사 실무면접에서는 소멸시효·근저당권·채권자취소권 등을,형사 실무면접에서는 사기 및 재물손괴의 성립 여부,압수물의 증거능력 등을 가상문제 형식으로 출제하겠다고 미리 알렸다.
시험 간소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지난 2018년부터는 기존에 두 차례였던 법관인사위 중간심사를 한 차례로 줄였고,필기전형인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서 민·형사 중 한 가지 분야만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바꿨다.이에 더해,내년부터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서도 실무능력평가면접과 마찬가지로 출제 범위를 미리 알려줘 대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법률서면 작성 평가에서는 응시자가 소송기록을 검토한 뒤 검토보고서를 내는데,시험장에서 치르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출제범위까지 미리 알려준다면 변형된 오픈북 시험이 된다.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내년 지필시험 범위를 한정해 미리 공개하겠다고 정해진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실무능력평가면접에 대해서는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현업에 종사하면서 법관 임용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수료 성적이 높은 순으로 판사에 임용됐기 때문에 판사들은 법조인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은‘초엘리트’로 인식됐다.사법시험 폐지 이후에는 일정 이상의 변호사 경력자를 경력 법관으로,우수 성적을 거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을 별도의 시험을 거쳐 로클럭(재판연구원)에 채용하는 것으로 법원 진입로가 나뉘었다.여기서 법원의 딜레마가 발생한다.곧장 판사가 될 통로는 막혀있는데,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거나 능력을 인정 받는 변호사·검사 등이 법관에 지원할 유인이 떨어지는 것이다.한 부장판사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법관은 검사와 변호사를 넘어서는 법적 사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물어 어떻게 답변하는 지를 보려는 것이 목적인데,쪽지시험처럼 벼락치기를 해서 들입다 외우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으로 만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판사 질을 하락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과 하급심 판결 질 하락 문제를 법관 증원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미봉책"이라며 "한 명을 뽑더라도 제대로 뽑는게 맞고,기준에 못미치면 안 뽑는게 맞다"고 했다.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변호사나,검찰 내에서 일을 못하고 워라밸을 원하는 검사가 판사에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험이 쉬워질수록 판사가 내린 판결에 수긍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로클럭 선발 절차도 일부 간소화하기로 했다.올해부터 구술 시험을 없애고 인성면접을‘P/F(Pass or Fail)’방식으로 변경하면서,선발 일정도 한 달가량 당긴다고 18일 밝혔다.한 부장판사는 "시험 출제자와 면접관들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떨어져 채용이 법원 내에서 허드렛일로 여겨지는 것이 근본 문제"라며 "행정처에 인사 담당과 분리된,신규·경력 법관 선발 전담 심의관들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