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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임대주택 패러다임이 바뀐다(下)
[편집자주] 주택 임대시장의 주류였던 전세제도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전세대출과 이를 떠받치는 공적 보증 속 전셋값은 치솟았고 이렇게 부풀어 오른 풍선은 전세사기로 터졌다.그러는 사이 전세를 대체할 임대시장은 성장하지 못했다.공공임대는 높아진 생활 수준과 다양한 주거 수요를 채우기 역부족이다.민간임대는 여전히 영세한 개인사업자들만의 리그다.중산층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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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감당 안 돼요" 주거 불안…민간 장기임대 필요한 이유━
최근 주택가격과 전셋값이 동시에 뛰는 가운데 임차인의 주거 부담을 덜만한 대책으로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이 거론된다.양질의 주택을 장기간 빌려주는 데다 자본력을 지닌 기업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걱정도 적어서다.
다만 월세 중심의 제도인 만큼 주거비 부담이 걱정거리다.정부가 임대료에 대해 상한을 걸거나 기업들에 대한 세제 인세티브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은 0.1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64주째 오름세다.
금리 인하를 앞두고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주택 공급은 부족한 형편이다.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전셋값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임차인들이 선택할 대안은 마땅치 않다.보증금을 올려 주거나 보다 저렴한 주택을 찾아 이사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의 전세 중심의 기형적 임대시장과 주거난을 해소할 대책으로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활성화를 꼽는다.
개인 간 임대차 계약과 달리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은 다량의 주택을 20년 이상 빌려준다.임대 기간 이후 매각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큼 서민들이 종종 겪는 계약갱신 불발에 따른 주거 불안도 해소할 만한 대안이다.
개인과 달리 기업은 자본력을 가졌다.임차인의 입장에선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다.무엇보다 기업이 전세 사기의 주요인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전세 사기가 발생하는 패턴이 있는데 그 근본적 원인은 전세보증금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기업형 임대주택 등을 비롯한 보증금 자체를 낮추는 제도를 써서 완전 월세 제도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저지할만한 대책으로도 거론된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전월보다 5조5000억원 늘어난 수치다.넉 달 연속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형 임대가 활성화되면 실물자산 위주 가계의 자산 구성이 다양화될 것으로 본다.쉽게 말해 주택 매매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부분적으로 억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기업형 임대주택은 민간의 노하우와 자본을 활용,다양한 임대수요 계층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다.가령 실버·청년 등 임차인 특성에 따른 소비자 중심의 주택서비스가 마련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기업들 특성상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의 월세 등 임대료가 높게 책정될 수 있단 우려는 있다.
최 교수는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임대료 상한 등을 정부가 정하겠지만 생각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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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월세로 사는 집,임대시장 바꿀 수 있을까━
역대 정부의 대표적인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은 뉴스테이다.박근혜 정부 때 도입한 뉴스테이는 최대 8년까지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특히 임차 후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하지만 뉴스테이는 임대료 논란,정권의 탄핵 등으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장기'에 초점을 맞춘다.중산층이 최장 20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월세를 내며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구상대로라면 임차인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다만,뉴스테이 때도 불거졌던 것처럼 임대료를 둘러싼 임차인과 공급자의 입장 차이는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전세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전세는 한국에서만 운용하고 있는 제도다.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주택의 임차 점유율은 38.8%다.자가 점유율은 57.5% 수준이다.임차 중 상당수가 전세다.최근 전세사기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세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전세는 한국에서 수명을 다한 제도","전세는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여기에 지금까지 공공주택이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중산층을 위한 민간임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안착하기 위한 더 큰 과제는 기업들의 참여다.기업들 입장에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따라 정부는 매입임대주택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일정 요건 충족시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꺼냈다.임대료 규제도 완화하는 쪽으로 뱡항을 잡았다.
현재 일부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나서고 있다.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이라는 브랜드로 서울 동대문,ac밀란 뉴캐슬영등포,ac밀란 뉴캐슬관악,군자,ac밀란 뉴캐슬부산 대연 등에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하지만 일본의 모리빌딩처럼 대규모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험사들의 역할에 주목한다.자본력을 갖춘 보험사들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들어올 경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긴 시계를 가진 기업형 임대주택은 보험사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사업 발굴과 설계,시공,임대까지 다 할 수 있는데,한국의 경우 설계와 시공 겸업 조차도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거대 사업자가 나올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며 "기업형 임대주택을 늘릴 순 있어도 민간 임대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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